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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내면서

제1부
뿌리 뽑힌 자의 노래
천천히 흘러 멀리 가는 강물처럼
고은 문학의 역사적 의미에 대하여
봄밤에 울리는 위로의 노래
도덕적 고뇌와 시의 힘
시인 김지하가 이룩한 문학적 성과와 남긴 유산
현대시의 난해성이라는 문제

제2부
김수영은 어떻게 ‘김수영’이 되었나
신경림 시인과 헤어지는 시간
오늘 다시 호출된 김남주
송기숙의 실천적 삶과 문학적 성취
난민의 시대, 피난민의 문학
시대정신으로서의 문학, 그 역사와 과제

제3부
민족문학의 시대는 갔는가
소설 『임꺽정』의 언어에 대한 논란
말에서 글에 이르는 길
남북작가대회의 성사(2005.7.)에 즈음하여
한국문학과 세계의 만남
국립한국문학관에 대하여
한국작가회의 40년
문학비평가의 길

부록
한국 현대문학의 작은 역사
추억 속의 김수영, 다시 읽는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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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앞에 선 한국문학 : 염무웅 평론집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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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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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게 소외된 비평을 구출해
한국문학의 ‘있어야 할 모습’을 제시하는 빛나는 지성

전체 3부로 구성된 이번 평론집의 1부와 2부는 1945년 해방기부터 1960, 70년대에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들을 주로 다룬다. 사회와 개인이 모두 고난의 역사에 휘둘려 삶이 ‘팍팍한 사막 같던’ 시기에 시대의 아픔을 함께하며 독자에게 위로를, 때로 용기를 전해준 이들로, 김수영·강민·민영·신경림·김지하·이성선·김남주 등이다. 이들 평문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정밀한 작품 읽기와 함께 작품이 쓰인 시간적·공간적 배경, 당시 작가가 처한 개인적·사회적 상황을 두루 살펴 작품을 읽으면서 그 시대의 한 장면을 마주하게 만드는 경이로운 필치다. 분단과 월남, 전쟁과 피난의 역경을 헤치고 평생 고된 노동으로 삶을 일구면서도 “안으로 타오르는 정신의 오연함으로”(31면) 빛나는 시세계를 이룩한 민영 시인의 시전집 서평 「뿌리 뽑힌 자의 노래」는 시인의 생애 고비와 그때마다 쓰인 작품, 당시의 역사적 사건을 엮어 시의 역사성이 어떻게 형성되는가를 보여준다. 동시대 작가와 작품을 풍부하게 참조하며 문단 상황과 현대사, 개인적 일화를 곁들임으로써 독자가 그저 작품을 읽는 수동성에서 벗어나 그 작품이 놓인 시공간을 직접 살아보게 이끄는 글들이 여러편이다.
이런 특징은 김지하·신경림·송기숙 등 저자와 긴 시간 교류했던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다룰 때 더욱 선명하다. 「시인 김지하가 이룩한 문학적 성과와 남긴 유산」은 감옥 자체였던 유신체제하에서 문화운동의 새 길을 연 김지하 활동의 의미를 되새기고 중요한 국면마다 시인의 내면으로 들어가 작품을 해석한다. 그럼으로써 가볍게 떠도는 세간의 평가를 넘어 생애 내내 시대와 맞섰던 한 예술가의 삶에 깊이 공감하게 만든다. 「송기숙의 실천적 삶과 문학적 성취」 「오늘 다시 호출된 김남주」는 모두 삶과 작품으로 시대와 함께 호흡한 작가와 작품에 대한 경의를 바탕으로 작품세계의 특장과 한계를 객관적으로 평하며 진정한 비평의 자세를 보여주는 글들이다. 「신경림 시인과 헤어지는 시간」은 다소 결을 달리한다. 시인의 임종과 장례의 순간, 그리고 이 시기가 지나 작품세계를 개관한 글들이 차례로 이어지며 이 ‘국민 시인’에 대한 한없는 애도와 애정을 곱씹게 한다. 1970년 가을 잡지 편집자로 시인의 시를 『창작과비평』에 소개하고, 처음 만나자마자 어떤 문제를 얘기하든 “금방공감이되었고,말로나타내기이전에감정으로통”했던(181면) 50여년이 시인의 삶과 시세계에 대한 정밀하고 깊은 이해로 표현되어 독자에게 친절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3부에 묶인 것은 저자가 서문에서 이 책의 “또 하나의 주제”라고 말한 민족문학(론)과 이 문제의식을 연결, 확장한 글들이다. 이는 물론 지난 시대 주장의 되풀이가 아니다. 민족/민족주의가 한편으로 배제와 혐오의 무기가 되고 다른 한편 세계화의 물결 속에 사실상의 개념적 해체를 맞이하고 있지만, 분단 상황이 해소되지 않은 우리로서는 여전히 거기에서 취할 것은 취하면서 새로운 제국주의 시대를 헤쳐가야 한다는 뜻이다. 「민족문학의 시대는 갔는가」를 비롯한 여러 글과 발언에서 저자는 식민지문학관의 극복을 위해 근대문학 형성기에 활동한 작가들을 단칼에 자르듯 친일과 저항으로 구분하지 말고 진정으로 계승할 문학적 유산을 섬세하게 분별할 것을 거듭 요청한다. 소설 『임꺽정』에서 왜 모든 등장인물이 지역과 출신 계급에 상관없이 점잖은 교양어를 쓰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하며 답을 찾아가는 글 「소설 『임꺽정』의 언어에 대한 논란」 또한 이런 문제의식의 연장선에 있다. 표준어와 정서법 규정이 미비하던 시기 조선 팔도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인 언어’를 추구한 작가의 의식적 노력의 산물이라는 것이 저자가 도달한 결론이다. 일제와 서구의 압도적 영향 아래 신문물을 받아들여 우리 것으로 소화하고 ‘우리다운 예술’을 꽃피우고자 분투한 이들을 되풀이 조명하는 가운데 저자는 우리 문학의 ‘있어야 할 모습’을 전하고자 한다.
또한 이 책에는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이사장, 국립한국문학관 초대 관장 등 글로만 아니라 실천으로 문학사의 현장에 참여한 저자의 행적을 증언하는 글들이 함께 실렸다. 오늘날은 꿈같이 여겨지지만 언젠가 벼락처럼 재현될지 모를 남북작가대회(2005.7.)가 확정되어 감격 속에 그 의미를 짚어본 글 「남북작가대회의 성사(2005.7.)에 즈음하여」와 우리 문학계의 숙원 사업이던 국립한국문학관 설립의 역사적 의미를 고찰한 글 「국립한국문학관에 대하여」가 그것이다. 각 부 끝에 실린 후배 평론가들과의 인터뷰에서 펼쳐지는 1960, 70년대 문단사, 독자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가짜 난해시’와 설익은 비평 풍토에 대한 비판은 다시없을 조언으로 다가온다. 더욱이 3부 끝의 두 인터뷰는 1970, 80년대 우리 문학운동·문화운동의 기록으로서도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

1964년 비평활동을 시작한 이래 한국 현대문학의 최전선에서 우리 문학의 지평을 넓혀온 평론가 염무웅. 문학평론가, 출판편집자, 교수, 번역가 등 다양한 활동을 겸해온 그이기에 염무웅의 평론에는 언제나 일상적인 삶과 경험이 녹아들어 있다. 삶과 글로 역사와 함께 호흡한 작가와 작품에 대한 경의를 넘어 한국문학에 대한 깊은 애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저자의 글은 ‘역사 앞에 선 한국문학’을 이토록 총체적이고도 입체적으로 경험하게 만든다. 문학에 대한 저자의 치열한 탐구와 애정 어린 경륜은 앞으로 우리 문학이 나아가야 할 귀한 본보기가 되어줄 것이다.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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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 식민지-분단-전쟁-반공-독재-산업화-민주화로 급박하게 점철된 이 나라의 고단한 역사는 개인들의 온갖 일상적·사회적 삶을 가두고 통제하는 넘지 못할 철책이었다. 내가 이 책에서 다룬 시인들, 김수영·강민·민영·신경림·김지하·이성선·김남주는 1921년부터 1945년 사이에 태어나 철저히 그 시대 안에 갇혀 살며 철책의 강제와 억압에 시달렸고 때로는 철책 너머로의 해방된 삶을 꿈꾸다 철망의 가시에 찔려 피를 흘리기도 했던 분들이다. 그들은 평생 자유를 갈망했으나 돌아온 것은 사막 같은 팍팍한 삶이었다. 그러나 사막을 걸으면서도 그들은 ‘가장 가엾은 사람의 길동무가’ 되어 “별과 달과 해와/모래”를 노래했고(신경림 「낙타」), 그럼으로써 동포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선사했다.
[P. 7~8] 문학평론가로서 나의 정체성은 기본적으로 1960, 70년대에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나보다 20년, 30년 나이 많은 문단 선배들의 삶과 문학을 읽을 때 나의 의식, 때로는 무의식을 지배한 것은 그런 일종의 민족의식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들을 통해 한국문학의 ‘있는 모습’을 배운 나는 언제부터인가 나보다 20년, 30년 나이 적은 후배들에게 내가 터득한 한국문학의 ‘있어야 할 모습’을 전해줄 의무가 있다고 느껴왔다. 이 책에 지난 시대의 이야기가 많은 것은 그런 전달자로서의 사명감 때문인지 모르겠다.
[P. 135~136] 작가는 백지상태에서 작품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자기가 읽은 작품을 모델로 해서 자기 나름의 창의를 발휘합니다. 모든 예술은 과거로부터 형식이나 관습을 이어받는 측면이 있게 마련이에요. 그러니까 어떤 작품을 분석하고 평가할 때 우리는 그 작품이 과거의 어떤 요소를 계승하고 있는지, 또는 어떤 면을 부정하고 혁신했는지, 이런 맥락을 살펴보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문학적 전통이 형성되고 문학사가 만들어지는 거죠. 그리고 이러한 역사적 맥락 위에서 모든 작품은 자기의 독자적 좌표를 갖는 거고요. 어떤 문학현상도 과거와의 연관성이 전혀 없을 수는 없습니다. 전통의 부정 자체가 새로운 전통의 창조를 지향한다는 의미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