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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없는 수영장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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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없는 수영장 : 김선정 장편소설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
0003134262 811.33 -24-1239 서울관 인문자연과학자료실(314호) 이용가능
0003134263 811.33 -24-1239 서울관 인문자연과학자료실(314호) 이용가능
B000110723 811.33 -24-1239 부산관 종합자료실(1층) 이용중

출판사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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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위로 끌어내는 기이한 울음소리
오늘날 청소년들이 바라본 저릿한 과거


돼지 농장 외에는 별달리 내세울 게 없는 지역 목현읍. 하루하루가 지루하기 짝이 없던 고등학생 기현 앞에 구미가 도는 사건이 일어난다. 괴팍하기로 소문난 당직 기사 김 씨가 야간 순찰 중에 쓰러졌다. 하지만 그보다 충격적인 건 김 씨가 쓰러진 장소이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수영장이 학교 뒤편에 자리하고 있었다는 것. 게다가 여기서 괴상한 울음소리를 듣고 쓰러졌던 당직 기사가 한둘이 아니라는데…. 때마침 웹소설 창작 소재와 자료 조사를 함께할 조력자가 필요하던 기현은 수영장 근처를 기웃거리다 우연히 두 사람을 마주친다. 어려서부터 영혼의 원한을 어렴풋이 들어 온 진호, 과거 마을에서 가장 큰 돈사 현웅농장에서 근무한 외국인 노동자 아버지를 둔 영리! 현웅농장의 손주 현상구에게 내내 괴롭힘당하던 셋은 그 공통점을 연결 고리로 삼아, 기현의 웹소설 수익을 나누어 가지겠다는 조건으로 학교의 비밀을 파헤쳐 나가기로 한다. 오래전에 죽었다는 수영부 에이스와 똑 닮은 체육 교사, 수영장 근처에 떨어진 현상구의 돼지 키링, 구제역 백서에 기록된 바가 없는 현웅농장까지, 물 없는 수영장을 조사하면 할수록 의미심장한 단서들이 드러난다.
벌써 십여 년이 지나 버린 구제역 사태는 현재 청소년들에게는 다소 생경한 실상일 수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 곁에서 글을 써 온 김선정 작가는 오래도록 마음속에 품어 온 구제역 사태를 어떻게 알리고 싶었을까? 또 왜 알리고 싶었을까? 작가는 다양한 미디어로 시대와 소통하는 오늘날 청소년들의 경향을 반영하여, 그들이 즐겨 읽는 웹소설 형식을 빌려 와 구제역 사태의 행방을 흥미롭게 추적해 나간다. 특히 주인공들이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미스터리한 공간에 다가갔듯이, 『물 없는 수영장』은 구제역과는 거리가 먼 지금 청소년 독자들에게 사소한 관심에서 시작한 일이 결국엔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 온 것들을 돌아보게 하고, 그 작은 발견으로 눈앞의 세계가 확장될 수 있음을 넌지시 보여 준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주인공들은 학교에서 존재감이 미미한 청소년이다. 학교에 분명히 있지만 마치 없는 듯이 지내는 아이들. 비명을 내질러도 묻힐 수밖에 없던 동물들과 비슷한 처지인 아이들이 구제역 사태를 밝혀내는 과정을 그리고 있어 더욱더 의미가 깊다. 지난날 우리가 눈감아 온 죽음들, 다시는 이런 과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잊힌 과거를 직면해야 한다. 그것이 물 한 방울 없이, 형태만 남아 있는 수영장에 세 아이가 모인 이유일 것이다.

눈 뜬 채 눈감은 생명들, 이들은 반드시 구제되어야 한다!

구제역 사태로 인한 현웅농장 일가의 대량 살처분, 농장의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전가한 구제역 책임, 생명을 살리고자 했지만 제 손으로 죽여야 했던 수의사, 마을과 학교 유지를 위해 메마른 땅에 불법 매립된 생명들…. 동시대에 우리 주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으리라 상상이나 했을까. 하지만 이는 그저 소설 속 허구가 아니다. 우리가 서 있는 자리는 안전한 곳일지 되묻게 하는 『물 없는 수영장』의 배경은 불과 십여 년 전, 비극적인 현실을 재현해 낸 것이나 다름없다. “난 이해가 안 가. 가만두면 낫는데 왜 죽여 없애는 거야? (…) 감기 걸렸다고 싹 다 죽여 버리는 거나 똑같잖아.”(105쪽)라고 울분을 토하는 아이들처럼, 동물과 인간의 위치를 바꾸어 본다면 이는 과연 정당한 죽음일까? 무자비하게 죽음으로 내몰렸던 가축들의 지난날을 그려 낸 이 작품은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일상 가까이 있는 소동물 외에 대동물로 반경을 넓혀, 함께 숨 쉬며 살아가는 모든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가축들의 마지막 또한 인간과 동등하게 합법적이고 온당한 방식에 따라야 한다는 것을, 소설 속 현웅농장의 생생하고도 핏빛 서린 살처분 현장을 통해 이 작품은 이야기하고 있다.
인간중심주의는 인간과 동물의 생명을 두고 위계를 나눈다. 이 작품은 그 비윤리적인 사고를 비롯해 인간 사회에도 존재하는 그릇된 위계를 구제역 사태를 통해 묘사한다. 뜻하지 않게 살생의 현장에 함께해 내내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농장 노동자, 공무원, 수의사들, 여전히 이방인의 신세로서 변방으로 밀려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눈 뜬 채 눈감아야만 했던 수많은 동물 못지않게 사회에서 지워진 존재들이다. “슬픔은 남을 해하지 않는다. 하지만 너무 오래 묵은, 너무 큰 슬픔은 좀 다를지도 모른다.”(183쪽) 아무도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듣는 진호가 마을 곳곳에서 짐승의 울음소리 외에도 기이한 비명을 들은 것은, 진실을 감추기 위해 지워져야 했던 모두를 구제해 내야 한다는 작가의 필사적인 외침에 가깝다.

일말의 책임감을 지닌 자들이 바꾸어 나갈 사회

물 없는 수영장을 둘러싼 의혹을 밝혀낼 때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는 이들이 있다. 평생 모르는 체하며 묻어 두려는 사람과 진실을 끄집어내려는 사람. 그러나 후자도 처음부터 이 자세를 고수했던 것은 아니다. 그들 또한 “뭘 보든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시류에 맞춰 살고, 그게 무엇이든 가만히 있는 게 이득”(187쪽)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이들을 바꾼 건 구제역 사태를 직접 겪지 않았던 청소년들이다. 처음에는 오로지 웹소설 수익으로 뭉쳤던 세 아이, 하지만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마을의 과거가 서서히 드러나자 아이들은 가만두고 보지만 않는다. 끝내는 어른들을 찾아다니며 오래도록 마을이 묵과한 구제역 사태와 가족, 이웃들의 아픔을 뼛속 깊이 전해 듣는다. 용기 있게 나선 아이들의 모습은 고통을 외면했던 이들에게 새로운 삶의 태도를 제시한다.

“당장 이 죽음의 행진을 멈춰야 한다. 그것이 이 세상을 좋은 곳, 귀한 곳, 아름다운 곳으로 다음 세대에게 이어 주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222쪽)

인간다운 인간, 어른다운 어른은 무엇인가. 이 작품의 청소년들은 캄캄한 과거에 묻혀 버린 것들을 향해 끊임없이 묻는다. 그 덕에 물 없는 수영장에 얽힌 수의사, 새로운 체육 교사, 은퇴한 교사, 목사, 외국인 노동자 등은 청소년들의 발걸음에 힘을 보태고, 어른들이 해결해 나갈 방법을 찾아 나선다. 이전과 달리 푸릇푸릇한 생기가 도는 매몰지 앞에서 서로의 등을 토닥이는 세 아이와 교사의 모습처럼 『물 없는 수영장』은 재난이 지속되어 온 사회에서 더 오랜 시간을 살아갈 아이들을 위해 우리가 지녀야 할 최소한의 도리를 되짚어 보게 할 것이다.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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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0] 진작 했어야 하는 질문을 건넬 존재가 지금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진호는 다시 굳이 목현으로 온 이유를, 수영장에 자꾸 가서 앉아 있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게 된 것 같았다.
[P. 129] 그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나보다는 나았으면, 나처럼 살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내가 겪은, 겪지 않았으면 좋았을, 그 모멸감의 시간들을 그들은 느끼지 않기를 바랐다. (…) 이진호는 배봉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책임감 때문에요. 그래서 왔습니다.”
[P. 183] 나를 알아 달라는 구슬픈 외침. 진호가 알기로 슬픔은 남을 해하지 않는다. 하지만 너무 오래 묵은, 너무 큰 슬픔은 좀 다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