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E. L. 닥터로우의 『다니엘 서』(The Book of Daniel)과 『래그타임』(Ragtime)을 로맨스라는 틀 속에서 조망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자신의 책들을 로맨스로 간주해 달라는 닥터로우 자신의 거듭된 요구에도 불구하고 닥터로우에 대한 연구는 주로 포스트모더니즘적 시각에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닥터로우에 대한 포스트모더니즘적 접근은 닥터로우의 텍스트에서 나타나고 있는 실재(역사), 담론, 텍스트 간의 복잡한 관계를 단순화시키는 한계를 노정해 왔음은 물론, 그 텍스트들이 지니고 있는 사회적·정치적·역사적 함의를 치환해 버리는 태도를 보여주었다.
닥터로우의 텍스트들을 로맨스로 볼 때에도 문제는 단순하지만은 않다. 로맨스라는 장르적 양식 자체가 범주화를 거부하고 오염시키며 내파적인 경향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리얼리즘, 역사, 포스트모더니즘과 복잡한 연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논문은 로맨스와 다른 범주들 간의 관계를 고찰하면서, 로맨스의 성격을 긍정적이라기보다는 부정적인 견지에서 정의한다. 1장은 (아메리카) 로맨스 이론과 그 전통에 대한 나다니엘 호돈의 공헌을 다루고 있다. 호돈이 부각되고 있는 이유는 닥터로우 자신이 말하듯이 호돈의 로맨스와 닥터로우의 텍스트들은 상동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호돈의 로맨스론에 대한 공헌은 긍정적인 것이 라기보다는 부정적인 것이다. 많은 이론가들은 호돈을 전유하여 로맨스론을 개진하였지만, 정작 호돈의 로맨스는 그러한 이론들을 내파하는 경향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경향이야말로 호돈의 로맨스의 특성이라고 간주될 수 있으며, 그 특성은 호돈의 역사의식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호돈은 자신의 로맨스를 통해 아메리카 로맨스론의 근간이 되고 있는 비역사적 사유를 비판하고 역사성의 회복을 강조한다. 그가 자신의 텍스트를 로맨스라고 불렀던 이유도 자신의 텍스트들이 낳을 수도 있는 '현실효과'를 회피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2장에서는 닥터로우의 『다니엘 서』를 이러한 호돈적 로맨스의 견지에서 살펴 보고 있다. 닥터로우는 자신을 호돈 전통에 속해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그가 생각하고 있던 호돈 전통과는 다른 방식으로 그 전통에 속해 있다는 것이 2장의 논지이다. 『다니엘 서』는 호돈의 로맨스에서 나타나는 주관적 현실 전유와 더불어 그러한 담론적 실재를 실재 역사와 혼동해서는 안된다는 필요성을 보여 주고 있다. 3장에서는 『래그타임』에서 각각의 등장인물들이 어떤 식으로 역사를 전유하고 있는지를 살펴 보고, 가장 이상적인 방식을 역사의 로맨스화라고 간주하고 있음을 징후적으로 읽어 낸다.
결론적으로 닥터로우의 텍스트들은 역사의 로맨스화를 징후적으로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로맨스라는 틀이 타당성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역사를 또는 실재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담론적 실천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그러한 담론적 실천과 실재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호돈과 닥터로우가 주는 교훈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