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연간 40~50조원 규모로 발주되고 있는 공공분야의 공사입찰과 관련하여 2007년 10월 국내건설업체의 견적능력 향상 및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본격적으로 도입된 순수내역입찰제도의 활용이 미진한 상황에서 동 제도 활성화에 장애가 되고 있는 문제점을 도출해 보고, 이에 대한 개선방안 마련을 통하여 순수내역입찰제도의 발전을 모색해 보는데 목적이 있다.
순수내역입찰제도는 입찰자 스스로 설계도면과 공사시방서, 현장여건에 따라 물량을 산출하고 단가를 구성하여 내역서를 작성함으로써 업체의 견적능력 발휘와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는 제도로, 첫째 설계자가 반영하기 힘든 시공 관련 노하우를 입찰에 참여하는 시공사로 하여금 제안하게 함으로써 공사수행 중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사전대처가 가능하며, 둘째 현행과 같은 적격심사기준 및 최저가 낙찰방식에 의한 형식적인 서류작업과 저가입찰에서 탈피하여 실질적인 공기단축과 공사비 절감방안이 도출될 수 있어 이를 통한 전반적인 건설기술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으며, 셋째 해당 공사 특성에 맞는 업체와 기술력을 갖춘 업체를 선정함으로써 예산의 효율적 절감과 기술력 확보가 가능하고, 넷째 입찰시 적산·견적능력, 시공능력이 떨어지는 업체는 점차 사라지게 되고 역량이 갖춰진 업체만이 참여가 가능해지므로 입찰과정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으며, 다섯째 시공업체에서 일정부분 위험을 가지고 공사에 임하게 되므로 철저한 책임시공이 가능해지고 불필요한 설계변경으로 인한 예산 낭비를 다소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추정가격이 1,500억원 이상인 최저가낙찰제 적용공사를 대상으로 하는 직접내역입찰제도는 동 제도가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한 2008년도에 27건, 2009년 10월 현재까지 38건의 공사가 발주되었으나 동 제도를 채택하여 입찰을 시행한 발주기관이 없었다. 또한 행정중심복합도시와 혁신도시 사업에 대하여 특례로 도입된 기술제안입찰제도와 설계공모·기술제안입찰제도의 경우도 기술제안입찰제도가 행정중심복합도시 1단계 청사건립공사 1건이 발주되었을 뿐, 설계공모·기술제안입찰제도는 발주실적이 없었다.
이러한 상황임을 감안 최근 정부가 순수내역입찰제도의 활성화를 위하여 동 제도의 적용대상공사를 확대하고자 국가계약법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시점에서 본 연구를 통하여 우리나라 및 주요 선진국의 입찰제도, 우리나라 순수내역입찰제도의 도입배경 및 현황을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동 제도의 활성화의 필요성을 분명히 하는 한편, 동 제도의 활성화에 장애가 될 수 있는 우리나라 계약제도 부문, 예산제도 부문, 발주기관 부문 및 건설업계 부문의 문제점을 도출해 보고,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본 연구에 있어서는 연구방법론으로 국내외 문헌조사와 사례분석을 통한 기술적·역사적 접근방법에 주로 의존하였다. 자료 분석을 위해서는 정성적 방법을 주로 사용하였으나 우리나라 건설업계 현황, 공사발주규모·입찰현황, 예산부문의 현황 등과 관련해서는 정량적 방법을 활용하였다. 뿐만 아니라 연구자가 국가계약법령을 소관하고 있는 기획재정부에서 국가계약제도 개선을 수행해온 실무담당자로서 실제로 학계, 법조계, 업계, 각종 발주기관 담당자 등으로 구성된 '정부계약제도 개선 TF'를 구성하여 순수내역입찰제도 도입 작업에 참여하였던 경험을 정리, 기술하는 한편, 발주기관 및 건설업계의 업무담당자들에 대한 면접도 병행하였다.
순수내역입찰제도의 발전을 모색하기 위하여 본 연구에서는 우선 동 제도가 추구하여야 할 기준을 정립하였는데, 바로 순수내역입찰제도의 정의에 부합하고, 입찰제도의 세계적인 흐름에 부응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순수내역입찰제도 활성화를 통하여 입찰자들로 하여금 설계도면과 시방서 등에 관해 충분한 검토를 거치게 하여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작성된 내역서와 실행가능금액으로 산출된 최종 투찰금액을 제시하도록 유도하고, 시공업체에게 공종과 물량을 결정하게 함으로써 견적능력 향상과 함께 책임을 부여하는 한편, 새로운 기술·공법 활용을 적극적으로 독려하되, 그 바탕에 설계서에 대한 가치평가, 시공성 향상검토, 총생애주기비용 검토, 친환경적 공법 검토, 공기단축 검토 등을 통한 시설물의 가치향상 및 이를 통한 건설산업의 경쟁력강화 유도, 즉 '저비용, 고효율' 지양 및 '가치지향, 고품격' 추구라는 목표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순수내역입찰제도의 발전방안 마련을 위하여 우선은 동 제도의 활성화에 제약요인이 되고 있는 문제점을 계약제도 부문, 예산제도 부문, 발주기관 부문 및 건설업계 부문으로 나누어 살펴보고 각 부문별로 문제점을 최소화 또는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보았다.
첫째, 계약제도 부문은 기술제안입찰제도의 경우 순수내역입찰제의 정의와 '가치지향, 고품격' 추구라는 측면 모두를 충족시키는 제도이며, 최저가낙찰제 보다는 입찰참가업체수가 적어 덤핑입찰보다는 적정한 가격경쟁이 가능하고, 턴키·대안입찰에 비해 입찰참가비용이 저렴하여 중·소 건설업체의 입찰참여가 가능할 뿐더러 업계의 공사 노하우 반영 및 계속비 예산에 의한 공사로 공기단축 등을 통한 공사 수행의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은 점을 감안, 순수내역입찰제 활성화를 위하여 기술제안입찰의 적용대상을 전면 확대하자는 것이며, 설계·시공일괄방식인 턴키공사는 랜드마크, 설계·시공병행방식으로 대변되는 예술적인 공사, 신속한 공사수행이 필요한 공사의 경우에 한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기술제안입찰로 대체될 수 있는 대안입찰 및 최저가낙찰제도를 폐지하자는 것이다.
둘째, 예산부문의 개선방안은 이행에 수년을 요하는 공사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계속비계약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하여야 하며, 예산이 계속비로 편성되지 않은 계약 중 발주가 불가피한 경우에는 기획재정부장관과 총사업비 협의가 된 계약인 경우에만 장기계속계약으로 발주토록 하되 각 중앙관서의 장과 기획재정부장관과 협력하여 그 사업이 지연되지 아니하도록 관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발주부문의 개선방안으로는 순수내역입찰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각 발주기관이 유사사업의 공사 수행실적이 풍부하고, 계약관리능력과 관련해서는 분야별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등 충분한 보유인력으로 원활한 사업수행이 가능하며, 입찰평가와 관련 기술적, 환경적 측면에서 평가가 가능하고, 리스크 관리능력도 충분히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달청 계약체결 위탁제도, 책임감리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며, 용역형 CM 제도 활용 등을 통한 발주기관의 역량 배양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넷째, 건설업부문은 기술 견적부서를 별도로 운영하고 하도급계열화를 통하여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중소건설업체들에게 적극적으로 기회를 제공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즉, 능력 있는 중소건설업체를 지명하거나 또는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를 통하여 선정된 정예의 중소건설업체를 대상으로 대형건설업체가 제외된 가운데 경쟁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책적인 시사점을 살펴보면, 순수내역입찰제도는 당초 도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보완장치를 필요로 한다. 첫째, 명확한 공사내용, 기술제안 범위·형식 등이 포함된 매뉴얼 마련 등을 통하여 과당 경쟁으로 인한 입찰참가비용의 증가를 방지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둘째, 순수내역입찰제는 기술제안에 대한 심사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로비의혹에 대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셋째, 공사완료 후 입찰시 제출한 제안서에 포함된 설계서에 대한 가치평가, 총생애주기비용 검토, 친환경적 공법 검토, 공기단축 검토 내용에 대한 실현여부 및 효과 등을 평가하고 이를 추후 입찰에 반영하는 피드백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위와 같은 내재적 한계를 극복하고 순수내역입찰제의 장점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범정부차원의 '순수내역입찰제도 발전 TP'를 구성하여 발주내용, 시행상황에 대한 분석과 이에 따른 지속적인 보완대책 마련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