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노동의 종말에 대비하라 - 시민 노동과 여가가 여는 노동의 미래 가짜 노동에서 벗어나라 … 뇌르마르크와 옌센 취업 노동 지고, 시민 노동 뜬다 … 울리히 벡 일자리 광맥은 무한하다 … 도미니크 슈나퍼 크로노믹스, 근무시간의 미래 … 요제프 슘페터 자유인다움, 21세기 핵심 경쟁력 … 뤼트허르 브레흐만 함께하는 시간의 힘, 공동체의 리듬을 회복하라 … 올리버 버크먼 일로 성장하는 법 … 이시다 바이간
2장 가상현실이 만드는 현실 - 이미지와 입말이 이끄는 문명의 미래 쇼비즈니스 시대의 생존법 … 닐 포스트먼 다시, 구어 문명으로 … 마셜 매클루언 시뮬라크르, 가짜가 진짜보다 좋아진 세상 … 장 보드리야르 영상 시대, 이미지에 휘둘리지 않는 법 … 발터 베냐민 민주주의는 산만형 인간을 원한다 … 매기 잭슨 규율 권력, 세상은 감옥이다 … 미셸 푸코 다중, 인터넷 시대의 권력자 … 네그리와 하트 계몽주의 2.0, 클루지로 이성을 이끌라 … 조지프 히스
3장 서사가 살아야 한다 - 삶의 무의미를 이겨내는 스토리텔링의 힘 스토리, 정치 분란의 뿌리 … 조너선 갓셜 그대 삶의 원형은 무엇입니까? … 카를 융 서사적 자아 찾기, 나는 어떤 이야기의 일부일까? … 앨러스데어 매킨타이어 스토리 셀링에서 스토리텔링으로, 삶의 서사 만들기 … 한병철 과거는 바꿀 수 있다 … 가라타니 고진 구석기시대의 저주에서 인간다움의 문명으로 … 에드워드 윌슨 다시 종교의 시대가 온다 … 아널드 토인비
4장 형이상학적 욕망을 틔우라 - 편견과 혐오를 넘는 갈등 해결의 지혜 우리 안의 짐승을 길들여라 … 지그문트 프로이트 근본속성의 오류, 원래 그런 사람은 없다 … 데이비드 베레비 주노 변증법, 주인의 자격을 갖추라 … 게오르크 헤겔 ‘진실한 거짓말’에 숨은 가능성 … 프랑수아 누델만 탁월한 욕망이 갈등을 잠재운다 … 르네 지라르 원인 말고 목적을 보라 … 알프레트 아들러 미스터 원칙주의의 빛과 그림자 … 한비 중첩된 합의가 정의를 만든다 … 존 롤스 환대의 순환고리를 만들라 … 윌 버킹엄 ‘모성애’가 중심이 되게 하라 … 샬럿 퍼킨스 길먼
5장 이기려 하지 말고, 초연하라! - 변화를 위한 마음챙김의 지혜 속도가 곧 실력은 아니다 … 레프 비고츠키 대도시에는 창의력이 없다 … 에릭 호퍼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 에리히 프롬 비관주의는 힘이 된다 …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자주 예술로 돌아가 휴식하라 …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행복과 불행을 똑같이 맞이하라 … 윌리엄 어빈 간결하게, 객관적으로 말하라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이기려 하지 않기 …『숫타니파타』 성공과 실패에 초연하라 … 친닝추 네 욕망을 포기하지 마라 … 자크 라캉 운명에 맞서는 소박한 품격 … 칼 야스퍼스
우리는 지금 어떤 세상을 살고 있는가. 고도로 발달한 과학기술은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을 넘어 ‘인간’의 정의와 범주를 질문하는 데 이르렀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는 정치와 사회의 무대를 온라인으로 옮겨놓았고, 사람들의 소통 방식을 완전히 바꾸었다. 정치적 양극화와 경제 위기로 타자에 대한 혐오와 갈등이 만연해진 것은 대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진단일 테다. 『철학으로 돌파하라』는 20여 권의 철학 교양서를 쓴 저자이자 대한민국 1세대 철학 교사인 안광복이 격변하는 사회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43가지 철학 사상과 개념을 선별해 소개하는 책이다. 현실의 변화가 옳거나 그르다고 판단하기보다, 이미 도래한 변화를 새롭게 읽어내고 이에 대처해나가는 데 필요한 질문과 지혜를 준다는 점에서 매우 시의적이고 유용하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한비 등 고대의 철학자부터 장 보드리야르, 존 롤스, 가라타니 고진, 에릭 호퍼 등 현대의 사상가, 비평가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안내하는 철학의 길을 따라 걸으며 독자는 현실을 해석하고 미래를 준비할 혜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변화하는 노동,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SNS 시대, 민주주의는 정말 위기일까? 변화를 가능성으로 바꾸는 철학의 힘!
흔히 ‘노동의 종말’이 시작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기술 혁신으로 인간의 노동이 상당 부분 자동화되거나 기계에 의해 완전히 대체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만연하다. 노동시간이 줄어들고 노동 시장이 유연화되는 것 역시 주된 흐름이다. 『철학으로 돌파하라』의 1장은 그렇다면 노동이 줄어드는 게 과연 나쁜 일인가 질문하며 시작한다. 저자는 사회 혹은 인류에 큰 변화를 가져온 혁신이나 진보, 위대한 예술작품과 사상, 기념비적인 과학 발전은 대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계층에서 탄생했다며, 이는 과도한 노동이 개인을 공동체와 멀어지게 하고 사회 참여 또한 어렵게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런 역사적 경험을 참조해 노동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육아와 가사 노동, 문학, 예술, 정치와 같은 시민 노동에 대해 시민 수당을 지급하자는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의 제안이나, “가르치고 돌보고 즐겁게 해주는 일”에 새로운 시장이 숨어 있다는 프랑스 사회학자 도미니크 슈나퍼의 주장을 소개하며, 사회를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하지만 그만큼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돌봄, 가사, 시민 노동을 임금 노동에 포함하자는 구상을 펼쳐놓는다. 또한 생산을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자기다운 삶을 꾸리는 여가 활동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해내야 한다는 네덜란드 사상가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이야기를 통해 노동에 관한 새로운 상상력과 통찰력을 제공한다. 2장에서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을 읽는 준거가 될 다양한 철학자의 관점을 소개한다. 캐나다의 언론학자 마셜 매클루언의 주장처럼, 전자 매체와 인터넷의 발달은 인류를 시각에만 의존하는 문자 문명에서 오감을 모두 활용하는 구어 문명으로 다시금 이끌었다. 한편 발터 베냐민과 장 보드리야르가 우려했듯, 실재하는 대상과의 관계보다 온라인 속 조작 가능한 이미지와의 간접 관계가 더욱 각광받는 시대가 되었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와 극단적인 의견으로 가득한 미디어 환경에서 사람들은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잃고 포퓰리즘에 빠지기도 한다. 『철학으로 돌파하라』는 우리가 처한 현실을 균형 잡힌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우면서, 그다음으로 나아가기 위한 생각거리들을 던진다. 새로운 정치적 주체인 ‘다중’이 이끄는 21세기형 민주주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SNS와 인터넷을 타고 진위를 알 수 없는 정보와 열띤 감정이 흐르는 시대, ‘이성’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철학자가 전하는 제언은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논하는 데 주요한 참조점이 되어줄 것이다. 잃어버린 삶의 의미를 되찾고 편견과 혐오에서 벗어나라! 가장 풍요롭지만 가장 빈곤한 시대에 권하는 철학이라는 처방전
이 책에서 집중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삶의 ‘서사’다. 저자는 그 어느 때보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시대를 살면서도 우울과 불안, 공허를 느끼는 사람이 많아진 것은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를 엮는 스토리텔링이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방향을 제시하는 자기 ‘서사’가 단단할수록 갈등과 위기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들과도 더욱 강력하게 연결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3장에서 소개하는 자기 삶의 원형, 내면의 서사를 찾으라는 카를 융의 제언과, 삶의 의미를 되찾아주는 종교의 역할을 다시금 조명하는 아널드 토인비의 주장은 되새겨볼 만하다. 4장에서는 우리 시대에 더욱 심화되고 있는 편견과 혐오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다룬다. 많은 철학자가 공통으로 꼬집듯, 인간은 무리를 짓는 본능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이 속하지 않은 집단에 대해 손쉽게 편견을 갖는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이러한 인간의 특성을 이해하고, 자신의 한계와 편견을 돌아보는 태도다. 이방인에 대한 두려움인 ‘제노포비아’를 억제하고 낯선 이에 대한 끌림인 ‘필로제니아’를 계발하기 위해 호혜를 주고받는 연습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는 영국 철학자 윌 버킹엄의 주장과, 어떤 상황에서도 상대의 행동에서 선의를 찾고 원인보다 목적을 이루는 데 집중하라는 심리학자 알프레트 아들러의 지침은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어줄 것이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고 삶의 불확실성을 받아들여라! 혼란스러운 오늘을 단단한 내일로 바꿔줄 스토아 철학의 지혜
5장에서는 일상을 단단하게 꾸리는 데 도움이 될 마음챙김의 지혜를 소개한다. 이 책이 강조하는 태도는 어설프게 희망하는 대신 현실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제대로 비관하여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삶은 고통과 고난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 불확실성을 수용하라는 부처와 쇼펜하우어의 이야기는 담담한 위안을 준다. 저자는 “이기려 하지 마라. 어차피 미래는 정해져 있다. 그런데도 마치 영웅처럼 어려운 처지를 견뎌내고 있다면 이 자체로 그대는 충분히 잘 살고 있는 셈이다”라는 쇼펜하우어의 말과 함께, 인생은 어떻게든 끝마쳐야 하는 한 편의 과제와도 같으니 이를 견뎌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일이라며 우리를 격려한다. 인간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삶 그 자체가 아니라 고통을 부정하는 욕망이다, 그러므로 많은 것을 욕망하기보다 그저 관조하라는 가르침은 어쩐지 비관이라기보다는 낙관에 가깝게 느껴진다.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다듬어진 무관심으로 고난에 대응하라는 스토아 철학의 지혜도 책의 큰 줄기를 이룬다. “삶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내가 늘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이 벌어졌을 때 내가 무엇을 할지는 통제할 수 있다”라는 윌리엄 어빈의 말처럼, 벌어진 일에 침착하고 담담하게 맞선다면 적어도 자기 자신만큼은 단단히 붙든 채 난국을 돌파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캐나다의 스토아 철학자 도널드 로버트슨이 말하는 ‘탈파국화 전략’, 즉 감정을 덜어내고 일어난 상황과 내게 주어진 과제만을 정리해서 대응하는 태도 역시 혼란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유용한 지침이 되어줄 것이다.
책속에서
[P.20] 앞으로 인류 문명이 노동시간은 더욱 늘고, 일하는 강도도 가혹해지는 쪽으로 나아갈 듯싶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미래의 시장은 일터에서 놓여난 자유시간에 있지 않을까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삶을 보람 있게 잘 가꾸며 스스로와 사회를 성장하게 할 수 있을까요? 이는 미래의 시장을 이끄는 핵심 물음이라 하겠습니다.
[P. 25] 울리히 벡은 우리에게 ‘애벌레의 실수’에 빠지지 말라고 가르칩니다. 이는 나비로 거듭날 자신의 운명을 알지 못한 채, 편안하게 지냈던 고치가 망가지는 모습을 아쉬워하는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취업 노동이 줄어드는 현상은 결코 부정적이지 않습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일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는 삶을 꿈꾸어왔습니다.
[P. 40]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자유인과 노예의 차이는 스콜레, 즉 여가시간에서 나타납니다. 일을 할 때는 자유인과 노예가 별반 다르지 않아요. 주어진 시간에 맡은 업무를 마쳐야 하니까요. 하지만 일에서 놓여난 순간, 자유인은 자기다움을 가꾸는 활동들에 매달립니다. 감성을 키우려 시나 예술에 빠져들고, 고귀한 영혼을 갖추기 위해 사상을 연구하며, 건강을 위해 몸을 관리하는 식으로 말이지요. 노예들은 어떨까요? 그들에게 여가란 ‘노동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일 뿐입니다. 때문에 한없이 늘어져 무료하게 지내거나, 술이나 노름 같은 중독거리에 빠져 괴로운 현실을 잊으려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