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자료 카테고리

전체 1
도서자료 1
학위논문 0
연속간행물·학술기사 0
멀티미디어 0
동영상 0
국회자료 0
특화자료 0

도서 앰블럼

전체 (1)
일반도서 (1)
E-BOOK (0)
고서 (0)
세미나자료 (0)
웹자료 (0)
전체 (0)
학위논문 (0)
전체 (0)
국내기사 (0)
국외기사 (0)
학술지·잡지 (0)
신문 (0)
전자저널 (0)
전체 (0)
오디오자료 (0)
전자매체 (0)
마이크로폼자료 (0)
지도/기타자료 (0)
전체 (0)
동영상자료 (0)
전체 (0)
외국법률번역DB (0)
국회회의록 (0)
국회의안정보 (0)
전체 (0)
표·그림DB (0)
지식공유 (0)

도서 앰블럼

전체 1
국내공공정책정보
국외공공정책정보
국회자료
전체 ()
정부기관 ()
지방자치단체 ()
공공기관 ()
싱크탱크 ()
국제기구 ()
전체 ()
정부기관 ()
의회기관 ()
싱크탱크 ()
국제기구 ()
전체 ()
국회의원정책자료 ()
입법기관자료 ()

검색결과

검색결과 (전체 1건)

검색결과제한

열기
자료명/저자사항
우리는 우리 : 이종섶 시집 / 지은이: 이종섶 인기도
발행사항
서울 : 여우난골, 2024
청구기호
811.15 -24-454
자료실
[서울관] 인문자연과학자료실(314호)  도서위치안내(서울관)
형태사항
153 p. ; 20 cm
총서사항
시인수첩 시인선 ; 084
표준번호/부호
ISBN: 9791192651248
제어번호
MONO12024000011891

목차보기더보기

시인의 말

[1부]

대폭발·15
고등어 고등법원·17
우주위험 위기경보·20
우리는 우리·22
Missa Solemnis·24
남북전쟁·28
탄저균·30
킬러그램·32
오픈핑거 글러브·34
오르간 오르가즘·36
멜라닌 멜랑꼴리·37
팬데믹·40
코호트 격리·42
따뜻한 북극·44
눈사람·46

[2부]

타임머신 올림픽·51
4인칭·52
올드 랭 사인·54
트랜스포머 유모차·56
감정손해보험·58
인간식물·60
리프팅·62
몬스테라 몬스터·64
치킨게임·66
트래쉬 토크·68
피처링·70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72
항중력근·74
토킹 스틱·76
리플리증후군·78

[3부]

십리벚꽃 심리학·83
가면무도회·86
신데렐라는·88
슬프지도 않은 노래의 후렴에·90
네일아트·92
녹턴·95
윌리엄스증후군·98
페이스오프·99
새장에 갇힌 혀·100
그리운 수용소·102
정조준·104
우산-샤갈의 쥬라기 마을엔 비가 내리고·106
백악기 공룡이 빙하기에도 살아남는 법·108
지도를 완성하는 날·110
바람을 먹고 사는 짐승·112

[4부]

세탁기·117
냉장고·118
나는 옷의 영혼·119
사막여우·120
금·122
못·124
어디선가 흐느끼는·126
풀의 지문·128
빈집·130
줄이 가장 나중에 썩는 이유·132
꼬리를 자르다·134
흙의 리콜·135
그림자·136

이용현황보기

이용현황 테이블로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
0003075841 811.15 -24-454 [서울관] 인문자연과학자료실(314호) 이용가능
0003075842 811.15 -24-454 [서울관] 인문자연과학자료실(314호) 이용가능
  • 출판사 책소개 (알라딘 제공)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우리 사회와 세계에 던지는
    은유로 가득 찬 경고장


    이종섶 시인의 시집 『우리는 우리』가 시인수첩 시인선 84번째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독특한 화법과 어조로 우리 사회가 짊어진 여러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시적 형상화로 기록한다. 여기엔 희망과 낙관의 비전이 삭제된다. 줄곧 다루어 온 사회현상에 접근하는 시인만의 독특한 접근법은 독자로 하여금, 그 사태를 인식하고 바라보는 시각의 단순성을 겨냥하고 있다. 매번 사건이 발생하고, 사건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생각이 하나로 수렴되고, 수렴된 사회적 의식을 제어하고 통제하여 일반화된 목소리로 치장하는 기관과 위정자의 처신을 생각한다.
    이런 세계에서 시가 맡을 수 있는 기능 가운데 하나가 ‘비틀기’일 것이다. 사람들이 모두 한곳을 바라볼 때 시인은 사람들이 눈여겨보지 않거나 외면하고 있는 곳을 응시한다. 사람들이 현명한 문제 해결 방법이라며 묘안을 제시할 때 시인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을 제시한다. 이것은 시가 사람들에게 되돌려 주는 언어의 희롱이자 의미의 해체이기도 하다.
    이종섶 시집 『우리는 우리』에 실린 시편들을 넘기면 출구가 봉쇄된 거대한 감옥에 갇혀 하루하루 희망을 저당 잡힌 채로 살아가는 인간을 떠올리게 된다. 그 인간은 개개인일 수도 있고, 집단이나 공동체가 될 수도 있다. 좀 더 범위를 넓히면 지구 사회와 온 우주로 확대되기도 한다. 이 어두운 존재들의 양태에는 공간과 시간, 그리고 질병과 테크놀로지가 서로 교차하면서 전개되는 이미지들이 활개를 친다. 우리가 오래전 분명 어둡고 침침한 눈과 목소리로 세계를 논했던 장면들이었다고 생각이 들곤 하는 풍경들이 격자처럼 펼쳐지기도 하면서, 때때로 비(非) 시적인 종결어미와 술어가 주는 건조한 문장으로 하여금 마치 투명한 진공 유리 벽에 갇힌 모음처럼 떨리는 기분을 느낀다. 폐허가 되어 버린 세계에서 그나마 가까스로 되찾은 생명의 터전에서 힘겹게 피어 올리는 풀꽃을 보듯 어떤 가능성이 다가오다가도 천천히 몸과 마음을 죄는 불가항력의 검은 그림자에 가위눌림을 당하기라도 하는 듯 숨이 막히기도 한다.
    이런 정조를 만든 시인에게 이 세계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왔을까. 물론 시인의 눈도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현대인과 마찬가지로 한 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복잡하고 다양한 시각이 중첩되어 있을 것이다. 암울한 미래 영화를 보듯 더 이상 유토피아의 둘레에도 접근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상태에 매몰되고 흡수되어, 다만 하루하루를 숨죽여 살아가야 하는 상태에서 그동안의 인류가 쌓아온 온갖 지식과 지혜를 동원해 출구를 가늠해 보기만 하는 답답한 상황에 갇혀 있지는 않을까.

    ◨ 다음은 시집에 관하여 나눈 이어진 시인과의 짧은 인터뷰 내용이다.

    [Q] 주제와 이야기의 방향은?

    주제라고 하니 과연 주제가 있었나 싶다. 특정 주제를 가지고 시를 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면에 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주제는 분명 있다. 시인으로서 살아가면서 시인으로서 시를 쓰고 시집을 내는 한 시인의 내면에, 존재적이고 당위적으로 흐르고 있는 의식의 꺼지지 않는 것들이다. 그것들이 한 편의 시가 되어 나오고 그 시들이 묶여 한 권의 시집이 되었다.
    주제와 이야기의 방향은 현재가 나아가는 미래다. 그러나 희망이 아닌 불안과 혼돈의 미래다. 관심의 시선 또한 지구적이고 우주적이다. 그렇다면 과연 불안한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미래의 불안은 또 어떻게 될 것인가? 한 개인으로서의 인간과 그 인간이 점점이 포화상태로 허물어져가는 지구는 또 어떻게 될 것인가? 이러한 것들이 내 의식의 흐름이 흘러가고 있는 방향이다.
    아마도 내가 시를 동안은 형태가 달라질 수는 있어도 이 의식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내 안에 자리잡고 있는 이 절대 의식은 그 각각의 내용과 대상에 따라서 발성과 색채가 상이할 수는 있어도 그 기저에 자리잡고 있는 의식의 발현은 더 심화되었으면 심화되었지 결코 약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Q] 이번 시집의 특징은?
    그림으로 설명하면 좋겠다. 실제로 시집을 준비하면서 피카소를 많이 생각했다. 그리고 시인의 말에 피카소를 쓸까 말까 많이 망설이기도 했다. 생각에서는 피카소를 언급하고 싶었는데 흐름에 관계 없이 튀는 것 같아서 가슴속에서 통통 튀는 그 피카소라는 이름을 드러내지 않았다.
    피카소는 구상과 추상의 중간 쯤에 있는 화가라고 생각한다. 구상의 요소도 있고 추상의 요소도 있다. 구상으로 보면 그 구상을 비틀거나 단순화하면서 구상을 해체하거나 정리한다. 추상으로 보면 그 추상의 의미망을 구상적인 도형과 선과 면으로 눈앞에 조형한다. 내 시는 말하자면 그런 의미에서 피카소적인 시다. 피카소의 시가 아닌 피카소적인 시라는 말이다.
    피카소는 입체파 또는 입체주의라고 한다. 미술에서 말하는 입체파를 문학에서 언어로 구현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보다는 그런 의미와 시각까지를 함께 생각하면서 즉 입체주의라는 개념을 생각의 저변에 깔고 시 작업을 했다는 말이다. 언어와 글자로 그리고 그것들이 풀어내고 모으고 하면서 언술해내는 입체적 의미망의 파장이 과연 피카소의 그것과 어느 정도 상응할지 또는 피카소의 그것을 시라는 이름으로 조금이나마 해내고 있는지 나 자신부터 궁금하다.
    이런 결과물에 대한 반응 여부에 따라서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깊어질지 아니면 시들시들해질지 아니면 또 다른 세계로 눈을 돌리게 될지 나는 모른다. 나는 결국 피카소가 아니니까. 피카소가 되지 못했으니까. 피카소조차도 피카소가 되지 못했으면 피카소일 수 없었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기도 하니까.

    [Q] 나는 어떤 시인인가?
    나는 좋게 말하면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평범하게 말하면 실증을 잘 내는 시인이다. 그래서 내 스스로가 하는 일에 물리거나 식상해 하는 성향이 남들보다 많다고 생각하는 시인이다. 그래서 관심 분야도 참 많았고 하고 싶은 일도 아주 많았다. 오죽했으면 한 우물만 파야 하는데 여러 우물을 파다가 망한 사람이라고 나 자신을 그렇게 농담조로 소개했을까.
    나는 백남준을 닮았다고 생각하는 시인이다. 백남준의 성공을 닮은 게 아니라 성향을 닮았다는 말이다. 음악을 전공했으나 비디오 아트라는 완전히 새로운 장르의 예술을 탄생시킨 백남준……. 윤이상은 될 수 없어도 백남준은 될 수 있다고 저 밑바닥의 생각 한켠에 남아 있는 바로 그 백남준.
    그래서 나는 이것저것 딴 궁리를 많이 하는 편이다. 조금도 공개하지 않은 작업도 있고 만일 나에게 어떤 기회가 주어진다면 완전히 새로운 퍼포먼스를 해보고 싶은 꿍꿍이도 마그마처럼 가지고 있는 시인이다. 때로는 그것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적절하게 그것을 다스릴 줄도 알아서 그냥저냥 살아가는 시인의 처지를 받아들일 줄도 아는 시인이다. 그러다가도 가끔은 주목을 받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것조차도 사치인 것 같아서 주섬주섬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갈 줄 아는 시인이다.
    ― 「저자와의 인터뷰」 중에서

    ◨ 해설 들여다보기

    “디스토피아의 사막에서 길어 올리는 칸타타”


    시가 문명의 앞날을 예측하기는 쉽지만, 그러한 시적 예감은 언제나 시인이 지니고 있는 예술적인 감각과 현실비판의 눈을 저버리지 않은 상태에서 가능하다고 할 때 이종섶의 시는 이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특별한 인식을 제공한다. 그의 시는 과학적이면서도 시적인 상상력을 동원한 우리 시대의 ‘일기예보’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는 인간이 행한 온갖 기술적 응용과 사회문화적 아비투스가 맞이하게 될 종국적인 표정에 예리한 시적 언어를 들이댄다. 그 형식은 알레고리나 상징, 혹은 언어유희 등이다. 이런 시적 방법은 그동안 세계를 조망하고 비판의식을 거두지 않으면서 시인이 획득하게 된 새로운 형식이다. 무덤덤한 어조로 시적 세계에 놓인 사태를 그리는 풍경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우리 사회와 세계에 던지는 은유로 가득 찬 경고장이다. 그래서 그의 시들이 전달하는 암울하고, 어둡고, 축축한 디스토피아적 풍경에서 우리는 마음과 몸을 짓누르는 묵직한 질량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개인의 이익보다 집단의 이익
    부분은 바로 전체이며, 전체와 동일
    금속함량비를 가진 태양의 권력은
    마지막 순간 중심에 블랙홀을 남긴다
    빛도 빠져나올 수 없는 전체주의
    진리는 천체라는 깃발 아래 결집된다
    초기 질량이 태양 이하인 행성들이
    산업사회를 과격하게 배척할 때
    정복을 독점하는 전체가 폭발한다
    절대군주의 업적은 인공천체의 조직화
    전개 과정을 반납한 일부가
    통제의 전체성으로 확보한 진리
    전체로만 천체에 포함되는 기원이다
    - 「대폭발」 부분

    시 「대폭발」은 이번 시집에 실린 첫 번째 시편이다. 마치 서시처럼 다가오는 듯한 시다. 단어를 꾸미는 형용어나 수식어가 없이 건조한 구절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이 메마른 문장구조가 품은 어떤 암울한 징조는 ‘우주적’ 창조와 질서 및 배열을 진술하는 속에 차차 증대되어 어딘가 희망을 탈취당한 시공간에 우리 인간이 덩그러니 내동댕이쳐져 있다는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통제의 전체성으로 확보한 진리/전체로만 천체에 포함되는 기원이다”라는 구절에서 느낄 수 있듯이, ‘통제’나 ‘전체’가 야기하는 전체주의적인 이미지에 사로잡히는 시적 정조다. 시인이 위 시에서 그려 보이는 우주적인 기원의 내용들은, 그것이 진실이든 상상이든 오래전부터 인간이 불안하게 점쳐 왔던 어떤 이데올로기의 형성과 이에 발맞춘 인간 군중의 형상을 쉽게 떠올리게 된다. 개개의 자유의지조차 전체의 기획에 포섭되고 마는 ‘우주 질서’에서 인간의 의미와 가치는 아무리 긍정적으로 판단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어떤 ‘통제’나 ‘전체’의 방향으로 수렴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시인이 독자들에게 존재의 암울한 기원과 전개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비극적인 세계관을 피력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런 시가 창작된 이면에 놓인 우리 사회의 지성과 사회적 방향에 대한 물음이 중요하다. 시인은 ‘존재’의 기원에 대한 상상을 시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현대사회가 만들어 내는 온갖 부조리와 불합리,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방향이 불러일으킬 어두운 징후를 선취하고자 하는 것이다.

    말하는 자기와 듣는 우주의 물질 단위는 인칭이다
    집이나 공간의 둘레에 인칭대명사가 별이 되고
    천 개 이상 모여 은하계라는 소우주를 형성한다
    막기 위하여 축조한 건조물을 가리키는 일인칭 소우주는
    1천억 개 담을 관측하는 대우주 밖을 모른다
    우리가 나아갈 길은 밖에서 안을 보호하면서
    3인칭 복수의 침입을 막는 문법을 정비하는 것
    말하는 자의 안이 보이지 않는 초기 모델은 지구중심설
    높지 않은 사람의 공간을 다른 성격으로 구분한다
    갈릴레오가 망원경을 이용해 천체의 울타리를 만들면서
    지구중심설에 비인칭이 제기되었다
    자기를 포함한 담을 언제부터 쌓았는지 밝히기 어려워
    코페르니쿠스는 정밀한 천문법으로 태양중심설을 가미하였다
    여러 사람을 가리키는 일인칭 대명사
    뉴턴이 만유인력의 존칭을 발견하면서
    성읍국가시대의 고전 역학에 우주론이 접목되었다
    행랑마당과 사랑마당을 구분해 놓은 담은
    두 공간 사이 친밀한 관계를 나타낸다
    우리 먼저 나간다 수고해라
    지배 집단과 피지배 집단 사이에 주거 차이가 발생하면서
    말과 언어의 관측 기술이 고도로 발전되었고
    존귀한 인류는 하나밖에 없는 태양이 우주에서
    수천억 개 은하 중 하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말하는 방향으로 균일하게 분포된 우주는
    가장자리도 아랫목도 중심도 없다
    신분에 따른 위엄을 자손만대 잇기 위하여
    낮은 사람을 상대하는 극성에 군림한다
    거대한 공백에서 소용돌이치는 거품을 먹고 산다
    담과 같은 구조물로 추정되는 20세기 초의 발견
    우주가 시작되었고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
    - 「우리는 우리」 전문

    시집의 표제작인 시다. ‘인칭대명사’를 사람뿐만 아니라 행성을 포함한 우주 범위로까지 확대했다. 여기에는 지구중심설이니 태양중심설이니 하는 근대 우주관에서부터 시작하여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을 지나 “지배 집단과 피지배 집단 사이”의 “주거 차이” 발생을 지적하고, “신분에 따른 위엄” 같은 신분 제도적인 측면까지 짚으면서 앞서 「대폭발」과 같은 우주론을 논한다. 필자는 독특한 시적 전개 방법을 사용하는 시인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보다는, 이런 시적 형상화를 통해 환기하는 이미지에서 어떤 의미를 건져낼 수 있는가가 더욱 절실해 보였다. 그러니까 시인은 이러한 일련의 ‘우주론’을 사회·역사적이고 풍속적인 내용을 가미한 독특한 시 형식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의문은 시적 형상화를 통해 촉발된 의식인 만큼 그 해답의 유무 또한 큰 의미는 없다. 독자는 시를 읽고 저마다 각자가 지니고 있는 사고방식과 감성으로 걸러내기 마련이다. 수용미학에서 말하는 독자의 반응이 시를 읽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면, 위 시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존재 방식과 실존의 반성을 끄집어낸다. ‘우주’까지 확대되는 사고의 팽창은 독자들에게 ‘두통’을 일으키지만, 이러한 감각적인 반응이야말로 시가 만들어 내는 효과인 셈이다. “행랑마당과 사랑마당을 구분해 놓은 담은/두 공간 사이 친밀한 관계를 나타낸다/우리 먼저 나간다 수고해라” 같은 진술이 위 시에서 ‘이질적인’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까닭도, 어쨌든 시인의 현재 의식이 우주로까지 확대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데리고 온 ‘시적 요소’일 것이다. ‘담’은 주체와 타자를 갈라놓는 경계이면서 한편으로는 ‘나’와 ‘우리’, 그리고 ‘공동체’나 ‘집단’의 결속을 공고하게 하는 구조물이기도 하다. 그 담을 경계로 해서 문화가 생겨난다. 이러한 문화는 지속과 유전의 원천이 되기도 하지만, 더러 분별과 구분의 방편이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우리’라고 말할 때 전해지는 따뜻하고 다정한 동류의식이 알게 모르게 그 뒤편에 칼날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아이러니함을 어떻게 해야 할까.
    ― 정훈 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
    더보기
  • 책속에서 (알라딘 제공)

    인간의 불행이 따뜻해지는 원인
    무자비하고 비극적인 운명이
    가장 고귀하고 용감한 인간을 기린다
    북극의 가장자리는 나무가 자라지 않는다는
    낙관적인 견해에도 불구하고
    전쟁이나 암살 같은 실제 사건을
    무대에서 상연하기보다 등장인물의 입으로 폭로한다
    분열이 발생하는 온난화의 기본은 해빙이므로
    빙산은 생기지 않거나 생겨도 아주 작다
    질서 있는 세계는 운명의 장난
    위대하고 고결한 정신이 패배했을까
    동물은 가죽을 벗어 먼 바다로 보낸다
    식물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기적극이나 신비극으로 속죄한다
    강제가 없으면 기온이 하강한다는 비관론자들은
    높은 신분과 천한 계급을 혼합해
    영혼을 데우는 주범으로 몰아간다
    고통에 대한 보답은 패배가 아닌 필연적인 승리
    희망 없는 온도를 팽팽하게 당긴다
    위대한 싸움은 해빙을 만들지 않아
    더 높은 고도로 서식지를 옮긴다
    - 「따뜻한 북극」 전문
    홀로 살다 쓸쓸하게 맞이하는 탑골공원
    백골이 된 망자들이 사회문제로 드러나면
    인칭 문제를 둘러싼 사물의 관계는
    구체적인 언어의 암묵적인 이해에 맡겨지고
    상황 지시의 원점에 상정된다
    사망을 야기한 파고다공원으로 개원하였으나
    위험에 노출된 독거노인들은 박카스공원으로 개칭
    고독사에 대처하는 안전 매뉴얼에 따라147
    힘없는 권력을 향해 독립선언문을 낭독한다
    그 밖의 사람을 가리키는 대명사 3인칭은
    판을 끝내는 인칭 세계를 구성
    인칭 의식 발달 초기 여성 단수 2인칭을
    주변 인물로 포함하는 계약을 맺고
    증여자의 사망으로 효력이 발생하는
    주검의 혈흔에 관한 보고를 입법하면
    고독사를 방지하는 골목 상권이 문상한다
    문법이 확정되지 않은 부정칭이
    핵가족 해체 이후 등장한 문제를 푸는 동안
    대상 없는 성인병에 의한 사망은
    청계천과 인사동을 연계한 코스에
    고독사 없는 요양 거리를 추진한다
    - 「4인칭」 전문
    장마철에 더 무섭게 자라는 잡초들
    모질게 뽑아버린 손바닥에
    빗물을 인주 삼아 지문을 찍는다

    이름 없는 것들의 푸른 핏물이
    방향을 분간할 수 없는
    낯선 지도 속으로 천천히 흘러가면

    울며 떠났던 새들이 다시 돌아와
    날개를 씻을 수 있을까

    사지로 내몰린 목숨들은 언제나 아득한데
    낮은 골짜기에 불어온 바람을 거역하지 못해
    가여운 것들 함부로 없애버린 죄
    결코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반항도 하지 않는 풀들의 머리채를
    어지럽게 휘어잡았던 손바닥이 아리다

    풀이 남긴 지문을 들키지 않으려고
    주먹을 쥐고 사는데도
    비가 오는 날이면 풀물이 흘러나온다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풀의 지문
    손바닥을 보이지 않는 날이 오래되었다
    - 「풀의 지문」 전문
    더보기

권호기사보기

권호기사 목록 테이블로 기사명, 저자명, 페이지, 원문, 기사목차 순으로 되어있습니다.
기사명 저자명 페이지 원문 기사목차
연속간행물 팝업 열기 연속간행물 팝업 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