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우리나라 기초노령연금에 대해 노인들의 인식을 실증적으로 분석하는 데 목적이 있다. 노인들은 기초노령연금의 수급자들이다. 이러한 수급자들이 기초노령연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파악하는 일은 정책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기초노령연금의 대상자 선정방식, 급여수준, 재정방식 등에 대한 인식을 파악하는 일은 기초노령연금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데 기초적인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한편 주유선(2009)에 의해 우리나라 기초노령연금에 대한 인식도가 조사되었다. 이는 기초노령연금의 수급자인 노인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그리고 현재까지는 유일한 조사연구이다. 그러나 주유선의 연구는 도시 노인(익산시 도시지역 거주 노인)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농촌 노인은 도시 노인과 마찬가지로 기초노령연금의 대상인 동시에 기초노령연금과 같은 소득보장이 더 절실한 자영농민이 대다수라는 점에서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사실에 착안하여 농촌 노인(익산시 농촌지역 거주 노인)을 대상으로 기초노령연금에 대한 인식도를 조사 연구하였다. 아울러 조사결과를 주유선의 연구결과와 비교 검토함으로써 도시와 농촌 노인의 기초노령연금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파악하였다.
본 연구를 위해 전북 익산시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을 설문 조사하였다. 지역 농협에 협조를 의뢰해 농협을 방문한 노인을 대상으로 농협 직원이 직접 조사배경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해 조사하였다. 조사 지역과 조사대상 노인의 수는 다음과 같다. 즉 웅포 24명, 함라 22명, 용안 20명, 여산 21명, 오산 12명, 황등 35명, 왕궁 10명, 금마 20명 등 164명이다. 이처럼 여러 지역의 농촌 노인을 조사대상으로 삼음으로써 표본의 대표성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농협 직원의 적극적인 협조로 설문 작업을 함으로써 응답의 신뢰성도 높일 수 있었다. 취합된 질문지 중 응답내용이 부실한 18부를 제외한 총 146부를 최종 분석 자료로 삼았다. 조사시점은 2009년 9월 15일에서 9월 30일까지이다.
본 연구를 통해 조사된 기초노령연금의 필요성, 급여대상, 급여수준과 기준, 재정 등에 관한 농촌 노인의 인식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조사대상 노인들은 기초노령연금의 필요성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기초노령연금이 노인의 생활보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는 데 거의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비교대상인 도시 노인의 조사결과와 매우 유사하다.
둘째, 기초노령연금의 신설을 위해 경로연금을 폐지한 데 대해서는 상당수 노인들이 반대하고 있다. 특히 도시 노인과 비교할 때 반대 의사를 가진 농촌 노인이 상대적으로 많다. 이는 도시 노인에 비해 농촌 노인이 경로연금을 폐지한 것에 대해 더 반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 비율이 이렇게 높다는 사실은 기초노령연금의 도입과 함께 경로연금을 폐지한 정책을 재고해야 할 여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기초노령연금을 신설하면서 노인에 대한 교통비 지원을 폐지한 것에 대해서도 상당히 많은 노인들이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즉 기초노령연금도 하고 교통비 지원도 하자면 정부부담이 너무 클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연금은 연금이고, 교통비 지원은 교통비 지원이다, 교통비 지원제도를 되살려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기초노령연금의 도입에 따른 경로연금제의 폐지에 대한 반대보다 교통비 지원제 폐지에 대한 반대 의견이 훨씬 많다. 반대 비율이 이처럼 높은 만큼 교통비 지원제의 폐지도 정책적으로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결과는 도시 노인과 농촌 노인이 거의 동일하다.
넷째, 중하위계층의 노인에게 급여를 제공하는 현행 제도에 찬성하는 노인의 비율과 보편주의적으로 모든 노인에게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 및 선택주의적으로 가난한 노인에게만 국한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다양하게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기초노령연금의 성격이 모호한 데 따른 불가피한 인식이다. 이러한 인식은 도시 노인과 농촌 노인에 차이가 별로 없다.
다섯째, 기초노령연금의 사회보장적 성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예를 들어 노인 부부의 경우 연금급여가 감액되는 제도에 대해 반대하면서 부부이므로 당연히 2배의 급여가 지급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게 나타났고, 대상자 선정기준 중 재산기준을 제외할 것을 요구하는 노인의 비율도 상당하다. 이러한 인식은 사회보장에 대한 이해부족에 기인한다. 농촌 노인의 이러한 인식은 도시 노인과 큰 차이가 없다.
여섯째, 현재 기초노령연금 제도 중 가장 많은 민원을 사고 있는 증여재산 기준, 즉 기초노령연금을 받기 위해 인위적으로 재산을 감소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노인이 보유한 재산을 증여하는 경우 증여재산은 3년간 노인 본인 재산으로 간주하는 경과 조건에 대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의견과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도시 노인과 농촌 노인에 차이가 별로 없다.
일곱째, 기초노령연금 수급에 필요한 소득 및 재산 기준에 대해 도시 노인의 경우 70-80% 정도가 현행 정부의 기준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농촌 노인의 경우 이에 비해 찬성 비율이 낮은 편이다. 특히 연금소득, 토지, 주택, 건축물, 임차보증금을 제외해야 한다는 비율이 높다. 농촌 노인의 경우 상당수가 농지 등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어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여덟째, 연금급여 수준에 대해 연금 수준을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높다. 이는 도시 노인과 확연히 차이를 보인다. 도시 노인의 경우 적당하다는 의견과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비슷하게 나왔으며, 내려야 한다는 의견은 거의 없었다. 반면에 연금을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도시 노인보다 농촌 노인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아홉째, 기초노령연금 기준액이 국민연금가입자 평균소득에 연계시키게 되어 있는 제도에 대해 국민연금은 생활능력이 있는 사람들의 소득이므로 기초노령연금의 기준액으로는 부적절하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비 또는 최저임금과 같은 다른 기준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노인의 비율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농촌 노인의 인식은 도시 노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열째, 기초노령연금의 재정 충당 방식에 대해 현행 조세방식을 선호하는 노인이 가장 많았지만, 조세로만 하면 국가 부담이 크므로 조세 대신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로 재정을 충당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도시, 농촌 노인이 대체로 유사하다.
열하나째, 국고지원 방식, 즉 지역의 재정자립도와 노인인구비율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식에 대해 찬성한다는 비율이 많다. 대체로 국고지원 차등지원제에 대해 찬성하고 있는데, 농촌, 도시 노인 모두 동일하다.
열두째, 조사대상자의 연령, 성, 결혼상태, 교육수준 및 기초노령연금 수급여부 등과 같은 일반적 특성을 독립변수로 해서 기초노령연금의 도입, 수급자격, 연금급여, 재원 등에 대한 인식도와 같은 종속변수와의 통계학적 차이의 분석, 즉 교차분석 결과 의미 있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 경우가 일부 있었지만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운 것이 대부분이다.
한편 이상과 같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기초노령연금의 개선에 정책적으로 시사하는 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노인 교통비 지원제 폐지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 도시 노인은 물론 농촌 노인의 대다수가 기초노령연금으로 교통비 지원제를 폐지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특히 한 노인은 설문과는 별도로 다음과 같은 의견을 표명했다. 즉 “대도시주민은 전철을 무료로 이용하나 농촌지역노인은 버스를 유로로 이용하고 있다.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교통비 지원제는 노령연금과는 무관한 제도이고, 실질적으로 노인들의 사회활동에 큰 도움을 주었던 복지제도였다는 점에서 폐지에는 문제가 있다.
둘째, 우리나라 기초노령연금의 성격이 모호하다는 사실이 다시한번 확인되었다. 즉 우리나라 기초노령연금은 모든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주의 기초연금도 아니고, 가난한 노인만을 자산조사를 통해 선정 대상으로 삼는 선택주의 공공부조노령연금도 아니다. 그리고 보험방식이 아닌 조세방식으로 운용한다는 점에서 보편주의적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중하위 소득계층 노인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선택주의에 가깝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기초노령연금의 성격이 애매하기 때문에 모든 노인을 대상으로 확대하자는 의견과 빈곤 노인만을 대상으로 축소하자는 의견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의 성격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는 소득과 관계없이 모든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주의 시스템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보편주의 방식으로 운영하자면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단계적으로 접근하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셋째, 노인을 대상으로 한 사회보장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사회보장 급여는 대상자가 부부인 경우 단신인 경우 보다 약간 적게 책정하는 것이 보통이라는 사실과 자산조사를 통해 대상자를 선정하는 선택주의 방식의 사회보장제도는 소득은 물론 재산도 고려한다는 사실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 경우 공익광고 등을 활용하면 좋을 것으로 사료된다.
다섯째, 기초노령연금 기준액을 국민연금가입자 평균소득에 연계시키는 방법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국민연금은 생활능력이 있는 사람들의 소득이므로 기초노령연금의 기준액으로는 부적절한 면이 분명히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비 또는 최저임금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여섯째, 기초노령연금의 수급자격 기준 중 하나인 재산기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농촌 노인의 경우 농지와 같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도시 노인에 비해 불이익을 볼 여지가 충분하다. 따라서 재산기준의 도시, 농촌 간 차등적용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본 조사 내용 중 노인의 의견을 밝히는 난이 있는데,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한 것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연금액을 최저생계비 정도는 지급해야 한다.” “수급 노인의 생활에 큰 보탬이 되므로 더욱 활성화시켜 주기 바란다.” “노인우대정책 일환으로 기준 이상 노인 모두 혜택을 받아야할 것으로 사료된다.” “노인 우대차원으로 지급하는 것인데 가난한 노인만 대우를 받고 돈이 많은 노인은 대우받지 못하는 것은 노인우대정책에 맞지 않다고 생각된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다른 선진국의 예에 따라 복지혜택을 늘여야 한다.” 결국 정리하면 노인의 노후대책으로서의 기초노령연금의 혜택범위를 확대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인데, 우리나라 기초노령연금의 발전방안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