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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잎의 유서(遺書) / 시인의 꿈 / 옛 동무 / 참된 우정과 의리 / 3·8선을 넘으며 / 이별의 송령 포구 / 난중항해 / 주문진항을 떠나며 / 여수(旅愁) / 피난길 충주에서 / 아주 특별난 부부의 인연 / 백마강 / 무정세월 / 애상(哀想)의 밤 / 이별의 송령 포구 / 영빈 당숙 / 춘정 / 봄날은 간다 / 화심(花心) / 피난살이 순돌이 / 은진미륵불 / 3·1 독립만세운동 기념비 / 망향천리 / 세월의 그늘 / 황혼의 기적 소리 / 떡국 맛, 눈물 맛 / 타향의 추석 / 비둘기 집 / 기러기 / 강경 포구 / 남녘의 가을 / 이산(離山) / 황야의 고객(孤客) / ‘생사문제’라는 화두 / 결혼 축시 / 인생의 조언 / 들국화 / 들국화 인생 / 판문점 기행 / 이북공보 / 동산마을 / 무작정 서울 상경 / 망향가(원곡: 눈물 젖은 두만강) / 독립군 노래 / 우이동의 추억 / 경운 면민회 / 한탄강 / 청주 김씨 종친회 / 대나무 / 자화상 / 비둘기의 비명(非命) / 고바우 영감 / 되찾은 설날 / 꿈속의 사람 / 고향 뻐꾸기 / 마지막 작별 선물 / 필근 형님
[축하의 글] 애도의 정념이 펼치는 비원과 희원의 시간 / 반딧불이의 노래 / 들판에 외로이 피고지는 들국화처럼 / ‘아버지’가 ‘아버지’에게 / 우리가 지나온 시대의 또 다른 기록 / 문학서가 아닌 색다른 역사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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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잎의 유서 : 이북 실향민 1세대 아버지와 2세대 아들의 시산문집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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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3182187 811.082 -25-31 [서울관] 인문자연과학자료실(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0003182188 811.082 -25-31 [서울관] 인문자연과학자료실(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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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잎의 유서(遺書)

파아란 하늘 아래
짙푸른 잎새

꿈 깨어보니
단풍잎 붉게 물들어

여기 허공에
흩날려 사뿐히 내려앉는다

오늘도
흰 구름 속 조각배
세월을 싣고
정처 없이 노 저어간다

미련도 후회도 한(恨)도 없는
영주(永住)의 신천지
햇빛 받은 원시림은
다시 늘 푸르리
3·8선을 넘으며
3·8선을 넘으며

땅땅땅 삼연발 마지막 신호총 소리
산골짜기에 울려 퍼지던 그날 밤
나의 혈맥은 뜨거운 피로 용솟음쳤다
우린 정녕 고향을 떠나야만 하는가

황혼에 잠들은 정든 땅 뒤에 두고
물결 사나운 송령 포구에서
나룻배에 몸을 싣고
검은 물결 위 눈보라 몰아치던
캄캄한 항로
어찌 잊으랴
1950년 12월 12일 밤을

조각달 흐릿한 돛대 밑에서
쳐다보는 달빛 속에
향수 어린다
아, 꿈 같은 슬픈 이별
무정한 밤이여
우린 동방의 백의민족
나라도 겨레도 하나이건만
국토 양단 외면하고
동족상잔 웬일인가

오, 20세기 민족사에 피 물든
종족의 아픔
떠나는 뱃머리에 눈물 흘리며 헤어지던
안타까운 그 사람들
배 떠나니 비극의 서막이 사라진 채
허허바다 위에
무심한 갈매기 떼만 오락가락
포구를 지나 물 위에 우뚝 솟은 작도는
혹한의 적설에 덮여 곤히 잠든 양 고요한데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 소리만 철썩인다
고향의 여름 작도의 뱃놀이도 그 언제였는가
물 위에 기약 두고
우린 떠나간다

작도야, 잘 있거라
용와산 품에 안겨
경포만도 잘 있거라
아, 3 · 8선이 가로막은
남과 북
이젠 눈물이 피가 되어 흐른다

사공아, 풍파를 헤쳐라
저 멀리 수평선 너머
평화의 새벽 종소리 들려온다
숙원 실은 황포돛배여
통일로 가는 길목
3 · 1의 옛터 찾아가자

동해 물결아, 말해다오
너는 조국의 정체를 싸안고
삼천리 금수강산의 역사를 일궈냈다

오늘 우린 분단의 아픔을 싣고
저 3 · 8선 넘어
넓고 푸른 네 품 안에 운명 맡긴 채
정처 없이 흘러 내려가나니
내일은 어느 항구 선창가에
뱃머리를 돌려야 하는가
출렁출렁 너의 음파 타고
내 가슴도 파도치고 있다

검은 수평선 너머
긴 어둠 뚫고
모진 태풍 헤쳐 나가는
희망의 돛단배여
새벽녘 먼동이 터온다

동해의 아름다운 해돋이여
이 겨레의 어두운 마음속에
서광을 비춰다오

원한의 3 · 8선 너머
멀리 주문진 앞바다가 보인다

새 아침이 밝아온다
거침없으라
무적선(無敵船) 가는 항로
다시 부르자
3 · 1의 곡조를
우리 함께 가자
동트는 자유의 대지
겨레의 평화항구 찾아서

(1950. 12. 수로에서)
「인연, 그 바람은 머물지 않습니다」 본문 중에서
부모와 자식 간의 인연은 수많은 인연 중에서 가장 고귀하고 깊은 인연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찰나의 시간처럼 느닷없이 이별이 찾아오며, 덧없는 그리움만 새록새록 깊어집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르면 “모든 것은 인(因)과 연(緣)이 합해져 생겨나고, 인과 연이 흩어지면 사라지는 것”입니다.
부모와 자식 간의 인연은 억만 겁을 이어온 업의 결과라고 합니다.
찰나와 같은 이승에서 당신과 같이한 시간이 못내 아쉽고 그립기만 합니다.
비록 당신의 아들은 속가와 인연을 뒤로 하고, 부처님께 귀의한 출가자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20여 년 전 세상을 떠나신 당신이 너무너무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당신에게 자식 된 도리를 다하지 못한 회한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습니다.
설악산 오세암으로 돌아온 이후 당신의 육필 원고를 반복해 읽어 보았습니다.
여러 밤을 지새우며, 불효자식은 눈물짓곤 했습니다.
그동안 미처 몰랐던 당신의 새로운 면모를 엿볼 수 있었고, 당신의 참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마치 돌아가신 당신이 현실에 존재하는 것처럼 생생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당신과 생전에 못다 한 대화를 나누려 합니다.
이젠 찻잔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아 정다운 대화를 서로 함께 나눌 수 없습니다.
아버지, 하고 큰 소리로 부를 수도 없습니다.
살아생전 당신이 남긴 시와 수필을 통해 시공을 초월한 부자(父子)간의 대화를 나누려 합니다.
이들 유작에 대한 소감과 아울러 당신의 생애 및 가족사 등을 통해 마음의 대화를 이어 나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