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정보 기술을 활용한 작품 활동의 짧은 역사 02 백과사전식 데이터베이스와 전시대 인공지능 03 인공 신경망과 동시대 인공지능 04 생성 인공지능의 작동 원리와 활용 방안 05 생성 인공지능을 활용한 작품 사례 06 생성 인공지능이 작품 활동에서 갖는 의의 07 프롬프트가 된 코드 08 AI 리터러시: 인공지능 바르게 이해하기 09 작가 중심주의를 넘어: 관람과 향유에서 창작과 공유로 10 인간 중심주의를 넘어: 인공지능 시대의 작품 활동, 기술과 인간의 역할
인공지능 예술의 개념과 역사, 생성 AI와 대규모 언어 모델의 작동 원리와 사용법, 기술이 예술의 의미와 창의성을 어떻게 확장하는지 소개 예술의 수단으로서 인공지능 이해가 예술의 제작과 향유에 새로운 방향과 동력 제공
우리 시대는 지나간 어제를 미처 다 되돌아보기도 전에 오늘을 맞이하고, 오늘이 왔음을 채 알아채기도 전에 내일에 자리를 내어 줄 정도로 빠르게 흐른다. 이 흐름의 중심에는 단연 정보 기술이 있다. 정보 기술은 우리 일상에 가장 편재하는 요소 중 하나로, 동시대 문화 예술 작품 활동과 콘텐츠 창·제작 분야에도 긴밀하게 융합되어 있다. 매일 더 많은 아티스트가 더 다양한 정보 기술을 더 본격적이고 더 다채로운 방식으로 작품 활동에 활용한다. 정보 기술과 문화 예술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넘어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셈이다. 컴퓨터 예술이라는 용어는 컴퓨터‘가’ 하는 예술이 아니라 컴퓨터‘를’ 활용한 작품 활동의 경향을, 그리고 같은 방식으로 디지털 예술은 디지털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작품 활동을 각각 지칭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공지능 예술은 인공지능‘이’ 작품이나 창작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문화 예술의 작품 활동과 콘텐츠 창·제작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하는 편이 더 타당하다. 이 책은 1장부터 3장까지는 도입부로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작품 활동과 콘텐츠 창·제작이 오늘날의 모습으로 자리 잡게 된 배경과 흐름, 즉 ‘어제’를 역사적 관점에서 되짚어 본다. 해당 분야에서 중요한 입지를 점유하는 전시를 중심으로 둘러보고, 20세기 중반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된 초기 인공지능 연구, 그중에서도 특히 언어적 측면에 천착했던 경향의 특성과 한계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인공지능 연구에 중대한 전환점을 제공한 인공 신경망 및 역확산 개념을 중심으로 20세기 후반의 인공지능 연구 동향을 이해할 수 있다. 4장부터 7장까지는 ‘오늘’을 다룬다. 챗GPT를 비롯한 대규모 언어 모델과 스테이블 디퓨전으로 대표되는 잠재적 확산 모델의 개념과 작동 원리를 설명하고, 콘텐츠 생성 인공지능을 실제 작품 활동에 활용한 사례를 살펴본다. 그리고 작품 활동과 창·제작에 콘텐츠 생성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나아가 도구로서 인공지능의 역할과 이를 활용하는 사용자로서 아티스트가 갖추어야 할 태도와 역량에 대해 사유한다. 8장과 9장, 10장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작품 활동과 콘텐츠 창·제작의 ‘내일’을 준비한다. 인공지능에 관한 문해력인 AI 리터러시를 함양하기 위해 지향해야 할 것과 지양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멀티-모달 콘텐츠 생성 인공지능의 보급으로 인한 진입 장벽 완화가 창·제작 분야에 일으킨 지각 변동을 이론가들의 선구적 사유에 기대어 살펴본다. 그리고 멀티-모달 콘텐츠 생성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도구와 공존하기 위해 인간 아티스트에게 새로이 요구되는 역할과 태도가 무엇일지를 가늠해 본다. 독자는 예술과 인공지능 기술이 만나 만들어낸 역동적인 변화를 이해함으로써, 새로운 창작과 향유 환경에서 다양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다.
책속에서
컴퓨터로 대표되는 일련의 정보 기술 시스템은 오로지 수학적 연산과 수리 논리적 체계에만 기반을 둔다. 컴퓨터라는 명칭 또한 그저 ‘산출(算出, compute)하는 기계’라는 뜻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의 오감 중 몇 개를 어떻게 그리고 얼마만큼 자극하든, 정보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 낸 모든 결과물은 예외 없이 수학적이고 논리적인 연산의 산물임을 의미한다. 새로운 창·제작 도구를 찾던 1960년대의 아티스트들은 이 점에 주목했고, 이는 이후 ‘컴퓨터 아트’로 불리는 경향의 단초가 되었다.
01_“정보 기술을 활용한 작품 활동의 짧은 역사” 중에서
지식-기반 시스템 중심 인공지능 연구의 특징과 한계는 외우기나 암기를 중심으로 하는 학습 방식의 그것과 결을 나란히 한다. 그러나 단지 이 점에만 기대어 지식-기반 인공지능 연구의 성과를 평가절하하거나, 외우기와 암기를 창의나 작품 활동과 무관한 것으로 일축하는 접근은 권장할 만하지 않다. 외우기나 암기가 학습과 훈련의 전부는 아니지만, 그것을 통해 축적된 지식이 배움과 앎의, 나아가 창의의 토대를 구성한다는 점 또한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기 때문이다.
02_“백과사전식 데이터베이스와 전시대 인공지능” 중에서
그러나 이를 두고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의 우열이나 위계를 따지는 접근은 핵심을 빗겨난다. 인공지능과 정보 기술의 기반인 수학과 논리는 인간의 놀라운 직관이나 번뜩이는 영감, 혹은 참신한 독창성 등을 복잡한 숫자나 뜻 모를 기호로 환원하고 해체하여 흩뿌려 버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을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그리고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수준으로 재구성함으로써 그것들을 사상 처음으로 가까이서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돕는 미증유의 도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