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저는 지금부터 탐정이 되겠습니다. 이제부터 우리는 도둑을 잡아야 합니다. 할 수 있나요?”
으아아아! 달이 방을 난장판으로 만든 사람은 누구? 달이와 밤이가 탐정과 조수로 변신해 펼치는 짜릿한 추리극, 도둑을 잡아라!
‘2024 한국에서 가장 즐거운 책’ 대상을 수상한 밤이랑 달이랑 시리즈의 아홉 번째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탐정이 된 달이와 조수가 된 밤이가 달이 방을 엉망으로 어질러 놓은 범인의 정체를 추적해 가는 이야기를 담은 『도둑을 잡아라』이다. 그동안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상을 돌보고 세상을 탐색하는 요령과 재미를 선보여 온 두 남매가 이번에는 긴장감 넘치는 추리 게임을 통해 전혀 새로운 매력으로 우리를 사로잡는다. 이야기뿐만 아니라 디지털 재료와 절제된 색감을 통해 이미지의 형식 면에서도 완전한 변신을 선보인다. 두 주인공이 주고받는 대화의 절묘한 호흡, 고전 추리물의 연출법을 패러디하는 위트 등 노인경 작가만의 개성이 고스란히 담긴 『도둑을 잡아라』는 밤이랑 달이랑 시리즈의 애독자들에게는 물론 밤이와 달이를 처음 만나는 독자들에게도 최고의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조수는 적으세요. 도둑은 낚시를 좋아한다. 낚시에 별표 세 개!
외출했다 돌아온 달이의 눈에 들어온 것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엉망이 된 방. 자기가 그런 게 아니라고 대답하는 밤이의 몸짓이 어딘지 미심쩍다. 그럼 도둑이 그랬나 보다는 달이의 말에, 아무래도 그런가 보다고 은근슬쩍 수긍하는 밤이. 그렇다면 달이는 지금부터 탐정이 되겠다고 선언한다. 근사한 체크 무늬 코트와 모자를 장착하고 등장한 달이는 탐정다운 카리스마로 밤이 조수의 어깨를 단단히 짚으며, 지금부터 게임이 시작되었음을 전한다. 달이가 애써 만든 종이 바이올린 활이 어째서 두 동강 났는지에 대해 밤이는 어쩐지 술술 답을 내놓는다. 도둑은 낚싯대를 만들려고 했지만 물고기는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비행기 날개를 자른 가위가 두 개 놓여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왜인지 아주 잘 알고 있다. 주스를 마실 때 빨대를 깨무는 도둑의 버릇도, 그림을 좋아하는 도둑의 취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허술한 도둑이 단서를 너무 많이 흘려 놓았기 때문일까, 밤이 조수의 추리력이 갑자기 날카로워졌기 때문일까. 점점 좁혀 오는 수사망. 도망치는 도둑의 발뒤꿈치가 달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워진다!
두 눈이 휘둥그레지는 스타일의 변신으로 구축해 낸 그림책의 스펙터클
밤이랑 달이랑 시리즈의 앞선 이야기들을 읽어 온 독자라면 선명한 주황색 표지를 보고 깜짝 놀랐을지 모른다. 물기 많은 수채와 색연필이 자아내던 고유의 다정함과 포근함 대신, 선명하고 유쾌한 디지털 이미지와 픽셀 서체가 먼저 우리를 반긴다. 노인경 작가는 오래된 수첩의 종이 같은 미색 바탕에 검정, 주황, 녹색만을 사용해 고전 아케이드 게임과 같은 독특한 미감을 만들어 냈다. 핀 조명으로 면을 나누고, 수사 서류의 형식 속에 엉뚱한 요소들을 끼워 넣으며, 과감한 구도와 빠른 장면 전환을 사용한 노인경 작가의 연출이 즐거운 긴장감 속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도둑은 많이 바쁩니다. 놀아야 하니까요!
-도둑은 이 책들을 다 봤을까요? -네, 이 책은 세 번이나 봤습니다. -도대체 왜 바닥에 던져 놓은 걸까요? -그건 바쁘기 때문입니다.
밤이와 달이야 우리 그림책 동네에서 가장 멋진 티키타카를 자랑하는 남매라 할 수 있지만, 『도둑을 잡아라』에서 둘의 호흡은 그야말로 최고조에 이른다. 이 난장판의 원인이 누구인지는 누가 봐도 분명하지만, 스타트 버튼을 누른 달이 덕분에 밤이의 어설픈 거짓말은 아슬아슬하고 스릴 넘치는 놀이가 되어 아이들의 오늘을 가득 채운다. 아이들은 놀아야 한다. 자기의 롤에 충실해야 하고 턴을 가로챌 수 없는 게임의 규칙 속에서 아이들은 오히려 자유롭게 활보한다. 놀이가 열어 주는 무한한 세계로 아이들을 초대하는 중요한 단서들이 이 책 속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