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 7] 내 이름은 금은별.
이렇게 반짝이는 이름을 지어 준 사람은 할머니다.
“우리 은별이는 언제 어디서나 반짝반짝 빛날 거야.”
이랬던 할머니가 변했다.
“어쩜 저렇게 반짝거릴까? 너만 보이는구나.”
할머니가 이렇게 말한 사람은 어이없게도 트로트 신동이다. 그 아이의 이름은 장하다. 하는 짓까지 장한 게 특징이라고 한다. 아코디언 연주가 프로 수준이고, 50년 전 트로트를 줄줄이 꿰고 있으며, 마음을 움직
이는 목소리로 노래까지 잘한다는데, 그 모든 게 시작한 지 2년 만에 이뤄 낸 실력이란다. 무려 독학으로 말이다.
[P. 39] “인기투표 좀 대신해 줘.”
트로트 프로그램 경연 사전 인기투표를 말하는 거였다. 또 귀찮게 생겼다. 대신해 주는 건 귀찮은 일이고, 투표 방법을 가르쳐 주는 건 간단한 일이 아닐 것 같았다. 더구나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도 아닌데 말이다. 나의 소중한 시간을 관심도 없는 연예인 응원하는 데 쓰라니. 왠지 손해 보는 일 같았다.
“공짜로? 나도 얻는 게 있어야죠.”
속마음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할머니가 피식 웃었다. 언제 그 말 하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사실 엄마 몰래 할머니한테 용돈을 타 낸 적이 많다. 핑계도 다양했다. 엄마한테 들켜서 몇 번 혼나긴 했지만, 엄마가 절대 안 들어주는 걸 할머니는 순순히 들어주니까 어쩔 수 없었다.
“얼마면 되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