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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 회향을 거부한 방랑자, 최인훈 5주기에 부쳐

1. 두 체제의 경험과 문학이라는 저항 기제 - 최인훈과 ‘원산’
2. 실존의 좌표 - 대학 시절의 최인훈과 〈Grey俱樂部 전말기〉(1959) 재독
3. 단절과 혁명 - 최인훈 문학의 또 다른 원형 〈라울전〉(1959)
4. 현실과 접속하려 우회하는 - 「수」(1961)에서 『회색인』(1961)의 실험
5. 전유와 투쟁하는 전유 - 역사의 동원과 해소로 현재와 길항하기, 『서유기』(1966)

나가며 - ‘되받아쓴’ 역사로서의 최인훈 문학

〈부록 1〉 최인훈이 대학 시절에 쓴 수필 〈인생의 충실〉과 〈실존 - 계절의 위치〉 전문 (발굴 자료)
〈부록 2〉 끝내 흩어지지 않을 목소리 - 최인훈 작가와의 인터뷰
〈부록 3〉 생애 및 서지 관련 보완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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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와 여정 : 최인훈 문학의 형성 경로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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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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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DERER FROM THE UNKNOWNED LAND. 어느 날 문득 꿈속으로 가라앉은 ‘나’의 발걸음이 눈 덮인 묘지 앞에 다다른다. 그리고 어떤 운명처럼, 위의 글귀가 그의 시선을 정박시킨다. 이것은 누군가의 묘비명으로, ‘알 수 없는 곳’에서 온 ‘방랑자’라는 뜻을 내장하고 있다. 말하자면 이 묘비의 주인은 지상의 어느 곳도 ‘고향’ 삼을 수 없는 존재로 자신을 정위한 것이다. 잘 알려진 『화두』(1994)의 일부를 이렇게 옮겼다. ‘WANDERER FROM THE UNKNOWNED LAND.’ 이것은 작중 ‘나’나 조명희, 혹은 또 다른 누군가의 것이겠고 나에게는 최인훈 선생님이 생전에 당신을 위해 새겨둔 비명(碑銘)이자 비명(悲鳴)처럼 보이기도 했다. (중략)
계속되는 정치, 경제, 환경의 위기 속에서 기댈 수 있는 진리가 희미해지고 아집만이 만연해진 세계, 나나 내집단의 이익만이 추수되고 타자에 대한 사랑이나 외집단에 대한 인정이 부재하는 시대. 현실이 담보한 이 뿌리 없는 에토스의 문제는 결국 당대인으로서의 우리가 우리 앞에 진열된 (마치 진리인 척 군림하는) 이데올로기들을 ‘자각의 고리’를 통해 검토하지 못해온 데서 비롯된 것은 아닌가. 나는 2020년대의 이 격랑의 한복판에서, ‘결국 우리 모두가 정
신적 난민이다’라고 되뇌는 최인훈 선생님의 목소리를 새기고 또 새긴다. 나 자신을 바로 세우고 문명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생각한다.

- 저자 서문 「방랑자의 영원 - 최인훈 5주기(2023)와 『화두』 발간 30주년(2024)에 부쳐」 중에서

이 책은 한국현대문학사 안에서 가장 문제적인 작가로 손꼽히는 최인훈의 문학 세계가 형성된 경로를 면밀히 조명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2018년 타계하여 2023년에 5주기를 맞은 최인훈은,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나 원산중학교와 원산고등학교에서 수학했고 1950년 LST로 피난하여 이른바 월남민으로, 월남 작가로 살아가게 된다.
그는 그런 자신을 ‘회향을 거부한 방랑자’로 정위하면서 자신의 삶과 내면에서 길어 올린 상처와 고통으로 지적이고 아름다운 문학 세계를 누벼냈다. 이 책에서는 최인훈의 그러한 생애와 서지에 대한 실증적인 접근을 바탕 삼아 그가 주조한 문학적 주체 ― 즉 진리로 군림하는 억압적 이데올로기로의 단절과 혁명을 꿈꾸는 현, 바울/라울, 이명준, 독고준 등의 형상이 그 자신이 경험한 두 개의 체제, 즉 초기 이북의 사회주의 체제와 전후 남한의 체제에서의 경험을 질료 삼고 있음을 밝히려 하였다. 그 과정에서 그의 모든 작품이 작품 발표 당대와 접속하기 위해 만들어진, 작가의 명명을 따르자면 ‘당대주의’ 소설임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에는 이와 더불어 최인훈이 서울대학교 재학 시절 대학 신문에 발표했던 두 편의 수필 원문(발굴작)과 최인훈 서지 관련 보완 사항, 그리고 이 책의 필자가 최인훈과 진행했던 인터뷰가 부록으로 담겨 있다.
이 책의 저자는 2021년부터는 한국연구재단의 공동연구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북한지역' 관련 문학 자료의 지역학적 연구’(서울대학교)팀의 일원으로 북한의 관북 지역 관련 문학 자료를 아카이브하고 최인훈 등의 북한 출신 작가 및 작품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 오고 있다. 또한 ‘텍스트 비평 및 역사-비평 편집학: 문학 연구를 위한 기초연구’(한국외국어대학교)팀 소속으로 최인훈의 <<광장>> 판본의 디지털화 작업에 참여하여 프로그램 개발 및 텍스트 비평을 시도하는 중이다.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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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5] 1949년 원산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한 소년은, 문학에 재능이 있다고 잘 알려진 후배를 만나러 같은 학교 1학년 6반 교실로 내려갔다. 그때 흘끗 본 후배의 옆모습을, 그는 오래 잊지 못한다. 몇 년이 흘러 남한의 월계다방에서 둘은 우연히 재회를 했고, 원산 시절의 야기를 반갑게, 또 서글프게 풀어 놓는다. 훗날 한국 현대문학사에 이름을 아로새긴 두 작가, 이호철과 최인훈의 만남이 이러하였다.
[P. 96] 최인훈은 월남 이후 사실상 처음 공식적인 지면에 발표한 글을 통해 북한에서 경험했던, 존재에 관한 선험적이고 강제적 규정 방식을 지양해 나가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인간 실존이 ‘무’의 상태로 태어나 본질을 선택할 수 있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전개되고 구현되’어 종내 ‘충실을 향해 비약’해가는 자유로운 존재임을 역설함으로써 말이다.
[P. 148~149] 라울은 왜 예수의 사도가 되지 못했을까. 소설은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바울의 행보를 통해 보여준다. 바울 역시 자신이 발 딛고 살아가야만 하는 로마 사회의 기율 - 유대교나 그리스의 율법적 전통 하에 놓여있었지만 그것을 절대적이거나 우월한 것으로 여기지 않았다. (중략) 도리어 그는 그것들을 회의하는 자였고 그 회의 덕분에 예수로부터 사랑의 실천을 배운 후 노예를 해방하며 기독교적 혁명의 주체가 된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식을 깨트리지 못하는” 라울과, 바울의 차이가 바로 이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