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동북아대륙의 한반도 남단에 위치하여 육상 및 해상교통의 요충지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45년 해방과 더불어 우리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남북으로 분단되어 섬나라 아닌 섬나라와 같은 처지에 놓여 아시아 및 유럽 대륙으로의 물류이동의 제한과 그에 따른 시간과 비용이 필요 이상으로 발생해 온 것이 사실이다.
1991년도 구소련의 붕괴로 동구와 러시아를 비롯한 구소련 가맹공화국들은 시장경제로의 체제변화를 이룩하였다. 중국도 정치적으로는 사회주의 체제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으나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를 도입하여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있다.
이와 같이 탈냉전 시대의 도래와 국제사회의 지역 블록화 추세에 부응,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한반도에서도 탈냉전과 화해 협력의 무드가 조성돼 2000년 6월 평양에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데 이어 2007년 10월 평양에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다. 이러한 남북한간 화해 협력의 가시적인 성과는 남북한 철도연결로 나타난다. 남북한 철도연결은 필연적으로 남북한간의 철도연결로만 귀착되는 것이 아니고 대륙철도와의 연결을 촉발하게 된다.
한반도에서 대륙으로의 철도노선 연결은 크게 4개 노선을 상정해 볼 수 있다. 먼저 두만강을 넘어 극동러시아와 시베리아를 경유하여 유럽으로 연결되는 노선과 압록강을 넘어 중국내륙을 거쳐 카자흐스탄과 러시아로 연결되는 노선, 역시 압록강을 지나 만주내륙을 경유 러시아로 연결되는 노선, 마찬가지로 압록강을 지난 후 일부 중국내륙 철도와 몽골철도를 경유 러시아로 연결되는 노선이 바로 그 것이다. 본 논문은 이 4개 노선 중 남·북·러 3국이 이미 원칙적인 합의를 하고, 러시아의 핫산과 함경북도 나진구간에 대한 철도 개보수작업을 착수하기로 한 한반도종단철도 (TKR :Trans-Korea Railway)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Trans-Siberian Railway)연결에 대한 연구를 중심으로한다.
TKR-TSR 연결에 대해 남·북·러 3국은 약간의 입장차이가 있으나 원칙적으로 상호 동의하고 있다. 러시아는 한국 자체의 물동량과 동남아 등지에서 발생하는 물동량이 부산 등 한국에서 환적되어 대륙으로 이동되는 물류를 TSR로 유치하는데 매우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대륙철도와 한반도철도가 연결되어 활성화되는 것을 당연히 환영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할 입장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남북한철도연결과 이를 활성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남북한철도연결이 이루어지고 나면 쉽게 TSR 및 TCR (Trans- Chinese Railway)연결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TSR과 TCR 중 어느 노선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유리한 지를 따져볼 일이다. 북한은 당초 대륙철도의 시발점을 북한지역으로 하여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남한에서 발생하는 물동량 등이 자국을 통과할 경우 통과수익이 그 만금 클 것으로 보고, TKR-TSR 연결에 찬성하고 있다.
한편 물류이동에 대한 환경개선과 비용절감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에 하나가 도로 및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의 확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의미에서 남북한간의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복원, 이를 다시 TSR과 연결하여, 21세기 “철의 실크로드”를 구축하는 것이 물류비 감축과 물류이동 시간단축은 물론 이를 통한 시베리아 천연자원 개발 등 당사국간의 경제협력 활성화를 유발할 것이 분명하다. 또한 TKR-TSR 연결이 실현되면 우리에게는 대륙진출의 양대 통로 즉 러시아 연해주를 경유하는 방법과 중국 동북3성을 경유하는 방법 중 하나를 확보하는 셈이 되는 만큼 우리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발휘하여 북한을 경유, 대륙철도와의 연결을 성취해야 할 입장이다.
그런 관점에서 TKR-TSR 연결이 물류운송상 미칠 파급효과와 당사국에 직접적으로 미칠 경제적 파급효과, 철도연결을 계기로 남·북·러 당사국간 경제 협력 활성화 방안을 살펴보면 크게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물류비용을 감축하며 물류이동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물류비 감축은 2005년도 기준으로 추정하면 약 1억3천만 달러 이상으로 나타난다. 부산에서 연해주로 해상운송을 할 경우 20피트 컨테이너 1대당 평균 1천 달러 상당의 운송비가 발생하며, 또한 부산에서 연해주간 해상운송의 기간도 2박3일 정도로 추정되기 때문에 TKR-TSR 연결이 이루어지면 물류비 감축과 물류이동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유럽지역으로 물류이동 기간을 보면, 부산에서 모스크바까지는 약2주, 부산에서 베를린까지는 약10일 정도가 단축된다. 물류이동에 따른 화물통과 수익도 상당할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는 물론 북한도 TKR-TSR 노선의 운영이 활성화되면 될 수록 보다 많은 통과수익을 얻게 될 것이다.
둘째, 천연가스, 석유 등 자원 확보 및 역내 거래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원활한 물류이동과 비용감축은 필연적으로 역내 거래를 활성화시킨다. 특히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시베리아産천연가스, 석유 및 석탄 등 에너지자원은 물론 목재, 수산자원 등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또한 물류 환경개선에 따른 비용감축으로 당사국간의 교역과 투자가 촉진될 것이다. 최근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으로 경제성장의 탄력을 받고 있는 러시아와 동북아국간 교역과 투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셋째, 동북아지역에서의 경제 블록화를 촉진할 것이다. 역내거래의 활성화와 상호투자 증가는 필연적으로 동북아 경제권 형성을 촉진 할 것이다. TKR-TSR 연결이 남북한을 포함한 한반도와 중국의 흑룡강성, 길림성, 요녕성 등 동북3성, 러시아의 시베리아 및 극동지역, 일본 열도 등이 하나의 물류권 즉 하나의 경제권으로 재편되는 되는 것을 촉진할 것이다. 물론동북아 지역의 특성상 사회 경제적 체제의 상이함 등으로 경제적 통합을 이룩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TKR-TSR 연결은 분명히 역내결속을 강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넷째, 2국간 및 3국간의 경제협력 활성화를 촉진할 것이다. TKR-TSR 연결은 남북한 철도연결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남북한간의 교역, 투자 등 경제협력 활성화를 가져올 것이며, TKR-TSR 연결로 극동러시아와 시베리아대륙이 우리에게 보다 가까워짐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 지역에 대한 자원개발 등 한·러간 경제협력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고, 북한과 러시아간에도 선택적으로 경제협력이 활성화 될 것이다. 이러한 양국간 경제협력은 남북한·러시아 3국간 경제협력으로 확대될 것이다. 특히 3국간의 경제구조가 상호 보완적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경협이 이루어진다면 그 시너지효과는 매우 클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같이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TKR-TSR 연결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이 노선의 이용이 활성화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당사국 정부당국의 적극적인 의지와 추진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북한당국의 적극적인 추진 의지와 군부 등의 입장 선회가 있어야 한다. 또한 북한철도 현대화에 소요되는 막대한 자금을 마련하는 문제도 어려운 과제 중에 하나이다. 그 동안 방치돼 노후화로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하는 북한철도에 대한 현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한 현재 부산에서 연해주로 해상운송을 한 후 TSR 노선을 이용하는 방안에 비해 물류기간을 크게 단축하기가 어렵다. 또한 북한철도 현대화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엄청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도 해결해야할 큰 과제 중에 하나이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남북한철도 연결과 이에 따른 투자문제는 통일비용 부담이라는 측면에서도 고려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북한철도의 노후화에 따른 투자비용과 복선화 작업에 들어가는 엄청난 자금 부담이 해결해야할 과제이다. 여기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은 철도 등 북한의 SOC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북한경제의 회생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 경제에도 생산유발 효과를 가져와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독일 통일 이후 동독 재건을 위한 서독국민들의 세금부담 증가로 서독경제의 침체현상을 경험한 점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대북투자가 긍정적으로 작용하도록 사전에 다각도로 면밀히 분석한 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비록 한반도를 둘러 싼 환경이 북한핵문제 등으로 아직도 긴장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멀지 않은 장래에 TKR-TSR 연결이 실현되고 이 노선 이용이 활성화될 것에 대비한 당사국들은 철도전문가 양성 및 상호 정보교환은 물론 남북한·러시아 3개국간 공동 협의체 등을 구성하는 등 철저히 준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뿐만 아니라 지역간 교역 및 투자, 자원개발, 운송 및 유통 증진을 위한 전문가 육성과 이들 간의 정보교환, 세미나 등을 꾸준히 개최하여 상호 이해를 증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북한 및 러시아 지역전문가, 철도 및 물류전문가 등을 정부와 업계가 적극적으로 양성하여 앞으로 TKR-TSR 운송이 활성화될 때를 대비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