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은 어쩌면 상처받은 사람들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쏟아 내는 점액질이 아닐까? 몰락한 양반이 고향을 떠나 객지에서 뿌리내리지 못한, 선친의 5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나 지난한 삶을 살아온 김응길 시인. 시인은 1999년 월간 《문학21》과 계간 《오늘의 문학》을 통해 혜성처럼 등장한 시인이다. 시인은 2004년 첫 시집 『그리하여 포말이 되고 싶다』를 발간하여 문단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으며 퇴직 후 백마강 변에서 고독과 동행하며 시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 김응길 시인의 시를 감상하다 보면 어두운 밤길에 환하게 비추는 달빛같이, 현실의 질곡 속에서 절망이 자라지만 그 절망을 극복하는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그래서 시인은 불행 속에서 행복을 노래할 수 있고 좌절 속에서 희망의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이다. 김응길 시인의 열한 번째 시집 『징검돌 놓기』를 감상하면서 작품마다 오롯하게 자리 잡은 철학적 사유에 놀란다.
온갖 희로애락을 경험한 후 새로운 깨달음을 얻어 관조적 경지에 이른 시인은 말한다. “세상은 길로 이어져 있고, 길을 시작할 때는 누군가 함께하지만 끝내는 홀로 가야 한다.”라고. 김응길 시인이 가꾸는 삶 역시 하나의 여정일 터이고 그 여정에 징검돌을 놓으며 사색하고, 사색한 것을 실천하는 삶이 곧 성공과 행복을 가지고 올 것이다.
김응길 시인은 삶의 여울을 거치면서 이순의 나이에 이른다. 그동안 외면하거나 사소하게 보이던 것들에게 여유로운 사랑으로 눈길을 준다. 그리하여 일상의 작은 것들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스쳐 지나갔던 날들이 새롭고 아름답게 열린다. ‘죽음을 잊지 않으면 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으리라’는 생각으로 내 것들에게 좀 더 베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으로 거듭난다. 이러한 변화가 그의 작품에 투영되어 맑은 강물처럼 우리 마음에 젖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