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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파랑이 일고
감사의 말
작품해설 | 오지 않은 파랑을 기다리며 _임지훈(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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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이 일고 : 임은희 장편소설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
0003175532 811.33 -25-379 서울관 인문자연과학자료실(314호) 이용가능
0003175533 811.33 -25-379 서울관 인문자연과학자료실(314호) 이용가능

출판사 책소개

알라딘제공
제4회 <넥서스경장편작가상> 우수상 수상작.

“우리가 새로이 싹을 틔울 수 있을까.”
가혹한 노동만이 유일한 선택지가 된 아이들
한마디로 이 소설은 새롭고 독창적인 묵시론이다. _손홍규(소설가)


제정 이래 다양한 작품으로 독자들과 만나 온 <넥서스경장편작가상>이 제4회 우수상 수상작을 내놓았다.
임은희의 『파랑이 일고』는 가장 낮은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가혹한 노동으로 내몰린 주인공 ‘창우’와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던져야만 한다.
“아동 착취와 노동 문제로 시작한 이야기는 환경과 기후의 문제로 나아가지만 궁극적으로는 그 모두가 인간의 일이라는 걸 일깨우듯 삶의 빛나는 세목으로 채워진”(편혜영) 작품은, “새롭고 독창적인 묵시론”(손홍규)이라는 심사평을 받았다.
“우리가 새로이 싹을 틔울 수 있을까.”_본문 중에서
생명과 죽음을 가르는 상상의 극지에서 씨앗 하나를 탄생시키려는 아이들… 이들의 탐색담 속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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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 번호표가 붙은 아이들이 하나둘 화물차에 기어오른다. 떠들거나 장난치는 아이는 당연히 없다. 앞서 탄 아이들은 졸고들 있다. 그 틈을 헤집으며 자리를 잡느라 곳곳에서 쇳소리가 터진다. 차들 뒤로 길게 드리워진 줄이 점점 짧아진다. 차가 야금야금 아이들을 씹어 삼키는 동안, 내 가까이에서 운전사가 서성이다가 연필로 명부를 탁탁 내리친다. 그러며 손목시계를 본다. 손전등이 내리쏘는 빛을 받은 황금 시곗줄이 금가루를 이리저리로 튕긴다. 다른 운전사가 양손을 치키며 아직이냐고 묻는다.
“쥐 새끼 한 마리가 모자라!”
[P. 25] “땅에 떨어진 열매는! 줍지도, 밟지도, 먹지도 않는다!”
무슨 구호처럼 세 번이나 외친다. 떨어진 열매는 상품 가치는 없으나 흙에는 다시없이 훌륭한 양분이라고 운전사는 늘어놨다. 우리랑 상관없는 말만 떠들어 댔다. 밭에 있는 그 무엇도 입에 넣지 말라고, 자기들이 제공하는 음식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말라고. 확성기의 째지는 소음으로 뇌에서 전기 불꽃이 튄다. 징그러운 열매만 가득한데, 밭에 뭐 먹을 게 있다고! 키 작은 아이들이 따지 못한 열매는, 다음번에 키 큰 아이들이 수확하란다.
[P. 35~36] 제멋대로 춤추는 다리를 이끌고 기계적으로 빈 통을 채워 나간다. 가시가 박혀도 아무런 느낌이 없다. 아까까지만 해도, 너무 따갑다고 집에 가고 싶다고 투덜대는 말소리도 흐느낌도 가끔가다 들렸다. 하지만 총성이 울린 뒤로 조용하다. 삭삭삭삭, 나무 사이를 지나는 소리만 밭에 퍼진다. 삭삭삭삭, 우리는 지워지고 노란 번호표에 새겨진 까만 숫자들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