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공간, 장르와 영역, 성(性)과 문화 등 모든 요소들간의 해체와 융합을 지칭하는 하이브리드(Hybrid)는 세기를 전후하여 생활 문화전반에 나타난 현시대의 중요한 특징이다. 극단적인 이질성의 요소들을 해체하고 혼합하여 새로운 것으로 재창조된다. 무한한 가능성을 전제로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어 패션은 물론 음악, 연극, 미술 등의 창조적인 영역뿐 아니라 스포츠, 광고, 인테리어, 라이프스타일까지 인간 생활에 밀접한 영역까지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여러 양식과 요소들이 혼재하여 더 이상의 Look이나 Style로 구분하기 어려운 패션의 영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되고 있다. 새로움을 위하여 사고의 틀을 깨고자 하는 많은 디자이너들에 의해 패션의 조형성과 의미, 요소들은 해체와 혼합을 통해 하이브리드 되었고 또한 문화, 예술장르와의 하이브리드가 트렌드로 급부상하면서 하이브리드 현상은 다양한 각도로 심화되고 있다.
남성복에서도 여성복과 마찬가지로 하이브리드 현상은 다양한 형태로 심화되어 현대 남성 패션을 설명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특징으로 연구 필요성이 제기되나 현재 남성복의 하이브리드 현상에 대한 학문적 연구는 미비한 실정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하이브리드 현상에 대한 이론적 고찰을 바탕으로 세계 남성복 컬렉션과 국내 남성 패션잡지에 나타난 하이브리드 경향의 분석을 통해 세계 남성복 컬렉션에 발표된 남성복의 하이브리드 현상이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남성 패션잡지에서는 어떠한 방식으로 해석되고 ‘국내화’ 되어 제시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연구방법은 각종 전문 학술 서적과 선행 연구된 자료들을 통한 문헌연구로 하이브리드 현상의 일반적인 개념과 형성배경을 살펴보고 문화, 예술, 디자인 분야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하이브리드 현상을 고찰하였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남성 패션에 나타나는 하이브리드 경향을 분석하고 남성복 컬렉션과 국내 남성 패션잡지의 사진들을 발췌하여 시각자료로 제시하였다.
문화 전반에 나타난 하이브리드 현상은 과거와 현재, 미래적 요소간의 하이브리드인 ‘시간’, 다양한 지역과 문화 간의 하이브리드인 ‘공간’, 예술을 비롯한 다양한 영역간의 하이브리드인 ‘장르’, 상위계층과 하위계층간의 하이브리드인 ‘계층’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세계 남성복 컬렉션과 국내 남성 패션잡지의 분석 시에 있어서는 ‘시간적 요소간의 하이브리드’, ‘공간적 요소간의 하이브리드’, ‘장르간의 하이브리드’의 구분은 문화 전반에서의 구분과 동일하게 관찰되었으나 ‘계층간의 하이브리드’는 1990년대 이후의 패션전반에서 일어난 현상으로, 이제는 계층의 의미와 구분이 모호하고 현대패션에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일반화된 패션현상으로 판단되어 분류기준에서 배재하였다. 그리고 패션에서 하이브리드 현상이 뚜렷하고 패션 스타일 분석에 있어서 근간이 된다고 보이는 ‘성적 요소간의 하이브리드’와 T.P.O별 의복구분에서 가장 크게 관찰되는 ‘아이템간의 하이브리드’로 대치하였다.
세계 남성복 컬렉션과 국내 남성 패션 잡지에 나타나는 하이브리드 현상에 대한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하이브리드현상은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간적인 요소와 글로벌화에 의한 공간간의 다문화적 요소들에서 오는 다양한 모티브들을 단편화하고 이것들을 혼합하여 새로운 것으로 재창조함으로써 익숙하면서도 새로움 주는 현대 남성 패션을 보여주고 있다.
둘째, 많은 양식과 다양한 장르, 서로 다른 성(性)에서 내용과 형식, 방법을 해체하고 융합과 진화를 통해 남성패션의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주는 대안이 되고 있다.
셋째, 하나의 기능성을 고집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다양한 기능과 스타일링을 필요로 하는 현대사회에 아이템간의 믹스나 두 가지 이상의 의미를 담은 하이브리드된 아이템은 현대 남성의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와 함께 진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세계남성복 컬렉션에서 보이는 하이브리드의 특성들인 공간, 시간, 장르, 성, 아이템의 요소들이 국내 실정에 따라 그 비중이나 표현방식이 집중, 축소, 또는 확대되는 양상을 뚜렷하게 확인 할 수 있었다.
이상에서 고찰한 바와 같이 세계 컬렉션에서 하이브리드 현상은 다양한 방법으로 심화되고 구체화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남성 패션 시장은 여전히 획일화되고 하나의 요소에 집중하여 세계 트랜드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소비자와 패션시장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국내 남성 패션잡지는 그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세계 컬렉션에서 보이는 트렌드를 해석하고 전달하는데 좀 더 객관적이며 전문적으로 해석하고 다양하게 표현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