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학습이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인해 학창시절 해야 하는 공부만이 아닌 운동을 하며, 놀이를 하고, 친구들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등 다른 것들은 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청소년들이 이용하고 즐길 수 있는 ‘청소년 공간’이라는 단어가 어색할 만큼 청소년을 위한 공간은 없다. 늘 공부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청소년들은 잠잘 시간 또한 부족하고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깝게 느끼고 있다. 이런 상황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쉴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에 우리나라에서 교육열이 높은 강남권에서 ‘교육의 중심’으로 불리는 곳 중 한곳인 서초구 소재 일반 고등학교 중 남자고등하교, 여자고등학교 각 한 곳씩과 남·여공학 중학교 한 곳의 각 운동장과, 6개의 중·고등학교를 중심으로 청소년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주택가에 위치한 놀이터 한 곳을 선정하여 청소년들의 놀이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관찰하였으며, 놀이 안에서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지 관찰하였다.
청소년의 연령 범위가 학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본 논문에서는 만13∼18세로 우리나라 학제(學制)제도에서 말하는 중·고등학생으로 한정하였다.
연구 방법은 실제 대상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육안관찰과 구체적인 조사에 필요한 사진촬영을 통해 학교와 놀이터에서 이루어지는 청소년들의 놀이 행동을 관찰하였다.
관찰을 통하여 나타난 ‘앉다’, ‘서다’, ‘걷다’, ‘뛰다’의 동작과 그에 따르는 수반행위를 표로 정리하였으며, 조사표에는 평면, 입면, 투시도를 삽입하여 이해를 높이고, 각 학교와 놀이터에서 남학생과 여학생과 비교하고, 공간(학교와 놀이터)에 따라 달라지는, 놀이에서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을 분석하여 얻어진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각 대상지 청소년들의 놀이 유형의 특징이, 앉다, 서다, 걷다, 뛰다 의 동작으로 나타나며 그에 따라 다양한 수반행위가 나타난다. 각 대상지 학교에 따라 수반행위는 다소 차이를 나타내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청소년들의 놀이에 나타난 특징으로 커뮤니케이션의 종류를 2가지로 나누게 되는데 ‘이야기’가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이 되는 ‘사람’과 ‘사물’을 이용해서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이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셋째, 남자고등학생들의 경우 많은 인원이 함께 이야기하거나 친구들의 놀이를 지켜보면서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이 특징이다. 또한, 운동과 같은 몸의 움직임을 통하여 커뮤니케이션을 이루어 소리가 높게 나타난다.
넷째, 여자고등학생들은 적은 인원이 각 그룹을 형성하여 ‘이야기’하며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진다. 다른 사람들의 놀이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자신들의 ‘이야기’에 집중하여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진다. 몸의 움직임이 크지 않고 작은 사물을 이용하여 소통한다.
다섯째, 남·여공학 중학생들은 직접 놀이에 참여하여 커뮤니케이션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진다. 여학생들은 여자고등학생과 같이 ‘앉다’의 이야기 하다가 높게 나타난다. 사물의 이용이 각 도구의 기능을 무시한 모습으로 이루어진다. 이것은 놀이터에서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과도 같은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데 놀이터에서 사물을 이용한 여학생들의 커뮤니케이션은 학교에서 보여 주는 동적인 모습과 달리 사물을 만지고 흔들며 놀이하는 자유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것은 학교에서의 한정된 사물(도구)과 제약에서 벗어난 모습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여학생들의 공간이 ‘이야기’하기위한 공간뿐만 아니라 사물과의 커뮤니케이션 공간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이 연구 결과를 통해 청소년 놀이공간 계획에 적용할 수 있는 요소들을 제안하였다.
첫째, ‘앉다’에서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어딘가’에 앉아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계획해야하며, 더욱 깊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서로 마주하는 것이 다양한 방향과 높낮이의 변화로 다른 놀이 공간과 차별을 두어 청소년들의 이용을 높여야 한다.
둘째, 남학생들은 몸을 이용하는 놀이와 몸을 크게 움직이는 운동을 통하여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움직이며 소통 할 수 있는 동적인 공간이 요구되며, 여학생들에게는 앉거나, 서서, 손안에서 작게 만지며 바라볼 수 있는 정적인 공간이 계획되어야 한다.
셋째, 청소년들의 다양한 도구 이용 방법에 따라 도구들의 위치와 방향이 변화할 수 있는, 그래서 청소년 스스로가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며, 지루해 하지 않고 늘 변화한 모습으로 흥미를 더 할 수 있는 도구와 공간이 제공되어야 한다.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힘겨워하는 모습보다 넓고 다양한 생각들로 그들의 꿈을 펼 칠 수 있도록, 청소년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모습으로 ‘청소년 놀이공간’이 조성되어 진다면 청소년 스스로 건전하고 기성세대가 믿을 수 있는 놀이 문화를 만들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