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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은 205마크입니다 : 조은오 장편소설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
B000125356 811.33 -25-521 부산관 종합자료실(1층) 이용가능

출판사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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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가 된 지구인에게 희망은 있는가!
인간이 자원으로 취급되는 우주 한가운데서 시작되는 모험

전쟁과 기후 위기에 시달리던 지구인들에게 목성 정부는 중력 조절 장치를 삽입한 하얀색 팔찌를 착용하면 일자리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게 떠난 성인들은 혹독한 도시 개발에 동원되었고 팔찌는 족쇄가 되었다. 자원자가 줄어들자 사냥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3025년. 이제 사냥꾼이 지구인을 납치해 오면 목성 정부가 구입한다. 가격은 한 명당 205마크. 혹시 모를 저항에 대비해 성인은 바로 노역장으로 보내고, 미성년자들은 새로운 인력으로 길러 내기 위해 ‘지구인 분류소’를 운영한다. 미성년자들은 분류소에서 행선지를 선택할 수 있다. 복지원으로 가면 지구인들끼리 모여 살 수 있지만 목성의 단순 노동에 투입된다. 지구에서 상급 교육을 받았다면 도심의 기업에 취직할 수 있다. 기숙학교로 가면 목성식 취업 교육을 받는다. 그 어디로 가든 팔찌를 차는 순간부터 목성의 소유물로 철저히 관리된다.
분류소 아르바이트생 안나는 팔려 온 미성년자들에게 어디로 갈지를 묻고, 그들을 재배치하는 역할이다. 어떻게 사람을 사고팔 수 있냐고 분노하는 아이들에게 안나는 담담하게 말한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세상은 바뀌지 않으니, 순순히 받아들이라고.
“지침대로 하는 거야.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지구인 책임이야. 여기서는 불공평한지 부당한지 스스로 생각하지 마. 목성은 우릴 고용했지만, 보호해 주진 않아.” (22쪽)
그러나 조용히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던 안나는 새 아르바이트생 재이가 누군가의 미행을 받자, 그 뒤를 따른다. 한 번 도심으로 팔려갔던 재이는 왜 분류소로 돌아왔으며, 왜 한밤중에 폐차장으로 향했을까? 그를 쫓는 자들은 누구일까? 모든 것이 혼란스럽지만 한 가지만은 분명했다. 안나 자신이 재이를 외면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분류소 아르바이트생의 정체는?
거듭되는 탈주에 숨겨진 복선과 반전

재이와 안나에게 현상 수배령이 내려진다. 안나는 그제야 가짜 팔찌를 만들어 지구인을 해방시키고, 지구 방위군에 합류하려는 재이의 계획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번에도 돕기로 한다. 가짜 팔찌를 얻으면 다시 목성에 숨어 살 수 있고, 운이 좋으면 재이를 지구로 돌려보낼 수 있을 테니까. 안나는 재이를 이끌고 도움을 구하기 위해 지구인 복지원의 원장을 찾아간다.
그리고 안나가 그동안 복지원행을 택한 아이들의 몸에 은화를 숨겨 보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렇게 보낸 아이가 열 명을 넘었을 무렵부터 원장이 연락해 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안나는 자신의 행동이 기만이고 위선이라고 생각한다. 돈을 쥐여 주고 팔아넘기느니 팔찌를 채우기 전에 도망치게 했어야 한다고. 절박해서 찾아왔지만 마음이 편치 않던 안나는 자신들을 뒤쫓는 경비정이 나타나자, 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서둘러 복지원을 떠난다. 원장은 낡은 우주선을 내어주며 감사를 전하고, 마지막 순간 안나가 ‘분류’한 아이가 다가와 ‘기숙학교의 지구인 학생회장을 찾아가라’고 조언한다.
점점 감시망을 좁혀 오는 목성 정부군과 안나 일행의 쫓고 쫓기는 긴박한 추격전이 거듭된다. 안나는 위기의 순간마다 우주선을 탈취하고, 능숙하게 조종하며, 서슴없이 총알을 날린다. 그 모습에 함께하는 재이도, 독자들도 숨을 멈추고 주목하게 된다. 안나의 과거에는 또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다수의 안녕을 위한 소수의 희생은 타당한가
소름 끼칠 만큼 현실과 닿아 있기에 더욱 흥미로운 세계관

목성 정부군의 포로가 된 재이와 안나, 그리고 새 동료 해산은 수송선을 탈취하고서야 그 거대한 함선이 비어 있음을 알게 된다. 혼란스러워하는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목성 지도자 임서인은 직접 지구인 멸종 계획을 밝힌다. 그는 자유로운 지구를 기억하는 1세대 지구인을 죽이고, 어린 지구인들에게 복종을 가르치겠다고 밝힌다. ‘공익’을 위해서다.
[지배자와 지배받는 자가 명확하게 나뉠수록 세상은 평화로웠습니다. 지구도 그랬답니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지배했어요. 이제 세상이 조금 더 넓어졌을 뿐입니다. 우주라는 광활한 세계에서 목성은 지구를 지배했어요. 목성이 더 강하니까. 이제 자기 처지를 벗어나고 싶다는 괜한 희망은 희생을 낳을 뿐이에요.] (110쪽)
임서인은 목성인에게 ‘좋은 지도자’다. 지구인을 착취함으로써 목성을 안정시키고, 더 많은 자원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인의 희생을 밑바탕으로 한 ‘안정’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더 많은 목성인과 지구인이 잘살 수 있는 길이라는 임서인의 논리는 그럴듯하게 들리기도 한다. 임서인은 안나와 재이, 해산에게 거래를 제안한다. 그리고 임서인을 끈질기게 의심하던 안나는 자신이 태어나기 전 목성에 은폐된 소름 끼치는 비밀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지구인은 205마크입니다』에 구현된 갈등은 역사적으로 많은 지배자들이 시민을, 소수자를, 약자를 억눌러 온 방식과 무척 닮아 있기에 더욱 정교하고 치밀하게 독자의 마음을 파고든다. 다수의 안정을 위해 소수의 희생은 감수해도 될까? 무엇이 ‘정의’인지를 알고 있음에도 인간 사회는 왜 이 질문을 두고 수없이 고민해 왔을까.
“우리가 지금 입을 다물어 버리면 진실은 영원히 묻혀요. 이미 1세대들이 그렇게 죽어 버렸죠. 그 대가로 우리는 서로를 팔아넘기고 있고요. 지금 우리가 밝히지 않으면 나중에는 서로가 서로를 지배하고 지배받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게 될 거예요.” (128쪽)

새카만 우주를 밝게 빛추는 연대의 은하수
독자들을 사로잡을 새로운 페이지터너의 탄생

『지구인은 205마크입니다』의 축을 이루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한 가지는 아주 오래 전부터 목성과 지구 사이에 숨겨진 거래이고, 다른 하나는 주인공 안나가 품은 비밀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목성 정부가 운영하는 분류소에서 일하던 안나는 큰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지구 아이들을 팔아넘긴 장본인이며, 임서인과 같은 종류의 인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탈주 과정에서 만난 목성 곳곳의 지구인들은 안나가 변화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된다.
안나는 자신이 절망으로 몰아넣었다고 생각한 미성년 지구인들이 스스로 희망을 찾으며, 또 다른 누군가를 돕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하 도시의 아이들은 도망자 신세가 된 안나를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도와준다. 복지원에서 자란 미성년자들은 성인이 되면 그보다 어린 지구인을 가족으로 맞았으며, 만일에 대비해 그들만의 벙커를 짓고 있었다. 목성이 ‘말 잘 듣는 지구인’으로 가르치려던 기숙학교 학생들은 학교 우주선을 탈취해 지구로 떠난다. 학생들이 찾아가려는 것은, ‘불필요한 노동력’이라는 이유로 지구에 남겨졌던 어린 방위군들이다. 지구에 남은 방위군이 없으리라 단정했던 안나는 운동장을 날아오르는 노란색 학교 우주선들을 보며 크게 동요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우리는 아직 서로를 돕고 있을 거야. 그게 당연한 일이니까.” (48쪽)
지구에서 방공호를 파던 솜씨로 지하 도시에 숨어든 아와디가 당연한 듯 건넨 이 말은, 절망에 놓인 지구인들이 희망을 잃지 않는 원동력이고, 안나가 다시 한번 저항의 선두에 서게 하는 주문이다. 마침내 안나는 자신이 목성 곳곳에 보낸 퍼뜨린 불꽃들에 힘입어 최후의 반격을 시작한다. 우리가 사는 세계를 지탱하는 것은 무엇일까? 『지구인은 205마크입니다』는 인류가 품어 온 그 오랜 질문에 대해 지구 청소년들이 내놓는 아주 통쾌한 대답이 될 것이다.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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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8] 수많은 사람들이 목성으로 가는 우주선에 올랐다. 물론 모두가 탈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보호자가 없는 어린이, 왕복선 탑승비를 낼 수 없는 빈곤층은 뒤로 밀려났다. 버려진 사람들은 지구에서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P. 22] “이 상황에서 우리한테 제일 중요한 태도는 뭘까?”
“지구인들이 포기하지 않고 삶을 꾸리게 해 주는 거?”
안나는 고개를 젓고 답을 알려 주었다.
“지침대로 하는 거야.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지구인 책임이야. 여기서는 불공평한지 부당한지 스스로 생각하지 마. 목성은 우릴 고용했지만, 보호해 주진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