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칠(乾漆)은 중포태(重布胎)로 그 제작은 일반적으로 포(布)를 반복적으로 쌓아 태(胎)를 만드는 것으로 일정한 두께로 성형(成形)하여 원형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재료를 사용하는 것보다 표현하기 어려운 점은 있으나 성형한 두께나 부피에 비해 다른 성형제의 재질보다 강도가 뛰어나고 가벼운 것이 특징이며, 곡면 등의 조형(造形)적 표현을 하기에 자유롭다.
건칠의 시원은 전국시대(戰國時代) 초(楚)나라로 알려져 있으며, 동진(東晋) 때부터 건칠조상(乾漆造像)이 제작되기 시작하였다. 한(漢)나라 때 칠기(漆器) 명문(銘文)에는 ‘협저(夾紵)’라고 명하였으며, 건칠 기법이 당대(唐代)에 일본으로 전해진 후 ‘건칠’로 명명되기 시작하였다. 원(元)나라 때에는 협저의 조상법이 더욱 발전하였고, 건칠을 ‘전환(傳丸)’·‘ 탈활(脫活)’이라고 칭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표현된 건칠은 ‘협저태(夾紵胎)’·‘전환’·‘탈활’· ‘탈사(脫紗)’·‘중포태(重布胎)’ · ‘ 탈퇴(脫胎)’와 같은 명칭으로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달리 불리어졌다.
한편 우리나라의 건칠 조상작업은 고려(高麗) 말, 조선(朝鮮) 초로 추측되는 유물들이 현존하고 있다. 현재에는 제작기법에 대한 문헌이 중국과 일본에 산발적으로 전해져 중국과 일본의 작가들에 의해 조형에 이용되고 있으며, 자료가 적극적으로 공유되지 않은 까닭에 우리는 개괄적인 서술 형태의 자료만 확보되어 그 재현이 어렵고, 특히 도제식 계승에 따른 제도적 문제로 그 제작의 표준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본 논문에서는 우리나라의 현존하는 유물 건칠 조형상(造形像)에 대한 현황을 알아보고, 건칠시편을 제작하여 적정한 포의 겹수와 강도를 측정하고 이로서 건칠 제작의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실험 방법으로는 하중에 따른 인장강도와 굴곡강도를 측정하기 위하여 옻과 풀·옻과 회(灰:토분 )의 배합비율을 각각 다르게 하고, 포의 겹수는 1∼7회까지 반복하여 도포하였다. 실험에 사용한 재료는 작업 시 이용되는 가장 보편적 재료인 삼베와 모시를 선택하였고, 회는 토분, 풀은 밀가루를 사용하여 시편을 만들었다.
그 결과 삼베의 경우는 옻칠 양이 증가하면 인장력이 높아지고, 회의 양이 증가 할수록 굴곡 강도도 증가함을 알 수 있다. 모시의 실혐 결과는 전체적으로 삼베에 비해 인장강도와 굴곡강도가 비교적 높은 수치를 나타냈으며, 특히 호칠(糊漆)과 회칠(灰漆)은 배합비율이 동등할 때 최고치의 인장력과 굴곡강도를 보여주었다.
위 실험의 결과로 사용하는 소지(素地)에 따라서 옻·풀·회의 비율을 각각 달리 적용해 볼 수 있고, 조형물의 성질에 따라 포의 종류나 겹수가 서로 다름을 예측해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