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保育)을 교육(敎育)의 포함관계로 볼 것인가? 아니면 돌봄과 같은 차원으로 볼 것인가?’ 사실, 이들의 관계를 명료히 구분 지어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그것은 글자 그대로 보육을 보호하고 기른다든지, 교육을 가르치고 기른다로, 돌봄을 보살펴 준다로 풀이하기에는 그 안에 내포된 의미가 시대조류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이들의 대상인 영유아를 어떤 존재로 보느냐에 따라 대하는 방법과 태도 및 어른(부모, 교사 등)과의 상호작용 방식에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유아를 미숙하여 어른(사회)이 목표한 대로 이끌어야 하는 존재로 볼 것인가, 아니면 영유아를 독립된 인격체로 보고 지켜봐야 하는 존재로 볼 것인가에 따라 보육, 교육, 돌봄 모두 그 접근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최근에는 경영학계에서 청년들의 스타트업을 장려하면서 창업보육(Business Incubating)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보육으로 쓰는 educare와 incubating이 묘하게 뜻이 겹치고 있습니다. incubating은 예비 창업자나 신생기업이 사업에 필요한 기본적인 인프라는 물론 자금, 관련 법률, 인력, 홍보 등 관련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을 말합니다. 보육계의 educare나 경영계의 incubating이나 모두 대상(영유아, 신생기업)이 필요한 역량을 이미 갖추고 있다는(유능한 잠재력) 신념하에 성장에 필요한 정보나 환경을 지원한다는 공통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영유아나 신생기업을 수동적 존재로 보기보다는 주도성을 가진 주체로 인식한다는 점도 같습니다.
한때, 유치원은 교육하는 곳이고 어린이집은 보육하는 곳이라는 이분법적 논쟁을 한 적도 있지만, 2019개정 누리과정 고시 이후로 보육·돌봄의 개념에 기반을 둔 교육이라는 의미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즉, 2019 개정 누리과정에서 누리과정이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3~5세 유아를 위한 공통 교육과정이라고 정의하였고, 교육의 개념도 교사의 가르침에서 교사의 영유아 지원으로 달라지고 있습니다. 특히 보육에서 돌봄의 원리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돌봄 민주주의 저자 조안 C. 트론토(Joan C. Tronto)가 말했듯이, 돌봄(care)은 면대면의 상호작용을 통해 개개인의 욕구나 안녕을 제공하는 활동을 동반한 애정과 책임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보육 현장의 맥락에서 보면, 교사가 영아의 기저귀를 부드럽게 갈아 줄 때 영아가 만족한 웃음을 지어, 교사와 영아 간에 상호돌봄이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2024년 개정된 국가수준 표준보육과정에서는 진일보하여 OECD의 Starting StrongⅡ(2006. 영아를 교육의 범주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정책을 제언)를 배경으로, 영유아를 능동적인 학습자로 표명하고 영유아가 만들어 가는 보육과정의
배움을 교사가 따라가 보며 함께 걷기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본 책에서는 최근의 보육이 지향하는 의미와 가치에 공감하고, 이에 적합한 보육과정을 계획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예비 영유아 교사로서의 역량을 기르는 데 중심을 두고자 합니다. 본 책의 내용은 모두 4개의 PART로 구성 되어 있습니다.
Part Ⅰ에서는 보육과정의 기초가 되는 보육과정의 개념과 이론적 기초를 이해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Part Ⅱ에서는 보육과정의 구성원리와 목표·내용·방법·평가 등 구성요소들의 체계를 살펴보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Part Ⅲ에서는 2024년에 개정된 국가수준 표준보육과정(0~2세)의 배경과 총론 및 0~2세 보육과정, 3~5세 보육과정(누리과정)에 대하여 자세히 소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Part Ⅳ에서는 2024개정 표준보육과정에 기초한 영아반 보육과정 계획과 운영, 2019개정 누리과정에 기초한 유아반 보육과정 계획과 운영, 지역수준·기관 수준·개인수준의 다양한 보육과정 운영예시를 알아보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