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지리’라는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 현상을 탐구·분석하는 문화지리학 입문서
『문화지리학개론』은 지리학 특히 인문지리학의 하위 학문 분야인 문화지리학을 소개하는 입문서이다. 문화지리학의 다양한 연구 방법과 주요 연구 사례를 △문화 실천과 정치 △문화 대상·텍스트·미디어 △사회·문화 이론 등 3개 범주로 서술한 개론서이다. 영국 노샘프턴대의 존 호턴(John Horton) 교수와 버밍엄대의 피터 크래프틀(Peter Kraftl) 교수가 공저한 『Cultural Geographies: An Introduction』(Routledge)을 전남대 지리교육과의 김수정·박경환 교수가 번역했다. 문화지리학은 하위 학문 분야로 분류되지만, 다루는 문화 현상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고려하면 어느 상위 학문 못지않게 학문의 폭과 깊이가 넓고 깊다. 문화지리학은 인간의 행위와 인간에 의한 형성물, 인간이 속한 공간에 대한, 곧 인간의 삶과 관련한 의미와 현상, 실천을 탐구, 분석하는 학문이다. 많은 지리학자들이 문화지리학이라는 용어를 복수로 사용하는 이유다. 문화지리학자들은 경관에 대한 관점의 변화에서부터 사회 불평등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의 예술 및 문학 재현의 역할까지, 또 감정, 수행, 물질성에 대한 논쟁에서부터 정체성과 하위문화의 경험에 이르기까지 지리학계의 주요 논쟁에 참여해 왔다. 이 책은 이런 논쟁들을 바탕으로 문화지리학의 핵심 프레임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최근 문화지리의 주요 이슈와 관점을 소개한다. 문화지리의 과거와 현재, 최신 동향을 소개하고, 재현과 비재현, 일상성, 감정과 정동, 물질성 등 오늘날 문화지리학에서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 개념·이론·주제들을 풍부한 사례와 함께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지리교육 및 지리학을 전공하는 학부생에게는 개론서로서, 대학원생들에게는 연구 지침서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책은 3부 14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 도입에서는 문화와 문화지리학의 다양한 의미, 그리고 문화지리학의 학문 흐름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1부에서는 문화 생산과 소비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상호 연관되고 얽혀 있는 것이라는 관점을 견지하면서, 문화 대상과 공간이 어떻게 생산되고 조우하는지 논의한다. 문화 생산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2장에서는 문화 대상이 어떻게 그리고 어디에서 만들어지는지, 또 문화 공간이 어떻게 생산되고 규제되는지 등을 논의한다. 3장에서는 문화 소비의 개념을 소개하며, 일상 공간에서 소비의 중요성, 소비의 지리적 복잡성을 다루고 있다. 2부에서는 문화 대상, 텍스트, 미디어의 재현을 다루면서 건축, 경관, 텍스트, 수행, 정체성이라는 다섯 가지 핵심 주제를 논의한다. 4장에서는 건축, 건물, 디자인, 계획에 관한 전통 문화지리학과 신문화지리학의 이론, 사례 연구들을 소개하고 있다. 경관에 대해 논의하는 5장에서는 문화지리학에서 경관을 개념화한 다양한 방식과 사례를 소개한다. 6장과 7장에는 소설, 정책 담론, 음악과 스포츠, 춤과 행위 예술 등 텍스트와 수행성의 중요성, 사례들이 소개돼 있다. 8장에서는 본질주의, 정체성의 사회적 구성, 관계적 정체성, 수행성 등 정체성을 둘러싼 다양한 관점들을 논의한다. 3부에서는 일상성, 물질성, 감정과 정동, 신체, 공간과 장소라는 다섯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사회·문화 이론과 문화지리학이 교차하는 지점들을 고찰하고 있다. 9장에서는 문화지리학에서 일상 공간, 실천, 사건이 갖는 중요성을 살펴보고, 일상성 재현의 어려움과 관련해 지리학에서의 비재현이론을 소개한다. 10장에서는 마르크스주의 유물론, 물질문화,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을 통해 물질적 대상에 접근하는 다양한 방식들을 논의한다. 11장과 12장에서는 모든 인문지리학이 감정-정동적이고 신체적이라고 주장하는 지리학과 사회과학 분야의 연구들을 소개한다. 13장에서는 지리학의 핵심 용어인 공간과 장소의 개념이 갖는 복잡성과 다양성에 대해 논의하고, 문화 과정과 지리의 공간성을 탐구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 14장은 문화지리학의 미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문화지리학에서, 문화지리학을 통해 어떤 연구를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성찰 주제들을 담아 놓았다.
책속에서
[P.16] ‘문화지리학’에 대한 하나의 명확하고 단순하며 논쟁의 여지가 없는 정의로 시작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이 좀 더 쉬워질 것이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정의를 제시하는 것은 몇 가지 이유로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문제의 소지가 있다. 우선 ‘문화’라는 단어가 있다. ‘문화’ 그리고 ‘문화적’이라고 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으며, 정확하게 파악하기 무척 어려운 개념이다. 문화는 매우 친숙하고, 널리 사용되고, 당연하게 여겨지는 단어 중 하나지만, 실제로 정의하는 것은 꽤 어렵다. _1장 도입
[P. 83] 특정한 음악을 잠깐만 들어도 사람의 기분이 바뀌고, 자신과 자신이 점유하는 공간에 대한 감정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례는 특정한 소비 습관이 기분과 경험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잠재력을 보여 준다. 시끄러운 스카(ska) 음악을 들으면 걱정과 책임감을 잊을 수 있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집안일이나 숙제를 할 때 시간이 좀 더 빨리 지나갈 수 있다.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으면 긴 여행의 경험이 달라질 수 있고, 쇼핑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거나 절망할 수도 있으며, 책이나 영화가 며칠 동안 머릿속에 맴돌거나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꿀 수도 있고,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낯선 사람과 어색한 분위기를 깨는 대화의 기초가 될 수도 있고, 문화적 관심사를 공유하는 것이 우정이나 연애의 기초가 될 수도 있다. 앞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소비는 일상생활에서 당연한 일부로 여겨지지만, 소비 실천은 때때로 일상의 지리를 변화시킬 수 있다. _3장 문화 소비
[P. 133] 이 장에서 지금까지 설명한 각각의 접근법을 활용하면 사진 속 장면에 대해 서로 다르지만 겹치는 세 가지 지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명확히 할 점은, 이 기차역에 대한 ‘완전한’ 지리를 작성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 가지 요소를 놓치고 있다. 바로 건물 ‘거주(inhabitation)’라고 부르는 실천이다. 건축에 대한 정치 경제학적 접근법과 유물론적 접근법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건물에 의미를 부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일상적인 실천에 주목할 것을 촉구한다. 두 가지 접근법 모두 건물을 사용하고, 건물에서 걷고, 그 안에 앉고, 건물을 재설계하고, 청소하거나, 여러분이 선택한 건물에서 지금 하고 있는 거의 모든 일을 하는 등 건물 안에서의 신체적 실천(12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_4장 건축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