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IMF 외환위기 이후 신용불량자 양산사태로부터 금융교육의 한 분야인 신용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IMF 외환위기 이전의 금융교육이란 소비절약과 저축을 강조하는 수준이었다. IMF 외환위기 이후 10여 년간 경제교육, 소비자교육, 투자자교육이 혼재되어 공공기관과 민간단체에 의해 제각각 실시되어 오고 있다. 한편, 중학교와 고등학교 정규교육과정에서는 금융관련 교육내용을 찾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금융관련 학교교육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영국 등 금융선진국에서는 일찍부터 금융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정부가 국민의 금융이해력 향상을 위해 적극 나섰다. 정부는 장기 전략을 세우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조직과 예산을 일찍부터 갖추어 왔다. 또 금융교육전담기구를 설립하고 정부, 학교, 민간단체, 금융회사 간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전 국민을 상대로 생애교육의 관점에서 과정별 금융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의 금융이해력 향상은 학교 정규교육을 통해 추진하고 있다. 정부와 민간단체가 협력하여 학년별 수준에 맞는 금융교육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중·고등학교의 정규교과과목에 금융내용을 수록하고 있다. 또한 교원대상 금융연수를 확대 실시하고, 금융교재를 지속적으로 개발ㆍ보급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1990년대부터 가계부채 급증으로 인한 개인파산증가가 사회문제로 부각됨에 따라 금융이해력에 향상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나아가 OECD, World Bank 등 국제기구에서도 실천과제를 제시함으로써 금융이해력 향상은 국제적인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세계경제에 큰 충격을 주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는 선진국들의 금융교육 강화의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본 연구는 선진각국의 금융이해력 향상을 위한 금융교육 실태를 파악하여 그 시사점을 찾고, 우리나라 청소년(중학생)들의 금융이해력 수준에 미치는 요인이 무엇인지 분석하여 효과적인 금융이해력 제고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각종 문헌 및 선행연구를 통해 선진국의 금융이해력 향상을 위한 금융교육현황을 고찰하였다. 아울러 우리나라 청소년의 금융이해력 수준에 미치는 요인을 t-검정 및 분산분석(ANOVA)을 통해 분석하였다.
본 연구의 실증분석을 통해 나타난 주요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부모의 학력은 자녀의 금융이해력 수준과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부모의 소비생활태도가 자녀의 금융이해력 수준과 긴밀한 관련이 있다. 이를테면 가계부나 지출명세를 꼼꼼히 기록하는 부모의 자녀가 그렇지 않은 부모의 자녀에 비해 금융이해력 수준에서 평균점수가 무려 9점 높게 나타났다. 이는 부모의 소비태도가 실생활을 통해 자녀에게 몸소 경제·금융교육을 실행하는 효과를 갖고 자녀의 금융이해력을 높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가정에서 부모의 역할이 자녀의 금융이해력 향상에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둘째, 용돈규모와 용돈수령방법은 학생들의 금융이해력 수준과 긴밀한 관련을 보였다. 용돈규모에서 중간수준(월3~5만원)을 받는 학생들이 너무 적게 받거나 많이 받는 학생에 비해 평균점수가 3~4점 높게 나타났다. 이는 부모의 소득수준에서 중산층 자녀가 저소득층이나 고소득층 자녀보다 3~5점 높게 나타난 현상과 유사하다. 저소득층 자녀들은 용돈 부족으로, 부유층 자녀는 용돈을 아껴 쓸 유인이 없다는 면에서 둘 다 금융이해력이 떨어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한편, 용돈을 성적향상이나 기타 조건과 연계하는 방식은 자녀의 금융이해력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돈지급에 있어 조건을 붙이지 않는 학생의 금융이해력 수준이 평균10점 이상 높게 나타나 이를 보여주고 있다. 조건을 붙이지 않고 정기적으로 용돈을 지급함으로써 자녀가 안정적인 용돈 사용계획을 세울 수 있고 이의 실행을 통해 돈 관리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측면이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 또 용돈을 주는 주기를 일주일 단위로 너무 짧게 하는 방식은 용돈사용계획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은행계좌가 없는 학생들의 금융이해력 수준이 가장 낮으며 보유한 통장의 종류에 따라서도 평균 6점정도 차이를 보였다. 입출금이 자유로운 보통예금통장을 보유한 학생들이 자금관리 측면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고 이런 경험이 금융이해력을 높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기예금이나 정기적금의 경우 대개 부모의 의사로 가입할 가능성이 높아 자녀의 금융이해력을 높이는 유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두 종류의 통장 모두를 보유한 학생들의 금융이해력이 보통예금통장만 가진 학생보다 평균3점 낮았다. 이는 정해진 용돈을 부모 관리에 의해 정기적금에 일정금액 할당하고 나면 자신이 관리할 자금규모가 축소되어 자금관리 능력을 키울 기회가 줄어든다는 면이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넷째, 학생이 금융교육을 받고 싶어 하는 욕구와 금융이해력 수준과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금융과 경제현상에 대해 배우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한 학생들은 배우고 싶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평균점수가 7~8점 높게 나타났다.
다섯째, 금융교육을 받은 학생들의 평균점수가 받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5점 높다. 이는 지수 금융교육의 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원배치 분산분석을 통해 나타난 결과를 보면 금융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돈에 대한 건전한 가치관, 교육욕구, 돈 관리태도의 변화를 유도하거나 교육욕구나 태도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교육이 단순히 금융이해력 수준만 높일 뿐 돈에 대한 건전한 가치관과 실제 행동의 변화를 초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여섯째, ‘돈이 모든 악의 근원’이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학생들은 긍정적인 학생들에 비해 금융이해력 수준에서 3점정도 낮게 나타났다. 학생의 돈에 대한 건전한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이 금융이해력을 높이는 첫걸음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또 돈이 없어 자주 빌리는 학생들의 금융이해력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최고 10점 이상 낮게 나타났다.
돈을 자주 빌리는 정도에 상응해서 거의 비례적으로 금융이해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곱째, 돈 관리 학습방법의 원천에 따라 학생들의 금융이해력에 큰 격차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매체를 통해 돈 관리방식을 터득하는 학생들은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한 학생들보다 평균점수가 무려 12점 더 높게 나타났다. 친구들과의 대화는 주로 오락성소비와 관련된 내용으로 추측되며 이를 통해 건전한 금전관리 능력을 키울 수 없을 것이다. 언론매체를 통한 학습은 학생 스스로 흥미를 갖고 관심 있는 내용을 찾는 과정에서 금융지식을 익히고 있다고 추정된다. 이러한 분석결과는 언론매체가 청소년의 금융이해력 향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해 준다.
선진각국의 금융교육이 주는 시사점과 실증분석결과를 토대로 청소년의 금융이해력 제고를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첫째, 청소년의 금융이해력 수준의 향상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정부가 중심이 되어 각 기관과의 금융교육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과 같이 국가차원의 금융이해력강화 전략을 수립하고 각 기관에서 구체적인 금융교육 집행을 담당하는 방식이 효율적이다. 체계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은 기관 간 교육내용과 경험을 공유하고 통일된 교육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또 각국의 경험과 자료를 공유하기 위해 OECD, 미국, 영국 등 국제적인 금융교육 네트워크화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2009년 4월부터 ‘경제교육지원법’이 시행됨으로써 정부가 경제교육관련 기관 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재정지원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하지만 금융교육은 경제교육의 한 부분으로만 포함되고 시장경제이념의 전파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각국은 청소년에 대한 경제교육은 이미 거쳤고 20여 년 전부터 금융교육에 전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실 여건상 경제교육과 금융교육을 동일하게 할애하여 병행하는 방식을 취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미국과 영국의 경험에서 본 바와 같이 학교에서의 청소년 금융교육의 강화가 시급히 필요하다. 정부와 전문가, 교육기관이 중심이 돼 학년별 수준에 맞는 금융교육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중·고등학교의 정규교과과목에 소득의 원천, 저축과 투자, 포트폴리오, 신용관리, 수익과 위험, 개인재무관리 등 금융내용을 대폭 수록해야 한다. 또 교원대상 금융연수를 체계적으로 실시하고, 관련 참고교재와 학생지도용 소프트웨어 등을 지속적으로 개발ㆍ보급해야 한다.
셋째, 언론매체가 청소년의 금융이해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본 연구결과를 통해 확인했다. 정부, 공공기관, 학교, 민간단체가 언론기관과 연계하여 체계적인 금융지식과 실행방법을 지속적으로 전파하는 것이 청소년의 금융이해력 향상에 매우 중요하다.
넷째, 청소년의 금융이해력 향상을 위해 가정에서의 역할도 큰 몫을 차지한다. 부모는 자녀의 용돈규모, 용돈을 주는 방법, 자녀 명의의 통장 종류 등을 섬세하게 고려해서 자녀와 함께 결정하고 지도해야 한다. 무엇보다 부모가 가계를 계획적이고 알뜰하게 관리하는 것을 몸소 보이는 것이 자녀의 금융이해력을 높이는 훌륭한 방법이다. 이를 위해 청소년 대상만이 아니라 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금융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부모의 금융이해력과 자녀에 대한 지도역량을 향상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다섯째, 청소년들의 돈에 대한 건전한 가치관을 심어주고 흥미를 갖고 스스로 금융관련 지식을 습득하려는 유인을 제공하는 교육방식이 마련되어야 한다. 연구결과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언론매체를 통해 스스로 학습한 학생들의 금융이해력 수준이 크게 높다는 점이 이를 보여준다.
끝으로 향후 진행될 연구에서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확대함으로써 청소년의 금융이해력 수준과 긴밀한 요인들을 발달단계별로 제시한다면, 각 성장단계에 적합한 청소년 금융교육프로그램을 수립·개발하는데 유익한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