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고 그날 밤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도”.
대화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주제로 흘러갔고, 나도 모르게 바짝 긴장했다. 이야기를 끊으려고 했지만 분명하게 죄책감으로 가득 차 있는 그의 검은 눈을 보면 그럴 수 없었다.
“취했었어.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정신이 있었다면 안 그랬을 거야. 우리 사이가 이렇게 돼서 마음이 너무 좋지 않아.”
“….”
“말하기 싫은 건 아는데, 그래도 내 마음이 너무 안 좋아. 네가 날 좋아하지 않더라도, 난 널 친구라고 생각해. 그래서 네가 날 이렇게 무시하면 더 미안하고 비참해”.
“….”
나는 크게 숨을 내뱉었다. 그날 밤의 실수는 그와 가까이 있고 싶지도 않고 얼굴도 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끔찍한 기억이지만, 그렇다고 전적으로 그의 잘못인 것은 아니었다. 통제하지 못할 정도로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것도, 자제력을 잃고 일을 벌인 것도 나였다.
-‘05 불행의 연속’ 중에서
비록 내가 그 사람을 완전히 포기했고, 그 사람과 다시 만날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해도, 아무 느낌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나는 상대에게 내 모든 것을 주었고 그를 진심으로 좋아했다. 그러나 그는 나에게 다시 만나자고 연락하는 중에도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으로 내 진심을 끝까지 짓밟았다. 나는 지금껏 이미 이런 일을 여러 번 경험했다. 나는 왜 좋은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걸까?
-‘06 그렇게 시작됐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