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부 나의 꿈은 적을 수 없어요 나의 꿈은 적을 수 없어요 지금도 그럴까요 불을 켜고 끄는 능력 엄마, 이번 방학엔 문제집 아래 빛나는 그것 아프고 나면 한 뼘 그늘 아래 장군 멍군 동네 이웃들 지금 이 세계는 주말 나들이
제2부 한밤중 강변에서 기다리고 있음 살구나무 회의 한밤중 강변에서 기다리고 있음 급식 시간 타로 나의 느림은 이유가 있다 삐딱하게 마음속 깊은 곳 시험 날 아침, 지각 날씨 흐림 콩 가지 버섯 멸치
제3부 인간과 귀신이 함께 매봉산에서 만나요 1일 1빵 하는 엄마 고슴도치 할머니 성북영 우리들 마음에 빚이 있어 말아 올린 속눈썹 조개 할머니 겨울의 속도 할머니의 잠꼬대 인생과 인삼 긴긴밤 인간과 귀신이 함께 아나콘다가 엄마를 삼켰어요
제4부 우리 몸속에 살고 있는 수없이 많음 슬픈 삼각형 웃긴 사각형 고향이 어디니 할머니의 봄 쿠키인가 비누인가 언니는 좋겠다 삼대의 입맛 방들의 즐거움 칼로 물을 벤다는 것 사랑이 서로 달라 아침에 베이컨 저녁의 베이컨 우리 몸속에 살고 있는 수없이 많은
발문 | 최지은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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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위축과 불안 속 깊이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 청소년 사춘기를 지나는 청소년들은 자기 자신을 부정하기도 하고 긍정하기도 하면서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을 떨쳐 내지 못한다. “땅속에 묻어 버리고 싶”을 만큼 “내가 아니었던 창피한 순간”과 “다 알면서 실수했던 이상한 순간”(「마음속 깊은 곳」)들이 문득문득 떠오르면 “모든 것이 어렵고 문득 어두워지고 발이 계속 빠진다”(「급식 시간」).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자주 사라지곤”(「고슴도치 할머니」) 하고, 심지어 꿈을 말하면 “달아날 것 같”(「나의 꿈은 적을 수 없어요」)아 적을 수도 없어 혼란스럽기만 하다. “열다섯 살의 나는 좋아하는 게 없”고 “잘하는 게 뭔지 모르겠”고, “완벽하지 않아도 좋았던 시절” “그때는 즐겁고 귀여운 아이”였지만 “지금은 졸리고 무거운 청소년”(「지금도 그럴까요」)일 뿐, 미래를 생각하면 막막할 따름이다. 가끔은 “나는 어디로 가고 있지”라는 의문 속에서 “장기짝처럼 내가 우습게 여겨”(「한 뼘 그늘 아래 장군 멍군」)지기도 한다.
다섯 살의 나는 땅파기를 좋아했답니다 (열다섯 살의 나는 좋아하는 게 없습니다)
사칙 연산보다 땅파기를 잘했습니다 (지금은 잘하는 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개미 지네 공벌레의 다정한 친구였습니다 (지금의 나를 좋아하는 친구 누가 있을까요)
(…)
그때는 즐겁고 귀여운 아이였습니다 (지금은 졸리고 무거운 청소년이라 해야 할까요)
완벽하지 않아도 좋았던 시절이 지나갔습니다 (먼 미래에 생각하면 지금도 그럴까요) ―「지금도 그럴까요」 부분
하지만 청소년은 “아직 아무것도 아니지만/그 무엇도 될 수가 있”(「타로」)는 존재다. 청소년들은 현실에 굴하지 않고 “나는 나를 사랑한다”(「나의 느림은 이유가 있다」)는 마음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때로는 가족 안에서 “내가 없으면 어쩔 뻔했어/내가 아니면 웃을 일이 없잖아”(「쿠키인가 비누인가」) 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하고, “꼭 대단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괜찮지 않나요?”(「인생과 인삼」)라고 되묻기도 하면서 결국 삶은 “나답게/내가 사는 거”(「삐딱하게」)라는 깨달음에 닿아 간다. “거북이 굼벵이 나무늘보 코알라”만큼 “말도 느리고/걸음도 느리고/행동도 굼뜨”지만 당당하게 “나의 느림 만세!”라고 외치며 “나의 속도로 간다”(「나의 느림은 이유가 있다」). 그렇게 자기만의 세계를 꾸려 나간다.
노크하고도 3초 후에 들어오라고 했잖아요 인간적으로 너무 빨라요, 엄마는 그러게 이상하다, 후다닥 뭘 그리 바삐 치우니? 줘 봐, 이리 내 봐, 뭘 숨기는 건데? 문제집 아래 빛나는 그거 뭐니? 하려면 당당히 하지 뭘 숨기고 그래? 휴대폰으로 도대체 뭘 보는 건데? 수상하다 너 정말 이상한 건 엄마죠, 뭘 캐고 그래요? 그냥 놀라서 그렇죠 문제집 아래 그거, 몹시 빛나는 것 같다? 문제집이 뭔 죄니? 치우고 당당히 해 뭘 보든 당당히 보고, 아님 보지 말든가 그게 그렇게 쉬운가요, 엄마는? 쉽지 않아도 할 건 하고, 말 건 말아야지 그게 잘되면 십 대겠어요? 어릴 적 엄마 한번 만나고 싶네요 타임머신이 없어서 다행이네요 만날 수 없으니 노크하고도 3초 후에 들어오세요 인간적으로 제게도 3초는 필요해요 ―「문제집 아래 빛나는 그것」 전문 가족이라는 프리즘으로 확장되는 자기 세계 청소년은 그렇다고 자기 안의 세계에만 갇혀 있는 것은 아니다. “다 알 수 없는 삶”(「주말 나들이」)이지만 ‘인생’을 ‘인삼’이라고 불러 보면서 “멋짐이 폭발하는 인삼”(「인생과 인삼」)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며 주변을 둘러보기도 한다. “이모들의 사랑은 하나님”이고 엄마는 “부처님께 빌 게 많”은 모습을 관찰하며 “믿음에는 노력이 필요”(「사랑이 서로 달라」)하다고 간절함을 이해하기도 한다. “엄마와 아내와 며느리 사이”에서 “엄마의 인생은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 것일까”(「아나콘다가 엄마를 삼켰어요」) 고민해 보면서 “날마다 피곤하고 우울한 엄마”(「1일 1빵 하는 엄마」)가 언제나 행복하기를 바라고, “바쁜 아빠를 바쁜 아빠로서/계속 사랑하기로”(「슬픈 삼각형 웃긴 사각형」) 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한다.
아나콘다가 엄마를 삼켰던 꿈 자다가 일어나 울던 어린 내가 기억납니다 아나콘다가 엄마를 뱉어 내기를 바라며 꿈속의 나는 막대기를 들고 허공을 찔렀는데 아나콘다는 꿈쩍도 하지 않았지요 나는 엄마가 떠날까 불안했을까요
할머니와 아빠와 나 사이 엄마는 말도 많고 엄마와 아내와 며느리 사이 고민도 많고 엄마의 인생은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 것일까요 벌레들이 붙어도 태연하고 아나콘다가 삼켜도 꼼짝 않는 엄마의 삶을 생각해 봅니다 꿈속의 엄마보다 꿈 밖의 엄마가 행복하기를 바라 봅니다 ―「아나콘다가 엄마를 삼켰어요」 부분
시집에는 ‘할머니’가 유독 자주 등장하여 “따듯하고 고소한”(「말아 올린 속눈썹」) 할머니의 냄새를 풍긴다. 가족 안에서 일정한 역할과 책임을 느끼는 ‘나’에게 ‘할머니’는 안식처 같은 존재다. 더 나아가 시인은 ‘할머니’의 서럽고 성실한 삶을 통해 시적 화자인 사춘기 소녀 ‘나’에게 청소년이기 전에 여성으로서의 존재 의식을 일깨워 준다. 잠든 할머니를 지켜보며 “강낭콩처럼 둥글고/옥수수알처럼 노랗고/백설기처럼 폭신한” “할머니의 꿈을 기록”(「할머니의 잠꼬대」)하는 ‘나’는 기특하고 대견하고 사랑스럽고, “죽은 할머니 애써 부르려고/뜨겁고 시뻘건 팥죽”(「긴긴밤 인간과 귀신이 함께」)을 끓이는 ‘엄마’들을 상상하면 가슴 한편이 아릿해진다. 나아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할머니-엄마-나’로 이어지는 “여성의 연대와 연결성을 가늠해”(최지은, 발문) 보면 “내 몸속에는 할머니도 있고 엄마도 있는 것”이라는 발견에 이르러 “혼자이지만 혼자일 수가 없”고 “무언가 할 수 있을 것 같”(「우리 몸속에 살고 있는 수없이 많은」)다는 용기를 얻기도 한다.
할머니는 이제 없지만 엄마의 몸속에 할머니가 다시 살고 있는 것 같다 엄마가 나를 낳아 내 몸속에 엄마가 다시 산다면 내 몸속에는 할머니도 있고 엄마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내 눈빛은 나만 보는 것이 아니고 내 목소리는 나의 목소리만은 아닐 것이고 내 팔다리에도 엄마의 엄마의 엄마가…… 이렇게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우리 몸속에 살고 있는 수없이 많은 엄마들이 함께 웃고 울고 하는 것 아닐까
외로워도 외로운 게 아니다 혼자이지만 혼자일 수가 없다 무언가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몸속에 살고 있는 수없이 많은」 전문
화자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가족의 과거와 현재를 상상하며 그들을 한 인간으로 이해하던 시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세계 곳곳에서 “건물이 쓰러지고/지붕이 날아가고/아이들이 죽어” 가는 참상을 보며 단지 “인종이 다르고/종교가 다르고/민족이 달라서”, “성별이 다르고/계급이 다르고/계층이 달라서” 서로가 서로를 차별하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하는 “희망이 없는” 세상에서 “희망을 갖고 산다는 건 무엇일까”(「지금 이 세계는」) 고뇌하기도 한다. “친구가 기침이라도 하면 불편”한 마음이 들던 팬데믹 사태를 겪고 나서는 “생명이 있는 것들이 사이좋게 지낼 때/지구도 아프지 않고/인간도 아프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작은 인간이 되어야”(「아프고 나면」)겠다는 다짐을 새기기도 한다. 마침내 그 시선은 나와 가족을 넘어 사회로 향하게 돤다.
건물이 쓰러지고 지붕이 날아가고 아이들이 죽어 갑니다
길거리에 즐비한 시체들 피 흘리는 사람들 구조되지 못합니다
배를 타고 어딘가로 떠나는 사람들 난민은 거부되고 또 떠돌겠지요 표류하다 굶어 죽는 사람들
인종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고 민족이 달라서 ―죽일 수 있습니까? ―있습니다
(…)
답하는 사람들 무서운 사람들 희망이 없는 사람들 사이에 희망을 갖고 산다는 건 무엇일까요? ―「지금 이 세계는」 부분 서로가 서로에게 건네며 ‘다음’으로 전승되는 응원과 위로 『슬픈 삼각형 웃긴 사각형』은 여느 청소년시집과는 결이 다르다. 핵가족 시대에 대가족 서사를 다룬다는 점이 각별하고, 섬세한 언어 그 자체를 느껴야 하는 시편들이 청소년에게 ‘청소년시’에서 ‘시’로 건너가도록 징검다리가 되어 준다.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어린 시절에 바라보았던 “골목길이며 재래시장이며 엄마와 할머니 들의 모습을 지금도 소중하게 기억”하면서 주변의 할머니와 아이들이 만들어 내는 “동그라미”가 자신을 감싼다고 말한다. 이 시집은 시인이 독자들에게 건네는 무수한 ‘동그라미’들이다. 동그라미는 조곤조곤 말한다. “생각조차 안 한다면 아무것도 못”하니 “조금 엉뚱하고 삐딱한 생각”이라도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펼쳐 보자고, “믿음이 이끌어 가는 삶”이 우리의 미래가 되기를 바란다고. “괜찮아, 점점 좋아질 거야”(「조개 할머니」) 속삭이는 한마디가 따뜻한 위로와 뜨거운 응원이 되어 언제나 청소년들의 곁을 지켜 줄 것이다.
나는 엄마의 골칫거리이자 할머니의 영원한 강아지이자 아빠의 귀염둥이로서 나는 나 나의 웃김 속에 굴러가는 우리 가족들 슬픈 삼각형이었다가 웃긴 사각형이었다가 ―「슬픈 삼각형 웃긴 사각형」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