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영미 문학의 가장 중요한 작가, 조지 오웰의 대표작 『1984』는 1949년에 발표된 디스토피아 소설로 『동물농장』과 함께 60여 개국의 언어로 번역된 작품이다. 당시 비평가들은 미래에 대해 예언한 소설이라고 평하며, “올해 출간된 작품 중 『1984』는 가장 동시대적인 작품”(《뉴욕 타임스》)이라고 극찬했다. 『1984』는 거짓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진실을 좇던 한 남자가 거대한 권력에 잠식되어가는 고통스러운 비극을 그리며 자유와 감시, 저항과 순응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운명을 통찰한다. 자유란 무엇이며 저항은 어디까지 가능한지, 철저한 통제 아래 놓인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이 소설은 개인의 사상과 감정마저 지배하는 권력의 본질을 낱낱이 드러내는 디스토피아 문학의 정점이다. 실제 오늘날에도 권력은 정보를 통제하며 대중의 사고를 조작하고, 진실과 거짓을 뒤섞어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낸다. 그렇기에 『1984』가 포고하는 조지 오웰의 메시지는 현재 우리에게 더욱 긴박하고 절실하게 다가온다. 빅 브라더의 눈이 모든 곳을 감시하고, 과거가 조작되며, 개인의 믿음마저 통제되는 사회에서 주인공인 윈스턴 스미스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절대적인 권력 앞에서 개인의 저항은 과연 가능할까? 『1984』가 던지는 본질적인 질문은 현실에서 반복되는 역사적 경고로서 우리 앞에 메아리친다.
눈앞에 보이는 것을 직시하는 데도 끊임없는 투쟁이 필요하다. — 조지 오웰
뛰어난 정치적 통찰력을 지녔던 문학적 혁명가, 조지 오웰이 현대인에게 던지는 긴박하고도 묵직한 경고
『1984』는 조지 오웰이 마흔일곱의 이른 나이로 세상을 뜨기 전, 폐결핵 투병 중에도 집필을 멈추지 않고 그가 마지막으로 세상에 선보인 문학적 유산이다. 출간 직후 세계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디스토피아 문학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던 1949년, 당시 시대적 상황은 2차 세계대전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새로운 이념적 갈등과 정치적 혼란 속에서 불안정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냉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사회주의 혁명이 여러 곳에서 실패로 돌아갔으며 미국과 소련이 각자의 이념으로 대립을 격화시키면서 세계는 점점 양극화되었다. 이러한 격변하는 역사 속에서 오웰은 소련의 스탈린 체제와 동유럽 위성국들의 강압적 통치와 전체주의가 어떻게 사회를 잠식하는지 면밀히 관찰했다. 그는 사회주의자로서 그것이 본래 추구했던 이상과 현실에서 왜곡된 모습을 날카롭게 분석했으며, 전체주의로 이어지는 혁명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경계했다. 『1984』는 당대 세계 질서를 빈틈없이 파악했던 조지 오웰의 준엄한 경고이자, 권력과 통제의 본질을 꿰뚫어 봄으로써 시대를 초월해 지금의 우리에게도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걸작이다.
섬세한 해석과 충실한 번역으로 새롭게 읽는 『1984』 이수영 번역가의 깊이 있는 통찰과 현대적 감각을 더하다
이번 열림원의 새로운 출간본은 이수영 번역가가 기존 번역본의 오역을 바로잡고, 더욱 세밀한 언어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텍스트를 제공한다. 이수영 번역가는 『가짜 노동』(데니스 뇌르마르크), 『밤, 네온』(조이스 캐럴 오츠), 『복수의 여신』(마거릿 애트우드 외) 등의 작품을 번역하며 폭넓은 문학적 감각과 깊이 있는 해석을 선보여왔다. 『1984』 또한 원문의 뉘앙스를 충실히 살리고, 현대적 감각을 반영하는 데 집중했다. 특히 기존 번역에서 잘못 전달되었던 윈스턴과 빅 브라더의 외모 묘사 등을 수정하고 윈스턴과 줄리아가 평어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대화를 구성했다. 기존의 번역들이 남성과 여성 사이의 존댓말과 반말을 구분하여 위계를 암시하는 것과 달리, 이번 번역은 두 인물이 동등한 관계로서 소통하는 방식을 택해 21세기 독자들에게 친숙한 형태로 다가간다. 이수영 번역가는 『1984』를 번역하며 "단순한 전체주의 비판을 넘어, 인간이 권력과 체제 속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면밀히 탐구한 작품"이라고 극찬했으며 "이 작품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도 반복되는 억압과 조작의 메커니즘을 독자들이 다시금 성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청했다.
책속에서
[P. 17] 윈스턴 스미스가 이제부터 하려는 일은 일기 쓰기였다. 윈스턴은 펜에 잉크를 찍은 다음 잠시 머뭇거렸다. 전율이 몸을 훑고 지나갔다. 종이에 글을 쓴다는 건 중대한 행위였다.
[P. 41] 7년 전이었을 것이다. 칠흑처럼 깜깜한 실내를 돌아다니는 꿈을 꾸었다. 한쪽에 있던 누군가가 지나가는 윈스턴에게 말을 걸었다. “우리, 어둠이 없는 곳에서 다시 만나자.” 아주 조용하면서도 무심한 말투였다. 요구가 아니라 단정이었다. 윈스턴은 멈추지 않고 계속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