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시집선>은 장기적 프로젝트로 등단하지 않아도, 취미로 쓴 글이어도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 계절마다 제시되는 주제에 맞추어 누구나 시를 투고하고, 책으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파도의 열일곱 번째 주제는 <불안>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불안과 데면데면합니다. 가까이 들여다본 적이 없으니 자꾸만 미워지는 건 당연합니다. 사실 불안은 나를 지키려는 마음입니다. 과거의 경험에서,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의 위험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고, 살아내려는 노력. 부정의 구렁텅이로 내치는 손이 아닌 나를 끌어올리려는 손. 나를 끈질기게 괴롭혔던 불안이 순애라니, 약간은 가까워진 기분입니다.
분명 지금의 당신도 과거의 불안으로 빚어졌습니다. 최초의 기억부터 당장의 날숨까지, 불안을 견디고 이겨내 지금의 내가 되었으니 불안은 이미 나의 일부분이며 어딘가의 세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길고 길었던 오해를 풀고, 지금까지 빚어온 모든 것들을 천천히 둘러보세요. 여러분은 이미 잘 살아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