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양식이란 한 국가의 고유의 전통과 그 시대의 문화를 반영하는 특성을 가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풍수지리는 도읍, 마을을 선정하고 공간을 구성하는 주요한 원리로 사용되었으며 또한 특정 주택의 선정과 내부공간배치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일반적인 연구의 결과이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양택풍수의 주요 연구이론인 삼요의 동·서사택론에 내재 되어있는 이론적 배경이 동양철학사상인 주역·팔괘·음양·오행·구성 등과 어떠한 연관성을 갖고 적용 되었는가를 밝혔다. 또한 전라남도에 소재하고 있는 문화재급 전통주택 61채 중 실측 가능한 56채를 대상으로 『양택삼요』와 『민택삼요』에서 말하는 삼요(三要: 대문·방·부엌)가 전통주택의 내부공간구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규명하였다.
그 결과 방위의 측정에 적용되는 나경의 4층 지반정침의 팔괘배열은 문왕후천팔괘의 방위도에 의한 것이며, 팔괘의 배열과 방위도의 탄생 배경에 대해서는 『주역』 「계사전」과 「설괘전」 곳곳에서 나타나는데 특히 송대의 상수학자 소옹(소강절)에 의해서 만들어졌다고 추측되는 문왕후천팔괘의 배열과 방위도는 「설괘전」 제5장을 근거로 한 것이고, 그것은 오행상생 개념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동사택(감·리·진·손)·서사택(건·곤·간·태)의 배합은 주택의 삼요소(문·주·조)를 삼길성(생기·연년·천을)과 배합키는 것이 주요 요지였다. 즉 문·주의 팔괘 방위에 따라 음. 양의 조합, 육친(男女老少)의 조합, 오행의 조합, 구성(八星)의 조합관계가 총체적으로 어우러져 동·서사택의 분류기준과 길흉해석에 적용되는 것으로서 삼요에서 일관되게 주장하는 양택론의 실체임을 알 수 있었고, 이것의 이론적 배경은 『주역』 「계사전」, 「설괘전」 제3장, 제11장 등이 주요 근거였다.
삼요의 실측 결과를 5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여 분석한 결과 문·주의 유형별 배속관계는 실측 가능한 가옥 56채에서 사랑방만 있는 가옥을 제외하고 총 54채 중 문(門)과 주(主)의 방위가 동·서사택 방위와 부합하는 합택(合宅)은 42채로서 78%에 달하였고 불배합택(不配合宅)은 12채로서 22%였다.
주(主)를 사랑방으로 보았을 때 사랑방이 있는 가구 38채 중, 문과 주의 방위가 동·서사택방위와 부합하는 가구는 29채로서 76%에 달하였으며 불배합택은 9채로서 24%였다.
문·주에 조(조)를 포함한 삼요의 유형별 배속관계는 『양택삼요』에 근거하여 측정한 결과 문·주·조가 동·서사택 방위와 부합하는 가구는 사랑방만 있는 가옥을 제외하고 총 54채 중 31채로서 57%였으며, 문·주만 일치하는 가구는 11채로서 21%, 불배합택은 12채로서 22%였다.
『민택삼요』에 근거하여 측정한 결과 문·주·조가 동·서사택 방위와 부합하는 가구는 사랑방만 있는 가옥을 제외한 54채 중 21채로서 39%였고, 문·주만 일치하는 가구는 19채로서 35%였고, 불배합택은14채로서 26%였다.
마당이 2개 이상인 34채의 동택(動宅)가옥 중 중문이 있는 23개 가옥을 대상으로 중문을 문으로 간주하고 주는 안방으로 간주하며, 조(부엌)는 『양택삼요』의 측정 방법으로 측정한 결과 문·주·조의 배합에 부합되는 가옥은 12채로서 52%이며, 문과 주만 합택인 가옥은 5채로서 22%이며, 불합택은 6채로서 26%이다. 따라서 중문을 문으로 볼 경우에는 다소 낮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결과는 결국 표본가옥의 경우 『민택삼요』보다 『양택삼요』가 더 많이 적용되었음을 유추할 수 있는 결과이기도 한다. 그리고 부엌을 포함할 때 동·서사택비율이 현저하게 감소한 것은 중국의 부엌과는 달리 우리나라 전통가옥에서 부엌의 목적은 취사와 난방을 동시에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방 옆에 부엌을 배치하는 것이 열효율, 취사 등에 있어 효율적이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또한 본 연구의 결과는 권영휴·심우경(2002)이 중요민속자료 전통주택 42개소를 대상으로 동·서사택론에 의해 실측한 결과 42개소중 배합사택은 16개소로 38%, 부분배합사택은 16개소로 38%, 배합과 부분배합을 합하면 76%에 달한다고 하였고, 정성현·김성우(1988)가 1985년 문화재관리국이 출간한 『문화재대관』에 수록되어 있는 주택 62채를 『양택삼요』에 의해 실측한 결과 52채인 80.6%가 동·서사택의 방위와 부합한다는 결과와도 유사하다. 그리고 정성현·김성우의 연구는 주를 사랑방으로 보고 측정한 것인데, 본 연구에서 사랑방을 주로 보고 측정한 결과인 76%와도 비슷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특히 권영휴·심우경, 정성현·김성우의 실측조사 표본이 전국적인 표본조사임에도 불구하고 전라남도 지방에 한정하여 조사한 본 연구의 결과와 유사하다는 것은 삼요에 의한 주택의 내부방위배치가 전국적으로 이루어진 현상임을 추측할 수 있다.
좌(坐)별 배치에 따라 나타난 삼요배합의 특징은 "─"자형의 배치 형태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전남지방의 전통주택의 공간 구성은 대부분 대청을 중심으로 좌측 또는 우측에 안방과 부엌이 배치되고 반대편에 머리방 또는 아랫방이 배치되어 있다. 따라서 문과 주는 같은 방위에 배속되어 있는 것이 보편적이며, 삼요의 배합택은 문(대문)의 위치가 어디에 있는가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삼요의 위치를 각각의 괘에 두고 설명하고 있는 『민택삼요』와는 다른 형태를 보이고 있다. 또한 현대 주거의 주동배치에서 남향을 최상의 향이라고 선호 하고 있고, 주동배치 및 단위평면구성시 우선적으로 반영하고 있는데 전통주택에서는 자연의 지세와 등고선의 형태에 따라 남향의 좌향 보다는 건물 뒤의 주산을 배경으로 배산임수, 전저후고, 전착후관의 형태를 갖추는 배치를 더 중요시하였다. 이것은 산을 등지는 형국이 지기(地氣)를 잘 받을 수 있다는 풍수지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즉 특별한 좌향 보다는 등지는 산의 방향에 따라 건물을 배치시키는 것이 전통주택의 배치개념이다. 따라서 실측표본대상 56개 가옥의 좌향(坐向)이 17개 좌향(坐向)의 다양한 배치형태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이것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택경(宅經)에서는 양택의 길방위를 건좌손향(乾坐巽向)·자좌오향(子坐午向)·간좌곤향(艮坐坤向)·묘좌유향(卯坐酉向)·진좌술향(辰坐戌向)으로 상징하고 있다. 본 실측사례 가옥 중에서 50%(표 68 참조)가 위의 좌향에 해당된다. 특히 자좌오향과 간좌곤향의 가옥은 40%에 달한다. 이것은 집을 지을 때 방위를 중요시하는 옛 사람들의 양택관(陽宅觀)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외국에서 팔택(八宅) 이론이라고 불리는 동·서사택론이 널리 유포되고 있는 이유는 길흉판단의 근거와 실증적 결과의 유무를 떠나 삼요를 비교적 간단하게 측정할 수 있으며 어느 공간이라도 비교적 쉽게 적용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전통주택의 공간조성원리에 삼요가 광범위하게 적용되었다는 점은 향후 현대주택이나 아파트 공간의 배치, 기업의 사무실 배치 등에서도 응용될 수 있는 나름대로의 근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