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주의 이후 모더니즘 미술은 미술의 순수성에 집착한 나머지 획일적이고 자기목적적인 예술을 추구하였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미술은 삶 속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며 다양한 해법을 추구하게 되었고 타 장르와의 교류를 통한 문화적 담론도 활발히 제기되기 시작하였다. 조형예술에 있어서도 사회, 역사, 문화의 여러 관계 속에서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과 이를 적용하기 위한 방법론이 필요하게 되었고, 알레고리가 중요한 방법론이 될 수 있음을 발터 벤야민의 알레고리 이론을 통하여 제시하고자 하며 나아가 현대 화예조형 작품을 분석하는 데에도 유용한 개념임을 밝히는 것이 이 논문의 목적이다.
예술에서의 알레고리는 상징과 함께 주된 수사법의 하나로 발전해 왔으나 18세기 이후 진부한 표현법으로 가치하락을 겪었다. 20세기 초 독일의 철학자 발터 벤야민은 「독일 비극의 기원」이라는 논문에서 바로크 비극을 연구하면서 알레고리를 새롭게 재해석하여 예술비평의 방법론과 역사철학적 인식론을 정립하였다. 그의 사유방식에는 알레고리적 시각이 중요한 바탕이 되었다. 벤야민은 세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총체성과 완결성을 추구하는 계몽주의 시대의 상징의 시각보다는 불완전하지만 사물과 인식의 파편을 통해 조금씩 의미를 드러내는 알레고리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날 현대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벤야민은 알레고리의 특성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견해를 밝혔다. 첫째, 알레고리는 전통적인 의미의 연관을 끊고 새로운 맥락을 제시함으로써 형상과 의미의 불일치를 이루며, 이것은 의미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고 보았다. 둘째, 현대사회의 불안정성과 모순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유방식, 즉 대상을 불완전하고 파편화된 그대로 바라보고 그 각각의 조각에서 의미를 이끌어내는 알레고리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벤야민의 알레고리 이론은 크레이그 오웬스가 현대미술의 알레고리적 충동을 설명하는 비평의 바탕이 되었고, 오웬스는 이를 근거로 알레고리를 미술비평의 방법론으로 발전시켰다. 오웬스는 알레고리적 방법론에서 현대미술에 나타나는 이미지 차용, 장소특수성, 혼성적 특성들을 알레고리와 연결시켜 설명하였다.
벤야민과 오웬스의 이론을 바탕으로 알레고리가 현대미술뿐만 아니라 현대 화예조형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도 중요한 개념이 될 수 있음을 밝히고 그 사례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알레고리적 작품은 다양한 사회문화적 맥락을 담고 있으며 관람자와의 소통을 통해 의미가 변화되고 보다 풍부해질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