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국회도서관 홈으로 정보검색 소장정보 검색

목차보기

행간을 걷다 9

작품해설 202
작가의 말 216

이용현황보기

행간을 걷다 : 김솔 소설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
0003102610 811.33 -24-738 [서울관] 인문자연과학자료실(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0003102611 811.33 -24-738 [서울관] 인문자연과학자료실(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B000105073 811.33 -24-738 부산관 종합자료실(1층) 이용가능
B000118994 811.33 -24-738 부산관 종합자료실(1층) 이용가능

출판사 책소개

알라딘제공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쉰한 번째 책 출간!

존재와 존재, 의식과 의식,
기억과 기억 사이에 드러나지 않는 틈새
그 틈새가 펼쳐 보이는 알레고리!


김솔의 신작소설 『행간을 걷다』가 핀 시리즈 쉰한 번째 소설선으로 출간되었다. 익숙한 장소와 인물을 등장시키는 듯하지만 특유의 낯설게하기 기법으로 독자를 전혀 새로운 상상의 세계로 안내하는 김솔은 2012년 등단 이후 <문지문학상> <김준성문학상> <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하며 그 문학성을 인정받고 있다.

“언어가 아닌 여백으로 이야기를 완성해나가는, 드러난 것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작가”(이기호) “정교함과 분방함 사이에서 10년 이상 안정적으로 주행해온 그의 문장이, 어째서 여태 소수의 독자에게만 발견되어 일종의 비의秘儀처럼 읽혔는지 미스터리다.”(구병모)라는 평가를 받는 김솔의 이번 소설은 한 남자의 두 개로 나뉜 자아에 관한 이야기이다.

금고 제작자의 삶을 살다 환갑을 앞두고 뇌졸중을 앓게 되며 편마비가 온 남자는 마비된 한쪽 몸으로 인해 자신의 삶이 권태와 회환에 빠질 것이라 예감한다. 죽음의 그림자를 품고 살게 된 남자는 마비된 몸과 온전한 몸으로 자아를 나누고, 마비된 쪽을 ‘너’(혹은 ‘쉥거’)라 지칭한 후, 그 안에 회환과 무력을 파묻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온전한 쪽만을 ‘나’라 여기고, 그 안에서 자기에게만 유효한 시간을 살아가기로 마음먹는다.

밝혀지지 않은 병의 원인이 몸속에 숨어 있다면 밝혀지지 않은 치료 방법 또한 몸속에 담겨 있을 것이라 여긴 남자는 매일 같은 시간에 하천을 따라 걷기로 결심한다. 매일 만나는 하천은 뇌졸중 환자의 시간처럼 느리게 흐르는 듯 보이지만, 고요한 그곳은 사실 군부 독재 시절 개발로 사라지고 인공 하천으로 거듭난, 뒤틀려진 욕망이 자리한 곳이다. 남자는 산책을 하며 불륜을 저지르는 아내, 과거 자신이 저질렀던 살인과 미수에 그친 이야기 등을 떠올리며 자신을 둘러싼 욕망의 본질과 속성을 파헤치려 하지만 그 어떤 것에도 명쾌한 답을 찾지 못한다. 그러는 사이 죽은 ‘너’와 살아 있는 ‘나’는 ‘우리’가 되고, 하천은 행간이 되고, 이야기는 물을 사이에 둔 길 위의 모든 것이 되며 영겁과도 같은 천변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시종일관 새로운 시공간을 열어젖히며 생의 기쁨을 조잘거리는 이 소설이 삶과 죽음에 대해 일설하는 바는 명징하다. 삶의 생동과 진실이 약동하는 림보, 모순이 요동치는 여백, 모든 순간의 코리스모스가 살아 숨 쉬는 행간이 존재해야만 우리는 살 수 있다는 것. 그런 이중성의 시공간을 사유하며 ‘행간을 걷다’라는 현재진행형의 문장을 시인처럼 말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동어반복의 세계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 그 특수한 양자적 진술의 세계야말로 모두에게 모순적이어서 공평한 이 시대의 보편적 정신이다.
-전청림(문학평론가)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하천을 따라 산책하는 주인공과 함께 소설이 던지는 화두를 함께 풀어가며 존재와 존재, 의식과 의식, 기억과 기억 사이에 드러나지 않는 틈새를 들여다보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는 소설이다.

월간 『현대문학』이 펴내는 <핀 소설>, 그 쉰한 번째 책!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월간 『현대문학』 지면에 선보이고 이것을 다시 단행본 출간으로 이어가는 프로젝트이다. 여기에 선보이는 단행본들은 개별 작품임과 동시에 ‘한 시리즈’로 큐레이션된 것이다. 현대문학은 이 시리즈의 진지함이 ‘핀’이라는 단어의 섬세한 경쾌함과 아이러니하게 결합되기를 바란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은 월간 『현대문학』이 분기별 출간하는 것으로, 내로라하는 국내 최고 작가들의 신작을 정해진 날짜에 만나볼 수 있게 기획되어 있다.

현대문학 × 아티스트 오세열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아티스트의 영혼이 깃든 표지 작업과 함께 하나의 특별한 예술작품으로 재구성된 독창적인 소설선, 즉 예술 선집이 되었다. 각 소설이 그 작품마다의 독특한 향기와 그윽한 예술적 매혹을 갖게 된 것은 바로 소설과 예술, 이 두 세계의 만남이 이루어낸 영혼의 조화로움 때문일 것이다.

오세열

1945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라벌예술대학과 중앙대학교에서 수학했다. 부산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학고재 상하이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 및 그룹전을 가졌다. 국립현대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프레데릭 R. 와이즈만 예술재단(미국 로스앤젤레스) 등 국내외 주요 미술 기관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책속에서

알라딘제공


매번 결말이 달라지는 꿈,
입구와 출구가 모두 없는 잠.
영원히 끝나지 않는 소설!

문장, 문단, 서사의 차원까지 모조리 양자의 비밀을 품은 이 소설은 “진리는 문자에 담기지 않고 여백에 담기”며 “그 안에서 쉴 새 없이 진실이 요동”친다는 책의 의미를 현시한다. 다시 말해 문자보다는 여백이, 여백보다는 그 안에 담긴 운동성이 진리에 더 가깝겠다는 것이다. (……) 이 소설에서 행간이란 텅 빈 공허가 아니라 물질로 가득 찬 요란한 요새이며, 모순되는 것들이 부글부글 끓는 채로 유지되는 시끄러운 침묵이다. 그러므로 남자가 걷는 행간은 한적하고 깊은 우물 같은 것이 아니라 시시때때로 주객과 시공간과 인과율을 끌어당기고 밀어내는 팽팽한 힘줄 같은 것이다. (……) 이 소설은 남자가 자기 안의 모순으로 퇴행하듯, 이야기의 진행마저도 자꾸만 이야기 안으로 퇴행하는 기이한 균열을 현시한다. 행간의 장력 탓에 영원히 끝나지 않는 소설의 마법, 알레프의 저주이자 축복 같은 이 소설은 다시 하천의 이야기를 끌어내며 끝이 아닌 지속으로 마무리 지어진다.
-전청림, 「작품해설」 중에서
[P. 9~10]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부터 나는 둘로 나뉘었다. 오른쪽 절반은 더 이상 내가 아니고 왼쪽 절반에만 겨우 내가 남았다. 둘로 나뉘기 전까지 나는 오른손잡이였다. 그래서 나의 인생은 늘 오른쪽에서 시작됐다가 왼쪽으로 빠져나갔다. 오른손은 모험을, 왼손은 균형을 담당했다. 그러니 왼쪽 절반에 유폐된 나는 권태와 허무 사이를 오가다가 여생을 소진하게 될 것이다. 나에게서 사라진 오른쪽 절반의 인간이 나는 몹시 그립다. 그는 나를 통째로 지배하고 있다가 갑자기 사라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