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인문학의 사명 “텍스트에 구현된 모빌리티의 ‘가상’과 ‘상상’에 주목함으로써 더 객관적이고 관찰적인 재현 방식을 통해서는 보통 접근할 수 없는 상상적이거나 비가시적이거나 억압된 모빌리티 맥락들을 포착하여 가시화하고, 그래서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또는 억압되어 있는 잠재적 모빌리티들을 개방하는 데 참여하는” 책. 이제 모빌리티인문학은 잠재적 모빌리티들을 가시화하여 궁극적으로 ‘모빌리티 정의’의 관점에서 미래 모빌리티 사회의 형성에 기여하고자 한다. 이 책이 ‘텍스트의 모빌리티 재현과 장소 만들기’, ‘모빌리티의 초국적 실천과 정치/통치/윤리’, ‘모빌리티와 미래 세계의 현재적 조건: 환경, 기후, 도시’ 등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모빌리티 정의라는 바위를 밀어 올리는 일 잠재적 모빌리티들을 가시화하여 ‘모빌리티 정의’의 관점에서 미래 모빌리티 사회의 형성에 기여하고자 하는 모빌리티인문학의 시도는 어쩌면 말 그대로 텍스트 내부에 머물러 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빌리티인문학은 모빌리티가 사회적 생산물이자 인지적·감각적 구성물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시공간 (재)생산에 참여하는 중요한 행위자임을 잊지 않으며, 그래서 모빌리티를 둘러싼 권력의 역학관계뿐만 아니라 그 가운데서 수행되는 인간의 윤리적 실천 또한 주요 연구 대상으로 설정한다. 1부에서는 일본 근대문학 작가 아리시마 다케오有島武郎의 모빌리티 실천, 무인도 테마 유튜브 디지털 스토리텔링, 일본 근세 시대 출판된 명소안내기 등을 중심으로 모빌리티 실천을 통한 장소의 (재)생산 과정을 탐구한다. 2부에서는 영국 런던 남서쪽 뉴몰든 지역에 거주하는 북한 이주민, 소설 《파친코》에 재현된 자이니치 모빌리티, 그리고 대한민국의 「난민법」 개정을 중심으로 이동의 초국적 실천을 둘러싼 정치, 통치, 윤리에 관해 살펴본다. 3부에서는 각각 모빌리티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따른 환경문제, 인류가 초래한 재앙으로서의 기후 비상 사태, 그리고 오늘날 인간의 삶의 장소로서 도시의 재구성 문제 등에 관해 논의함으로써, 모빌리티의 견지에서 미래 세계를 구상하기 위한 현재적 조건들을 탐구한다.
책속에서
[P.40] 중심과 주변이나 지방, 로컬과 같은 말을 사용할 때 용어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지방이라는 말에 담긴 위계를 지우고자 지역이라는 단어로 대체하기도 한다. 또한 다른 방식으로 로컬이나 로컬리티라는 표현도 지금 많이 사용된다. 로컬은 “어떤 특정한 시간을 관통하면서 어떤 곳/장소에 위치하는 현상”으로 사회문화적인 함의를 품고 있다.
[P. 79] 무인도를 주제로 한 사회공헌 프로젝트는 유연하고 능동적인 삶과 자발적인 삶을 융합한다. 무인도는 유연하고 능동적인 삶이 자생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 무인도 교육의 기본 전략은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통하여 무인도에 대한 인식 개선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것은 “경험”이라는 활동을 통해서 자발적으로 유연한 태도로 무인도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데에 효과적이다. 새로운 생태환경은 낯선 장소에서 의미 있는 경험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P. 132] 에도시대에 출판된 다양한 기록과 명소기를 통해서, 에도 스미다강에 설치된 센주오하시와 료고쿠바시, 그리고 스미다강의 지류로 에도성 해자에서 흘러나온 니혼바시강에 설치된 니혼바시의 설치 배경과 역사, 다리의 역할과 다리 설치에 따른 주변 환경의 변화, 그리고 시민들의 생활 변화와 다리 공간의 의미에 대해 살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