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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지
컬러 필드
주희, 상수
옥토버
초록 소파
수치 없는 세계
회양목 사이로
천검 관광
방 안의 호랑이
패나
파경
누나와 보낸 여름
정생

해설 | 양경언
작가의 말
수록작품 발표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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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의 호랑이 : 박문영 소설집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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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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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어워드 대상 수상작가 박문영의 강렬한 첫 소설집
작고 소중한 존재들의 자리를 마련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들


놀라운 상상력과 특유의 따스함으로 평단과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SF어워드 중·단편소설(대상)과 장편소설(우수상) 부문 모두를 수상했을 뿐 아니라, 『주마등 임종 연구소』 등 다양한 작품을 부지런히 선보이며 작가적 세계를 확장해온 소설가 박문영이 소설집 『방 안의 호랑이』를 펴냈다. 등단 후 십여년의 시간 동안 꾸준히 발표해온 작품들을 묶어낸 첫 소설집이다. 열세편의 다채로운 이야기들로 구성한 이번 소설집에는 언뜻 보잘것없고 작게만 느껴지는 존재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박문영은 흐릿한 존재들의 이름을 다시 선명하게 새기고, 나아가 작은 존재들을 소외시키는 세계로부터 탈출해 조금 다른 세상으로 인도하는 안내자 역할을 기꺼이 맡는다. 소설을 읽는 독자들 역시 하루하루 바쁘게 흘러가 스스로조차 소외시키고 마는 이 세계에서 탈출해, “몸을 부드럽게 감싸”며 “괜찮”다(「무주지」)고 말해주는 ‘박문영 월드’에 입장한 뒤에는 비로소 제대로 숨이 쉬어질 것이다.

놀라운 상상력으로 복원해낸 이름들,
그 이름들에게 선물하는 아름답고 따스한 우주


『방 안의 호랑이』는 미미하고 희미하던 존재들에게 선명한 색을 입힌다. 표제작 「방 안의 호랑이」는 ‘작자 복원’ 프로그램을 개발해낸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스캐너로 그림을 읽어내면 홀로그램 빌더 위에 그 그림이 그려질 당시의 풍경이 펼쳐진다. 소설은 유명 화가 뒤에 가려져 어두운 곳에서 그림을 그리던 이의 모습을 복원해내며, 그가 지녔던 생생한 호랑이와 같은 아름다움을 되찾아준다.
한편 「무주지」 속 ‘연음’과 ‘기정’은 무주지라는 일종의 지구의 대안공간에서 사는 클론이다. 무주지에서 클론은 ‘양육자’ 역할을 한다. 한두 사람이 아이를 키우는 데에서 무수히 많은 문제가 생긴다고 판단한 인류는 자신들을 대신해 몇년간 돌아가며 아이를 양육할 클론을 생산했다. 클론은 양육뿐 아니라 각종 위험을 수반하는 일에도 투입이 되는데, 연음과 기정은 자신들이 돌보던 아이를 다시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약속을 믿고 탐사선에 탑승한다. 그들은 궤도를 벗어나 다른 행성에 불시착하게 되고, 모든 것이 끝났다고 여긴다. 그러나 낯선 행성의 신비로운 힘을 마주한 그들은 또다른 존재로 탄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게 된다.
「누나와 보낸 여름」은 잇따른 재해로 다수가 빈곤해진 세상을 배경으로 하는데, 이 세상에서 인간들은 약자와 동물을 혐오한다. 그들의 혐오는 특히 개들에게로 향해 개들을 순하게 만드는 기계장치를 만들기에 이른다. ‘나’는 내가 기르는 개 ‘누나’를 보호하기 위해 창고 안으로 숨어든다.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한 소용돌이가 몰아쳐오고, ‘나’와 ‘누나’ 그리고 개들만이 뜻하지 않게 놀라운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소설은 늘 죽음과 가장 가깝던 약한 존재들을 희망 쪽으로 끌어당긴다.
「회양목 사이로」의 인물이 새로운 세계를 선택하는 방식은 조금 더 독특하다. 미디어아트 행사를 보러 간 ‘나’는 그곳에서 말을 걸어온 영화 스태프에게 이상한 소리를 듣는다. 사실 ‘나’와 그는 만화에 등장하는 조연이고, 그들이 사는 세상은 그 만화를 각색한 영화를 본 한 노인의 머릿속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동안의 삶에서 가졌던 의문들이 스쳐가고, ‘나’는 비로소 ‘진짜’ 삶을 찾아가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마치 스케치처럼 흐릿하게 지워진 삶을 살던 존재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누군가를 대체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삶, 나보다 더 약한 존재를 돌보지만 나 역시도 ‘약자’에서 그리 멀지 않은 삶, 아주 거대한 체제에 의해 그저 기능하고 있는 것 같은 삶을 사는 지금 이곳의 현대인이라면, 박문영이 마련하는 자리와 각각의 인물들에게 부여하는 색깔을 보며 마음이 두근거릴지도 모른다. 인물이 더 많은 색깔로 물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우리 역시 조금씩 밝은 빛깔로 채워질 수 있으리라.
박문영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펼쳐내며, 독특함과 강렬함으로 가득한 박문영 월드에 독자들을 초대한다. 성적 페로몬을 반영한 색깔이 나타나는 링을 착용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가는 세상을 그린 「컬러 필드」, 월경과 통증에서 자유롭고 싶지만 신약의 가격은 너무 비싸 꿈도 꾸지 못하는 가난한 연인의 이야기를 담은 「주희, 상수」, 사고로 뇌의 일부만 남은 아이의 의식을 소파로 이식해 그 소파로 미세하게나마 아이의 흔적을 느끼는 인물이 나오는 「초록 소파」, 수치심을 제거하는 시술이 가능해진 세상에서 시술의 정당성을 두고 사회와 개인이 겪는 갈등과 고민을 담아낸 「수치 없는 세계」, 기술로 과거의 한 장면을 복원해낼 수 있다고 해도 그 장면 속에서 계속 머물러야 하는 과거의 존재에 대한 존엄성에 대한 문제를 다룬 「천검 관광」, 좋아하는 연예인에게 동화되어 그들이 느끼는 감각을 공유할 수 있는 ‘실감기기’ 시장이 보편화된 세상을 그린 「패나」, 유전자 편집이 가능해진 시대, 결혼 직전 커플의 갈등을 담은 「파경」, 앞으로의 삶이 어떻게 흐를지 예언해주는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끄는 상황에서, 우연한 기회로 자신의 미래에 대한 예측을 듣게 된 주인공이 사실은 예언과는 다른 삶을 살았다는 것을 깨달으며 섬뜩함마저 느끼게 하는 「정생」, 그리고 독특한 소설적 실험으로 읽는 재미를 주는 「옥토버」까지. 『방 안의 호랑이』는 이 한권으로도 마치 놀이동산에서 여러 놀이기구를 즐기는 것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흠 많고 나약한 존재들마다 하나의 우주를 선물하는” 박문영의 “사랑”(추천사 박서련)은 이를 읽는 이에게도 가닿아 오래도록 따스하게 기억될 것이다.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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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6] “새롭고 아름다웠어, 처음엔.”
“무주지는 생겨난 게 아니라 만들어진 곳이야.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겠어? 오래 시도하지 않았다는 게 무슨 뜻인 줄 알겠냐고. 그러면 안 되니까, 그런 짓을 하면 안 되니까, 아무도 안 했던 거야.”
둘은 잠자코 있었다. 기정이 좁다란 강물을 한참 쳐다보다 말했다.
“이런 말 우습지 않아? 상황 봐서. 두고 봐야지. 열어놓자…… 난 다른 가능성은 전부 닫고 싶었어. 선택할 필요가 없었어. 너만 좋았으니까. 너랑 도영이만 있으면 다 좋았으니까.”(「무주지」)
[P. 47~48] 컬러 필드의 링은 성적 페로몬에 따라 색을 드러냈다. 색은 날마다 조금씩 변했지만, 처음 색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상황에 맞춰 가까이하고 싶은 색도 달랐다. 우위를 점하는 색은 없었다. 어떤 배색인지, 어떤 조화를 이루는지가 중요했다. 궁합 예상 확률을 점치는 글들이야 늘 돌아다녔지만, 무슨 색에도 어울리는 색이 있었다. 대체로 비슷한 계열의 색상끼리는 느긋하고 평화로운 관계를, 서로를 완강히 밀어내는 보색끼리는 격렬하고 전투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길에서 뜨겁게 싸우는 커플은 네온옐로우, 딥퍼플의 조합. 아침 산책로를 따라 걷는 커플은 라이트그레이, 빈티지그레이의 조합인 식이었다.(「컬러 필드」)
[P. 84] 나이가 들면 자연스러워지기 마련인 이곳의 법칙들이 아직 그에게는 부자연스럽고 부당하기만 했다. 계단을 한칸 한칸 올라설 때의 기쁨이 누군가에 의해 내팽개쳐졌고 아무도 잘못한 쪽을 뜯어말리지 않았다. 스스로 자리를 내주었지만, 자신이 원한 양보도 아니었다.(「주희, 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