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머리말
세상을 담은 그림 세계를 만나다
그림을 감상한다는 것은 마음의 여백을 채운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림을 보면서 저마다의 감정과 상황에 따라 제각각의 마음의 떨림을 겪곤 한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엔 생동하는 봄의 환희에 빠지고 싶고, 힘들고 지친 하루를 보낸 날에는 편안히 쉴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싶어 한다.
작가는 미술작품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감정 등을 표현한다. 따라서 미술감상은 작품에 표현된 작가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아름다움을 느끼고 경험하는 모든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화가 박수근 선생은 어린 시절 밀레의 작품 <만종>을 보고 감동하여 평생 화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미술작품은 감각적 형식뿐 아니라 감상자의 정신적 부분에도 영향을 주기도 한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감동하는 것은 사람의 본능이다. 따라서 미술작품을 보고 느끼는 감상 활동은 마음을 즐겁게 해 줄 뿐만 아니라 마음의 안정을 주고 생활을 더 윤택하게 해 준다.
미술작품은 귀중한 역사적 산물이자 문화적 업적이다. 그래서 미술 감상을 통해 작품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뿐만 아니라 미술 문화의 변천과 특징을 이해하고 동시에 다른 문화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영국의 BBC 방송이 다큐멘터리로 방영한 ‘위대한 그림 220선’을 주제로 미학적 관점에서 다시 각색하여 엮었다. ‘고유한 스타일’과 ‘새로운 미술 언어’로 전 세계 불멸의 작품이 된 그림 220선을 살펴본다.
선택 범위는 12세기부터 1950년대까지의 유럽 회화에 중점을 두었다. 신부가 임신했나? 남자는 왜 베레모를 쓰고 있는가? 어떻게 전쟁의 그림자가 춤추는 장면에 드리워질까? 이런 과정에서 고대 이집트에서 현대 유럽까지, 그리고 르네상스부터 20세기까지 여행을 떠난다. 그리스 영웅들과 가난한 독일 시인들을 만나고, 대성당에서 카바레 바, 에덴동산에서 프랑스 시골의 가든 벤치와 도시의 골목길까지 돌아다닐 것이다.
마음의 무늬를 시시각각 다르게 표현해낸 인상주의 그림과 마음의 갈피를 제 마음 가는 대로 표현해낸 추상주의 그림, 마음의 행로를 야생적으로 드러낸 표현주의 그림, 자연의 순수한 빛깔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서정 풍경화, 일상의 고단함과 삶의 의미를 사실적으로 전하는 사실주의 그림 등이 다채롭게 저만의 색과 형과 감성을 형상화해낸다.
미술은 아름다움을 보는 기술이다. 이 책에 소개되고 있는 220선의 미술작품에는 220가지의 아름다움을 보는 다채로운 우주가 있다. 이 책엔 세계명화의 역사와 사조, 화가와 시대를 아우르는 사랑과 고통의 혼으로 빚은 아름다운 우주가 담겨 있다. 이 작품들은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어떤 때는 영웅적으로, 또 어떤 때는 인간적이고 예술적으로, 그리고 가끔은 아픈 사회의 모습으로, 달고 쓰고 맵고 짜고 떫은 감성의 맛을 보여 준다.
이 책은 미술관을 담고자 했다. 더 많은 자유를 얻기 위한 예술에 대한 이해를 구하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 중 일부를 확대경 아래에 놓고 그들의 가장 작고 미묘한 요소와 그것들이 지나간 시간, 장소, 그리고 문화에 대해 드러내는 모든 것을 밝혀내고자 한다. 주제와 상징이라는 세세한 부분까지 우리의 눈을 이끌면서 그들의 복잡함과 호기심을 통해 가장 친숙한 그림들도 새롭게 살아날 수 있게 한다.
이 책 속엔 우리가 알고 싶었던 미술의 숨겨진 이야기도 있고, 그림 속에 숨겨진 사연도 있다. 그리고 갤러리 벽에 걸린 채 때로는 위풍당당하게, 또 때로는 고상하고 우아하게 소리 없이 미소짓고 있는 그 그림들을 향해, “무슨 사연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서 그곳에 걸려 있느냐?”고 묻는 독자들의 호기심에 답하는 220가지의 흥미로운 답변이 담겨 있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 이야기들을 통해 ‘그림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경험할 뿐만 아니라 ‘훌륭한 작품을 이해하는 안목’을 길러내는 힘을 얻을 수 있다.
그림 속에는 다양한 내면의 표정이 담겨 있다. 그림 속 내면의 표정을 찾는 감성 여행은 다채로운 느낌의 나를 찾는 길이다. 화가는 그림 속에 자신의 영혼을 담기도 하고, 유년의 즐거웠던 추억을 그려 넣기도 한다. 때로는 따사로운 파스텔 톤이기도 하고, 때로는 흐리고 어두운 회색빛 톤이기도 하다. 가끔은 순백색으로 포장되다가 찬란한 무지개색 같기도 하다. 그렇게 제각각의 독특한 색상으로 자기만의 길을 떠난다.
평화롭고 조용한 삶의 여백과 휴식을 느끼고 싶을 때, 평화와 소요를 담은 책 속의 아름다운 화폭에서 나만의 편안한 안식을 얻는 것도 좋을 듯싶다. 하얗게 눈 덮인 은빛 세상을 감상하면서 어릴 적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를 바라보면서 따사로운 햇살을 느끼기도 한다. 때로는 너무나 아름다운 풍광에 이끌려 매혹되거나 뜻밖의 즐거움을 경험하는 일상의 경이로움에서도 평화와 소요의 감정에 젖어 들게 한다.
그림을 안다는 것은 새로운 아름다움의 세계로 들어가는 즐거운 감성의 내비게이션이다. 처음에는 그 세계가 무척이나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문을 열고 한 발짝 두 발짝 더 깊이 들어가다 보면 매혹적이고 감미로운 아름다움의 세계가 우리를 맞는다. 그래서 삶이 힘들고 고단할 때, 불안하고 우울한 감정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때 그림 속으로 기쁘게 빠져들면, 그림은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일깨워 주고, 평화롭고 편안한 감성의 생기를 북돋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