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덧 기업에서 사회공헌 업무를 담당해 온 지 17년이란 시간이 흐르고 있다. 그동안 많은 단체 및 사회복지사와 함께 일하면서 때론 격려와 지지를 보냈지만, 때론 아쉬움도 많았다.
특히, 비영리단체 담당자들이 기업 사회공헌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하고 있었다. 정보도 별로 없지만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도 적기 때문일 듯하다. 인터넷이나 유튜브에 떠도는 이야기들만 들을 뿐, 실제로 기업 사회공헌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지 못하고 있었고 궁금해하기도 했다.
반면 어떤 부분에서는 오히려 기업에 대해 너무 많이 이해하고 배우려고 하고 있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과 공유가치 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 그리고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 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등 변화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이슈들에 대해 비영리단체 현장에서도 이에 대해 배우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물론 기본적인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각종 프로그램 제안도 할 수 있으니 필요한 노력이다. 하지만 굳이 너무 많이 알 필요는 없다. 기업 내에서도 담당자나 관련 부서가 아니면 잘 모르고 관심도 없다.
기업의 이해는 기업 담당자가 하는 것이고, 비영리단체 담당자는 사회복지에 대한 전문성을 더 높여야 한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프로그램 기획력을 가져야 하고, 기업 담당자와 같이 이야기할 때 비영리 분야의 전문성에 대한 우위를 점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 담당자가 당신을 믿고 당신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인 나는 20년이 넘는 사회복지 경력을 가진 사회복지사이다. 그러나 내가 함께 일하고 있는 비영리단체 담당자는 경력이 적은 사회복지사들이다 보니 내가 업무에 대한 수퍼비전을 주며 일해야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 ‘프롤로그 | 나는 기업 사회복지사다’ 중에서
20여 년 전 내가 사회복지를 시작할 때는 대기업 복지재단들이 사회복지 분야에 크게 기여하고 있었으며, 기업복지재단 관계자들의 모임도 있어 비영리단체에 근무하는 나도 소개를 통해 몇몇 분들과 개인적인 친분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가졌었다.
그 당시 후원이 필요한 사회복지기관에게 기업복지재단은 큰 후원 창구였으며, 많은 현장 복지 관계자들이 기업복지재단과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 가려고 노력했었고, 이 연결 고리가 후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2000년대부터는 기업 사회공헌이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기업복지재단은 별도의 출연기관으로 자체 조직과 사업 목적을 가지고 법인 운영 절차에 따라 이사회 승인을 받고 주무관청의 승인을 받아야 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 주요 사업의 변경 시에도 이러한 절차를 준수해야 하다 보니 기업이 시의적절한 사회적 기여 활동을 하고 싶어도 신속하게 움직일 수 없는 한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복지재단의 한계 속에서 기업이 직접 사회에 나눔 활동을 시행하고 그들의 활동을 홍보하고 싶은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업의 사회적 기여 방향이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기업 사회공헌팀이 만들어지면서 ‘기업 사회공헌’이란 명칭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기존 복지재단을 통한 프로그램 공모나 후원 사업의 형태에서 기업들이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찾아 그것을 함께 할 수 있는 복지단체와 함께 시행해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한편으론 파트너십의 시작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갑을 관계의 시작이다.
- ‘기업 사회공헌이 뭐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