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품의 생산→소비라는 자연주의를 넘어 ‘소비주의’ 사회를 향해 치닫는 21세기에는 소비→생산으로 사회의 순환 과정이 역전되고 있다! 21세기 소비주의 사회의 온갖 유혹과 기현상에 대한 심층적 해부학 책이자 실천적 해독제
대통령 관련 ‘선물’도 ‘명품 가방’이 되고, MZ세대의 꿈은 명품족이 되는 것이고, 유행에 처지는 것은 아재와 꼰대라는 저주의 낙인을 받는 것이다. 20세기까지만 해도 사회는 베버 식의, 즉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라는 기본 논리에 따른 노동과 생산 중심 사회였다. 물론 슘페터처럼 자본주의의 혁신을 주장한 것이 어느 샌가 주류가 되었지만 그것도 여전히 노동과 생산 중심 논리였다. 하지만 디지털과 미디어 혁명은 사회를 일거에 소비 주도 사회로, 소비주의 사회로 만들어버렸다. SNS는 개인을 매시간 타자들과 글로벌하게 연결하고, 무수한 비교와 유행과 첨단을 동시대적으로 소비하도록 만든다.
20세기 말까지만 해도 소비는 생산의 목적이지만 생산에 여전히 종속되어 있고, 목적 또한 삶에 ‘필수적인 부분’을 충족시켜 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20세기 말부터 생산을 주도하는 것은 오히려 소비가 되었으며, 소비 또한 삶에 필수적인 부분을 충족시켜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독립되고 자율화되었다. 그리하여 자본주의 식이나 마르크스 식의 생산-유통-소비라는 순환 사이클이 무너지게 되었다. 가령 애플 모바일폰은 ‘제품’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작품’이라는 이미지를 팔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아무 이유도 없이, 빚을 져서라도 명품을 하나 손에 넣어야 하는 ‘명품족’의 탄생에서 정점에 이르고 있다.
인간에게 필수적인 것으로부터 그처럼 독립하고 자율화되게 됨으로써 이제는 상품으로부터의 삶의 소외라는 역설적 상황이 나타나게 되었다. 가령 무수한 상품이 유행에 뒤처지거나 ‘힙하지’ 않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쓰레기’로 취급된다. 그리하여 가령 상품이나 제품이 인간과 프루스트의 마들렌 과자 같은 관계를 맺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지게 되었다. 연대, 소속, 친밀감 등보다는 명품, 첨단, 유행 등이 소비 사회를 주도하는 과정의 이면에서 인간은 동시에 깊은 우울증, 불안감, 열패감에 시달리는데, 그것을 통해 일종의 소비의 악순환의 사이클이 완성된다. 과거의 과잉 소비나 사치 또는 베블렌 식의 과시적 소비와는 또 다른 ‘소비주의 사회’의 본격 도래와 관련해 바우만의 이 책은 오늘날 급박하게 요청되는 사회 비판의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책속에서
[P.18] 그들은 동시에 상품의 기획자이자 그들이 홍보하는 상품이다. 또한 상품이자 그것의 마케팅 주체이며, 상품이자 출장 판매원이다. 통계표 작성자에 따라 어떤 계층으로 끼어 들어가건 그들은 모두 시장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동일한 사회적 공간에 거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