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단절된 전통주거형식의 현대적 복원과 적용을 위한 기초자료 제공을 목적으로 조선시대 이후 사회적 배경변화에 따른 주거건축의 특성변화를 고찰하였다. 주거건축의 공간특성 분석을 위해 먼저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의 시기를 사회배경의 변화에 따라 시기구분을 하였고 선행한 시기구분을 통해 남한 내륙지방을 중심으로 상위계층의 주거건축 사례를 선정하여 사례별로 축, 분화형식, 평면형태, 배치방식, 완충공간 및 연계공간 등의 5가지 분석요소를 통해 시대구분별 특성과 변화양상을 분석하였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한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1) 조선시대는 500여년의 역사를 거치며 지배계층 및 이념의 변화와 정치·사회적 변화를 겪었다. 그러나 이러한 배경변화에 따른 4단계의 시기구분을 통해 조선시대의 반가형식을 분석하였지만 전통적 주거형식의 채분화 방식이나 '回' 자형을 기본으로 한 평면형태, 자연관에 따른 축의 설정, 유교사회를 기반으로 한 위계적 배치방식 등은 조선시대 전반에 걸쳐 특이한 특성변화 없이 지속적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완충공간 및 연계공간으로서의 마당과 마루는 조선시대 전반의 공간구성방식의 특징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배계층 및 지배이념 등의 사회적 변화가 전통주거형식의 변화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으며 또한 주거건축의 발전이 도편수 등의 장인들과 양반계층인 건축주와의 관계 속에서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이루어졌음을 밝혀준다.
2) 조선중기II와 조선후기는 성장한 농민들에 의해 사림세력은 약해지고 화폐경제의 발전과 실학사상의 대두로 봉건적 지배체제가 붕괴되는 시기이다. 경제적으로 성장한 부농은 반가의 형식을 모방한 주거형식을 건설하나 유교적 예의체계 형식이 아닌 수평적·실용적 주거구조로의 변화를 추구했다. 따라서 일반적 조선시대의 주거건축형식 내에서 별동형 채분화의 증가가 나타났으며 평면형태에 있어서도 일반적 '回' 자형을 유지하나 'ㅡ' 자형, 'ㄱ' 자형, 'ㄷ' 자형의 조합을 통해 구성되는 경향을 보이면서 전통적 '回' 자형의 중정형 주거방식이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치방식 또한 중심공간형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위계적 공간구성이 해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3) 개항기에는 강한 채분화의 속성을 가지며 마루와 채로 조합되는 형식을 취하던 전통주거 양식이 유리나 시멘트 등의 근대적 재료와 사상의 도입으로 대청이나 마루에 유리문을 달아 개조하는 등 내부중심의 독립적 주거형식으로의 변화가 시도되었다. 이로 인해 채분화의 큰 틀에서 별동형식이 증가하고 근대건축양식의 실분화된 주거사례가 등장하였으며 평면형태에 있어서는 '回' 자형의 평면형태가 감소하는 반면 'ㄱ' 자형, 'ㅡ' 자형의 전통주거 사례가 증가하고 'ㅁ' 자형의 근대건축사례가 등장하는 등 단일건물로서의 독립성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배치형식은 위계적 구성형식과 중심공간형이 동등한 비율로 나타나 유교적 배치형식이 해체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와 함께 마당이나 마루 등의 완충·연계공간은 지속적으로 활용되나 주거의 내실화에 따라 거실이나 현관 등이 대체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4) 일제강점기의 변화는 개항기에 비해 보다 급진적으로 이루어졌는데 이는 일본의 병참기지화에 따라 도시로 인구가 집중하고 부족한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한 도시형 개량한옥의 등장과 일본의 주택영단을 통한 근대적 주거양식의 보급이 그 배경을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자체적 지배세력을 갖지 못했던 일제강점기는 전통적 주거형식의 주체적 성장보다는 근대적 도시계획의 도입과 가치관의 변화로 인해 실용성에 중점을 둔 실분화 형식의 근대적 주거양식이 정착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실분화의 형식이 크게 증가하였으며 평면형태 또한 'ㅁ' 자형, '凹凸' 형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이와 함께 완충 및 연계공간의 역할은 마루나 마당에서 거실, 현관, 복도, 테라스 등으로 대체되었으며 배치방식에 있어서도 위계적 구성은 사라지고 대부분이 중심공간형으로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를 진행하면서 사회적 배경변화에 따른 시기구분을 통해 건축의 공간특성변화를 살펴본 결과 조선시대 전반적으로는 사회적 배경변화에 따라 일부 형식의 변화는 있으나 전통주거건축 고유의 특성은 큰 변화를 나타내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개항기와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서구의 건축문화 도입, 정치 및 사회체제의 변화 등에 따라 건축형식에서도 큰 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건축이 역사의 흐름 속에서 정치·경제·사회·문화와 밀접한 관계성을 가지며 발전하며 개인 또는 집단의 창작활동으로서 사회상과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