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거짓말의 발톱 / 서미애 -- 원해 / 정해연 -- 술래의 역습과 피 흘리는 다수 105 / 송시우 -- Crazy Love / 홍선주 -- 히즈 마이 블러드(He’s my blood) / 이은영 -- 잠든 사이에 누군가 / 한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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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애ㆍ거짓말의 발톱 7 정해연ㆍ원해 57 송시우ㆍ술래의 역습과 피 흘리는 다수 105 홍선주ㆍCrazy Love 153 이은영ㆍ히즈 마이 블러드(He’s my blood) 199 한새마ㆍ잠든 사이에 누군가 243 작가의 말 280 프로듀서의 말 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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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X 옆에 더 미친 X가 있다 장르문학계의 언니들, ‘미스 마플 클럽’의 두 번째 단편집
한국 미스터리 여성 작가들의 모임인 미스 마플 클럽이 다시 한번 뭉쳤다. 《미친 X들》은 안전가옥 옴니버스 픽션 시리즈 FIC-PICK의 열한 번째 책이자, 미스 마플 클럽의 작가진과 안전가옥이 함께 펴내는 두 번째 단편집이다. 첫 번째 단편집 《파괴자들의 밤》이 이상하고 강렬하게, 거침없이 세상을 흔드는 ‘여성 빌런’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면, 이번 《미친 X들》은 ‘crazy’라는 키워드에서 출발한다. 사소한 거짓말이 살인을 하게 되기도 하고, 몸속의 피가 인간이 되기도 한다. 한국 미스터리의 대표인 서미애, 송시우, 정해연, 홍선주, 이은영 작가에 더해 한새마 작가까지 새롭게 합류해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독특하고 이상하고 ‘미친’ 인물들을 그려낸다. 《미친 X들》은 미스 마플 클럽 작가들이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미친 짓, 미친 범죄, 미친 현상들, 그리고 미친 인간에 대해 안테나를 세우고 관찰하고 기록한 결과물이다. 다채롭고 통쾌하고, 그러면서도 미치도록 강렬한 여섯 편의 이야기, 진짜 ‘미친 X들’을 만나보자.
《미친 X들》은 제목처럼 ‘crazy’를 키워드로 해서 쓰인 소설집이다. 여섯 명의 작가는 자신이 주목한 제각기 다른 ‘crazy’의 모습을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독특한 이야기들로 풀어낸다. SNS 속 거짓말이 불러온 파국을 다룬 〈거짓말의 발톱〉, 은둔 청년의 이상 동기 범죄를 다룬 〈술래의 역습과 피 흘리는 다수〉, 데이트 폭력에 직장 내 괴롭힘까지 더해져 더 씁쓸한 〈원해〉,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촬영장에서의 밀실 살인 사건을 다룬 〈Crazy Love〉, ‘피 인간’을 탄생시킨 〈히즈 마이 블러드(He’s my blood)〉, 타인의 삶을 훔쳐 산 20대 여자의 이야기인 〈잠든 사이에 누군가〉까지. 《미친 X들》은 제목처럼 정말 미치도록 멋지다. 여섯 편의 소설이 말해주듯이 어쩌면 우리의 삶에서 ‘광기’를 소거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불안과 무력을 안고 살아가야 하듯, 광기 또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신기한 건 《미친 X들》을 읽고 나면 묘한 위로를 받는다는 것이다. 광기의 진정성처럼 슬픈 것이 또 있을까. ‘미스 마플 클럽’이 그리는 ‘미친 X들’의 이야기를 읽노라면 그들의 세 번째 단편집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그놈의 팔로워가 문제다.” (서미애, 〈거짓말의 발톱〉)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62평 아파트의 거실. ‘레이첼’은 집안일을 하다가 종종 멈추고 핸드폰을 본다. SNS 게시물을 올린 지 세 시간 만에 벌써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렀다. ‘댓글’은 물론 ‘DM’까지 쏟아진다. 하지만, 모두가 부러워하는 선망의 대상으로 보이는 ‘레이첼’에겐 누구에게도 말 못 할 비밀이 하나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장에 갔다가 연락을 끊고 지내던 동창을 우연히 만나는데…. 실제의 삶만큼이나 온라인에서의 일상이 중요해진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SNS 속 모습은 더 이상 허상이 아니다. 하지만, 삶을 전시하는 데 익숙해진 사회, 심지어 그게 돈이 되는 사회에서는 인터넷 속 세상은 ‘가상의 나’가 ‘진짜 나’를 잡아먹기도 한다. 〈거짓말의 발톱〉은 작은 거짓말 하나로 인해 점점 자신을 잃고 미쳐가는 ‘레이첼’, 아니 ‘지영’의 이야기다.
“편의점을 나올 무렵 나는 편의점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게 되었다.” (송시우, 〈술래의 역습과 피 흘리는 다수〉) 피해자는 24세 남자였다. 이름은 이성빈. 대학 휴학생으로 빌라 원룸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이틀 전부터 연락이 닿지 않았고 편입학원 수업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이상하게 생각한 여자 친구가 피해자의 집을 방문했다가 참상을 발견하고 신고했다. 관할 경찰서의 유일한 강력계 여형사인 이규영은 면식범의 범행이리라 짐작했다. 하지만, 사건 발생 7일째 수사는 정체 중이었다. 어쩐 일인지 나오는 게 없었다. 그날 이성빈을 봤다는 사람도, 범인으로 보이는 사람을 목격했다는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그때, 밤낮으로 CCTV를 보던 이규영의 눈에 한 남자의 뒷모습이 포착되었다. 알 수 없는 기시감. ‘어디선가 봤는데. 어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이규영은 서둘러 피해자의 여자 친구에게 전화했다. 〈술래의 역습과 피 흘리는 다수〉에는 《파괴자들의 밤》에 수록되었던 〈알렉산드리아의 겨울〉에 등장했던 이규영 형사가 다시 등장한다. 2023년 한국 사회에서 한창 문제가 됐던 은둔 청년의 이상 동기 범죄를 소재로 다루고 있는 이 소설에선, 온라인에서조차 만난 적이 없는 타인을 무자비하게 살해하는 ‘괴물’과 그런 ‘괴물’의 탄생에 이상한 흥분감을 느끼는 이규영 형사의 모습이 묘하게 대비된다. 마치 지금 우리 사회의 겉과 속처럼 말이다.
“너 요새 정신없는 거 그놈 때문이지?” (정해연, 〈원해〉) 택배회사에서 일하는 ‘가은’은 이번 달에만 벌써 여러 번 업무 실수를 저질렀다. 그때마다 가은은 그놈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래, 이건 다 그놈 김민석 때문이었다. 사귄 기간은 불과 3개월 남짓. 하지만 가은이 헤어지자고 통보한 날부터 민석의 집착은 더욱더 심해졌다. 수없이 전화를 걸어오는 것은 물론이고 매일같이 집으로 찾아왔다. 결국 가은은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벌금형이 다였다. 가은은 거의 도망치다시피 이사를 했다. 본가와도 거리가 멀고, 전혀 접점이 없는 지방 도시였다. 그래도 이사 오고 1년간은 전에 없이 편안했다. 하지만 어느 날 보내는 사람의 이름도 없이 회사 사무실로 꽃배달이 왔다. 그것도 하필 민석이 자주 보내던 리시안서스였다…. 〈원해〉는 데이트 폭력이 주요 소재이기도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이 중요한 지분으로 들어 있는 작품이다. 내가 행복해질 수 없다면 남의 불행을 바라고야 마는 뒤틀린 욕망의 실체를 우리는 ‘가은’의 직장 동료들에게서 볼 수 있다. ‘가은’에게 리시안서스를 보냈던 것은 정말 민석이었을까? 민석이 아니라면 누가 왜 어떤 의도로 보낸 걸까?
“좆됐다. 이것은 좆된 상황이 분명했다.” (홍선주, 〈Crazy Love〉)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던 ‘진주’는 PD로 일하는 친구 ‘채영’의 꼬임에 넘어가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다. 그것도 갑자기 출연을 못 하게 된 여성 출연자 피아니스트 J의 대역으로 말이다. 촬영은 전라도 끄트머리의 무인도에서 진행 중이며, 출연자는 남녀 각 3명이다. 남자는 A, B, C로, 여자는 H, J, K로 명명된다. 훤칠한 미남인 모 브랜드 대표 남자 A, 천진한 미소의 귀염상 아티스트 남자 B, 꼰대 성향이 은근히 드러나는 사업가 남자 C, 그리고 전형적인 부잣집 외동딸 느낌의 여자 K와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애교가 몸에 밴 여자 H, 그리고 ‘진주’가 연기 중인 ‘J’까지. 그런데 놀랍게도 자기소개가 끝나고 이루어진 첫인상 선택에서 ‘진주’는 남자 A와 남자 B에게 선택을 받게 된다. 그리고 놀라운 일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다음 날 아침, 조연출 한 명이 공용 거실로 뛰어와 소리친다. “남자 A가 자, 자기 방 욕실에서 죽었어요!” 그리고 경찰공무원을 준비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진주’는 살인 사건이 일어난 촬영장의 통제를 맡게 된다…. 〈Crazy Love〉는 요즘 가장 뜨거운 콘텐츠인 연애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촬영 현장에 밀실 살인을 묘하게 섞어 낸 미스터리 소설이다. 용의자와 구애자가 뒤섞인 공간에서 애증이 뒤엉켜 빚어낸 살인 사건. A를 죽인 건 과연 누구일까? ‘진주’는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제발… 절 인간으로 만들어 주세요.” (이은영, 〈히즈 마이 블러드(He’s my blood)〉) ‘나’는 피다. 의학적으론 혈액. 동물이라면 대부분 가지고 있는 바로 그 ‘피’. 고정된 주인 없이 떠돌아다녔다. 인간이 죽으면 같이 죽고, 다시 의식을 찾으면 다른 사람이 주인이 되어 있었다. 인격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생각할 수 있고 말도 할 수 있다. 물론 ‘나’의 안에서만. 심지어 ‘나’는 순식간에 주인을 죽일 수도 있다. 주인의 몸속을 빠져나가기만 하면 되니까. 그런 ‘나’가 어느 날 인간이 되고 싶어졌다. ‘그 애’, 바로 ‘희서’ 때문이다. ‘제발… 절 인간으로 만들어 주세요…. 저 애를 만나고 싶어요…. 도와주고 싶어요…. 제발… 제발… 제발….’ ‘나’는 인간이 되었을까? 바짝 굳은 핏물 괴물이 되고 만 건 아닐까? 〈히즈 마이 블러드(He’s my blood)〉는 미스터리와 환상 문학이 뒤섞인 묘한 무드의 소설이다. 러시아의 고딕 환상 소설처럼, 특별하고 환상적이며 비밀스럽다. 이걸 뭐라고 말해야 할까. ‘피’와 ‘인간’의 사랑 이야기? 물론, 이런 것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말이다. 아니 어쩌면 이런 거야말로 사랑인 걸까?
“조금 있으면 저는 살인자가 됩니다.” (한새마, 〈잠든 사이에 누군가〉) ‘나’는 코마 상태로 응급실에 실려온다. ‘나’는 정신이 들자마자 ‘나’를 ‘김은채’라고 부르는 의료진을 향해 자신이 ‘김은채’가 아니라 ‘김나연’이라고 외친다. 물론, 입 밖으로 어떤 소리도 나가지 못한다. ‘나’의 주장과 상관없이 ‘나’의 엄마도 ‘나’를 ‘김은채’라고 부른다. 하지만 ‘나’의 말이 맞는다면 ‘나’는 ‘김나연’이다. 호주 멜버른 대학교로 유학 갈 예정인 명문대 영문과 휴학생. 모자란 유학 비용을 메꾸기 위해 공부방을 운영하는 건실한 20대 청년. 그때 문이 열리며 간호사가 들어와 ‘김은채’의 주머니에서 유서가 나왔다고 말한다. 뒤이어 형사들이 들어와 보호자인 ‘나’의 엄마를 몰아붙인다…. 〈잠든 사이에 누군가〉는 믿을 수 없는 화자와 화자보다 더 믿기 어려운 보호자를 내세워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꼼짝도 못 한 채 몸에 갇혀 있는 화자의 억울함과 답답함에 공감하던 마음은, 예상치 못한 화자의 과거가 하나씩 드러나면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향하게 된다. ‘나’는 ‘김은채’일까 ‘김나연’일까? 소설을 다 읽고 나면 ‘김은채’도 ‘김나연’도 모두 안쓰럽고 애처롭게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속에서
[P. 9] 휴대폰을 연 지영은 SNS의 알림 숫자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 시간 전에 올린 사진에 ‘좋아요’가 253개나 달렸다. 댓글도 140개가 넘는다. 앱을 열어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들의 명단을 확인하는데 어렴풋이 세탁이 끝났다는 음악 소리가 들렸다. 지영은 총총걸음으로 다용도실로 향했다. 서둘러 탈수가 끝난 세탁물을 꺼내 건조기에 넣고 문을 닫았다. 시작 버튼을 눌러 놓고 얼른 주방으로 돌아왔다. 식탁 의자에 앉은 지영은 댓글을 하나씩 읽기 시작했다. 그사이 ‘좋아요’는 더 늘어 270개를 넘어갔다. 이렇게 폭발적인 반응은 처음이다. 간간이 올린 사진도 반응이 나쁘진 않았지만 그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속도다. 손끝에 짜릿한 전율이 느껴진다. 한편으로 궁금해졌다. 도대체 무엇이 사람들의 흥미를 끈 것일까? 〈거짓말의 발톱〉
[P. 206~207] 나는 술래다. 응징하는 술래다. 주문처럼 되뇌었다. 변기 뚜껑을 내리고 앉아 양손에 라텍스 장갑을 낀 다음 오른손에 칼을 쥐었다. 나는 무시당하고 천대받고 온통 빼앗기기만 하면서 살았다. 칼 손잡이와 손을 붕대로 동여맸다. 그래, 나는 내 소설 속 주인공이다. 나는 소설을 썼고, 소설은 나를 썼다. 나는 분노하고 실천하는 약자다. 문밖의 녀석은 나를 업신여겼고, 부당한 세상의 질서를 당연한 규칙이라고 말하며 나를 경멸했다. 붕대에 매듭을 짓고 이빨로 한쪽 매듭 끝을 물어 당겼다. 혹시라도 칼을 놓치거나 칼의 방향이 틀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묶었다. 마음속 결의도 단단해졌다. 〈술래의 역습과 피 흘리는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