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섯 번째 책을 내면서 ‘나도 참 간이 크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아 책을 내는가? 그래서 서툴게 변명을 남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책에서는 1년, 12개월, 52주, 365일 하루하루 메모를 정리하였습니다. 이 책은 저 자신에 대한 소소한 생각과 일상입니다. 저의 일관된 관심사로 아름답게 살아가는 기술, 앞선 분들의 경험과 지혜들을 모았습니다.
나의 일상이 궁금했습니다. 나는 무슨 생각으로 무엇을 하며 하루를 살고 있을까. 무슨 일을 하시는지요?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잠을 잡니다. 일과 휴식, 반복되는 삶이라는 쳇바퀴는 자신에게 실례가 될 것 같았습니다. 세상은 갈수록 더 넓고 더 깊고 더 높아 내가 어디에 있고 어느 방향으로 얼마의 속도로 나아가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기하급수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순간순간 변화의 장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만남의 인연을 숨 쉬는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스치는 인연이 아닌 스미는 인연이었으면 합니다만 기억력이 좋지 못해 무엇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에 비해 몇 배의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잊히지 않고 생각나는 것들이 그립거나 기억할 필요 가 있을 때 어디에든지 적어 보았습니다.
흔적과 자국이 마음에 남는 것을 그리움이라고 부른다면 나에게 그리움은 메모가 말해주고 있습니다. 메모는 나의 삶에 스며들어 상상하게 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그 세상은 설렘으로 다가오고 스스로 행복했습니다.
각자의 소망과 다짐으로 새로운 한 해를 여는 문의 수호신 1월. 정화의 달이면서 정열을 불태우며 나아가자는 2월. 삼라만상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을 맞이하는 3월. 대지가 생명들에게 숨구멍을 열어주고 봄바람이 부는 4월. 찬란한 계절, 고마운 계절, 가족의 계절 그리고 동행하는 5월. 향기로운 꽃향기에 마음이 풍요로운 6월. 행운의 계절에 무지갯빛, 북두칠성, 럭키세븐의 7월. 달빛이 곱고 여행하기 좋고 가슴이 뜨거워지는 8월. 세상 모든 것을 품고 풍요로운 결실을 앞둔 기다림의 9월. 음양의 조화로운 완성, 문화와 예술가들이 바쁜 10월. 감동은 100% 나누고, 사랑은 200% 충전하면서 만남의 관계를 형성하는 11월. 내가 왔던 길, 가야 할 길, 그리고 내가 서 있는 길을 돌아보는 질서의 상징 12월을 노래하였습니다.
나의 메모의 한계는 나의 세계의 한계입니다. The limits of my memo are the limits of my world 메모는 대화입니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책상 앞에서 마주하는 메모는 저에게 말 을 합니다. 노래도 불러주고 그림도 그려줍니다. 심지어 나의 말을 들어주기도 합니다. 메모를 잘한다는 것은 나 혼자 나 자신만 바라보는 거울을 창문이 되게 하는 마법 같은 일입니다. 누구든지 볼 수 있는 창문은 넓은 세상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곳저곳의 메모는 에세이처럼, 칼럼처럼, 시처럼, 노래처럼, 어떤 부문은 나의 일상을 특정 형식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정리했습니다.
꿈을 꾸고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살아가 는 오늘이 안전하고 평등하고 행복한 시절로 기억되길 희망합니다. 특별히 늘 부족한 나에게 용기를 준 아내 양진향과 다음 세대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아들 기욱과 기항이에게도 진심으로 감사와 사랑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