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은 귀가 엷어 | 57 결별 | 58 사랑하는 사람아 | 59 첼로를 위하여 | 60 봄 하루 | 61 부탁 | 62 파경破鏡 | 63 바람소리 | 64 연서戀書 | 65 기다림 | 66 그 한밤 | 67 보낸 후ㆍ1 | 68 보낸 후ㆍ2 | 69 꽃잎 | 70 결별 후 | 71
4부
눈 내리는 아침엔 | 75 첫눈 내리면 | 76 기적汽笛 | 78 어떤 날 | 79 거풍擧風 | 81 낙엽을 치우며 | 82 심판 | 83 수혈輸血 | 85 단풍 | 86 슬픔 | 87 봄비 소리 | 88 이슬 | 89 이 아침 | 90 호수 | 91 누가 | 93 해설┃생의 이물감과 무심결의 언어 | 조강석 |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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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앞에서 내 마음 아득하여라 : 오세영 시집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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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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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3163195
811.15 -25-255
서울관 인문자연과학자료실(314호)
이용가능
0003163196
811.15 -25-255
서울관 인문자연과학자료실(314호)
이용가능
책속에서
한 겨울 밤 정갈한 백지 한 장을 앞에 두고 홀로 네게 편지를 쓴다. 그러나 바람이 문풍지를 울리자 터벅터벅 사막을 건너던 낙타의 고삐 줄이 한 순간 뚝 끊어져버리듯 밤바다를 건너던 돛배의 키가 불현듯 꺽여지듯 무심결에 툭, 부러지는 연필심. 그 몽당연필 하나를 들고 흔들리는 등불 앞에서 내 마음 아득하여라. 내 마음 막막하여라. ― 「어두운 등불 아래서」 전문
봄밤은 귀가 엷어 뒤뜰의 매화 피는 소리가 들린다. 봄 잠은 귀가 여려 꽃잎에 이슬 맺히는 소리가 들린다. 봄 꿈은 귀가 옅어 그 꽃대에 후두둑 바람 지는 소리가 들린다. 길섭 어디선가 살포시 별들을 밟고 오는 그 치맛자락 스치는 소리.
아득한 하늘, 강 건너 사람. ― 「봄밤은 귀가 엷어」 전문
삶이 슬퍼서 그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는 날에는 홀로 벼랑에 앉아 갯가의 차고 비우는 물을 가만히 들여다보아라. 삶이 고단해 세상 모든 것이 귀찮은 날에는 썰물 진 바위에 홀로 기대서서 먼 수평선 밖 그리고 지우는 흰 구름을 바라보아라. 삶이 외로워 내 자신조차 버리고 싶은 날에는 텅빈 모래사장에 홀로 무릎을 꿇고 들고 나는 파도소리를 들어보아라. 밀물과 썰물은 지구의 호흡, 무심한 이 우주도 실은 이렇듯 숨을 쉬고 있나니 삶이 덧없어 아예 어딘가로 소리 없이 사라지고 싶은 날에는 바닷가 해당화 그늘 아래 홀로 누워서 조용히 자신의 핏줄에 들고 나는 동맥과 정맥의 그 푸른 물소리를 한번 들어보아라. ― 「어떤 날」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