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건축은 우리 민족의 공간적 개념을 가장 잘 반영하는 현대건축의 근간이다. 그 중 전통주거는 삶의 본질을 담고 있어 모든 건축 중에서도 전통문화의 본질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전통주거의 연구는 다양한 시대와 여러 지역으로 나뉘어 연구되어 왔다. 시대적으로는 조선시대라는 연구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지만, 지역적으로는 대부분의 전통 주거건축에 대한 연구는 많은 성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유독 서부 경남의 특성에 관한 연구는 많이 이루어지지 못한 한계가 있다. 특히 서부 내륙지방의 건축공간에 관한 연구는 많지 않았다. 본 연구는 거창지역의 대표적 상류주거지로 알려져 있는 거창군 위천면 황산리 황산마을의 공간의 특성을 규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마을을 대상으로 선택한 이유는 우선 조선시대의 후기의 많은 주거 건축이 남아있고, 다양한 공간의 유형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지역의 주거연구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자료를 확보하고, 그 유형적 특성을 규명하는 것이 주거사의 연구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황산마을의 건축적 특성의 분석은 외부공간과 내부공간으로 나누어서 분석하였다. 우선 외부공간의 유형은 마당의 구성유형과 채의 구성유형으로 구분하였다. 마당의 구성에 따른 유형은 세 가지인데, 한마당집은 민가, 두마당집은 부농가, 세마당집은 사대부가의 특성을 가지는 구성이다. 황산마을에는 한마당집이 9호(39%), 두마당집이 11호(48%), 세마당집이 3호(13%)로 분류되었다. 두마당과 세마당의 비중(51%)이 높은 것은 이 마을이 반촌임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채의 구성에 따른 유형은 다섯 유형으로 구분되었는데, 一字型 (2호), 튼ㄱ字型(4호), 二字型(2호), 三字型(4호),튼ㄷ字型(7호), 튼ㅁ字型(4호)으로 구분하였다. 황산마을의 배치유형은 매우 다양한데, 이는 계층의 폭이 넓다는 것을 의미한다. 씨족이 한 마을에 살아도 주거의 규모는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가장 많은 비중인 튼ㄷ字型인 것으로써 중상류계층의 비중이 가장 높음을 알 수 있다.
내부공간의 분석은 안채, 사랑채 및 부속채로 나누어 하였다. 황산마을의 안채는 전면 폭 3칸형(9%), 4칸형(70%), 5칸형(21%)으로 구성되어 있다. 안채의 평면유형은 전면 폭 4칸의 한정된 유형에 집중되어 있어 가장 높은 빈도의 건축공간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안채는 다른 공간에 비하여 변형 혹은 변화의 폭이 좁은 특성을 가짐을 알 수 있다. 사랑채는 규모에 따라 다양한 구성을 이루고 있는데, 전면 3칸, 4칸, 5칸의 규모가 비슷한 비중으로 분포하며, 마루의 구성이 규모에 따라 다양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사랑채의 평면구성은 안채의 평면구성 유형보다 광범위한 규모의 분포를 가지고 있어, 계층에 따른 다양한 공간의 유형을 구성하고 있으며, 한 마을에 다양한 사랑채의 평면유형이 분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황산마을의 부속채는 전반적으로 고른 유형으로 분포되어 있어 다양한 가계의 규모가 혼재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 중 고방채가 가장 많은 빈도(43%)로 형성되어 있으며, 대문채(30%)와 아래채(26%)가 다음의 빈도이고, 행랑채(21%)황산마을 전통주거는 민가형과 반가형이 고른 분포를 가지는 다양한 계층이 공존하는 배치의 마을로서 다음과 같은 특성을 이루고 있다.
1) 배치유형은 기본적으로 마당의 구성형식에 따라 ‘한마당집’과 ‘두마당집’, ‘세마당집’으로 나누었는데, 민가에 근거한 ‘한마당집’은9호(39% : 01, 02, 03, 05, 07, 10, 14, 15, 22)이며, ‘두마당집’의 배치를 취하고 있는 주거도 11호(48% : 04, 06, 08, 13, 16, 17, 18, 19, 20, 21, 23)가 있으며, 사당을 가져 ‘세마당집’으로 구분한 것은 3호(13% : 09, 11, 12)가 있다.
2) 안채는 전면 폭 3칸, 4칸, 5칸의 규모 중 70%가 4칸의 규모이며, ‘부엌-안방-마루-건넌방’의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계층성에 따른 규모의 변화가 적은 편이다.
3) 사랑채는 규모에 따라 다양한 구성을 이루고 있는데, 전면 3칸, 4칸, 5칸의 규모가 비슷한 비중으로 분포하며, 마루의 구성이 규모에 따라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어, 계층에 따른 공간구성이 전형화 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4) 부속채는 다양한 기능의 공간을 포함하는 것으로 특히 고방의 요구가 많이 두드러지며, 가계의 규모에 따라 필요성의 차이가 많은 공간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황산마을의 주거는 다양한 계층의 평면적 특성을 잘 보여주는 남부지방의 대표적 전통 주거를 보존하고 있는 마을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