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작품에 있어서 색채는, 형상과 더불어 작가가 표현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예술적 개념을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기본요소이다. 우리의 다섯 가지 감각기관, 즉 미각(1%), 후각(2%), 촉각(3%), 청각(7%), 시각(87%)에서 볼 수 있듯이 오감 중 시각이 차지하는 기능은 매우 높으며, 시각 중 색채를 느끼는 것이 80%이고 나머지의 20%가 선과 형태라고 한다. 이에 따라 화가나 디자이너처럼 색으로 작업하는 사람은 색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해 면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색을 사용하는 방식은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색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본 논문은 20세기의 다양한 미술사조 중에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추상표현주의(Abstract Expressionism)의 한 흐름인 색면회화(Color-Field Painting)의 대표적 화가 마크 로스코(Mark Rothko, 1903-1970)의 색채심리에 관한 연구이다. 마크 로스코의 색면회화 시기의 작품은 색의 상징성과 작가의 순수한 예술 정신의 결과물이므로 로스코의 작품을 통한 색채심리를 연구하여 색채가 정서적·심리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 것이다.
마크 로스코의 작품을 다음의 세 시기로 구분하여 고찰하였다. 즉, 초기에 해당하는 리얼리즘 시기(1924~1940년), 초현실주의 시기(1940~1946년)를 거쳐 작품의 성숙기에 해당하는 색면회화(Color-Field Painting)의 시기(1946~1970년) 로 나누어보았다. 작품분석의 방법은 색면회화 시기의 도판을 통한 로스코의 색채사용의 의미를 연구하였고, 이 연구를 토대로 색채의 변화를 드러낸 색채심리를 도판을 통한 분석방법으로 선택하였다.
로스코의 색채는 일반적 공식을 넘어선 초자연적인 자신만의 세계를 표현하는데 쓰이고, 이런 자신만의 색이 신화와 숭고라는 정신적 표현수단으로 사용되었다. 작품에서 보이는 조형적 특징인 색면 분할과 색채 조화를 통해 색면회화 양식을 확립했으며, 스테이닝 기법을 통한 중첩된 광도의 사용과, 어둠과 비극을 주제로 한 신화와 숭고적 색채사용의 특징으로 색채의 효과를 극대화시켰다. 로스코의 이러한 색채사용의 특징은 그가 구현하고자 한 인간 내면의 정신성을 작품의 색을 통해 드러내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조형적·정서적 색채와 색의 상징성을 중심으로 한 색면회화 시기의 색의 변화 및 색채심리를 연구한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색채는 심리적 요인에 의해 서로 다른 의미로 나타나며, 동일한 색이라도 각기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둘째, 로스코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여 자신에게 빛으로 느껴지는 노랑을 선택하여 검정의 극단적 배색을 의도하였다.
셋째, 인간이 가지는 균형을 지향하는 성향에 의해 고른 파장을 선택하려는 의도로 보색의 효과를 사용하였다.
넷째, 시기별로 드러나는 색의 변화는 로스코의 삶에서 보여지는 감정의 다양한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다섯째, 보라와 검정의 사용은 색채를 통한 색채치료의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끝으로 고뇌와 절망에 의해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무채색의 심리표현에 비하여 자신을 강화하려는 표현으로 사용한 고채도의 색채는 의기소침한 사람이 갖는 두 가지의 상반된 심리양상을 드러낸다.
결론적으로 예술가들이 그림을 그리거나 작품을 만드는 일은 정신적 혼란과 그들의 우울증을 고쳐주는데 일익을 담당하였으며,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변화되어 온 예술 작품의 대부분은 그 기저에 자신이 희구하는 바를 기원하거나, 현실에서 불가능한 것, 또는 얻을 수 없는 것을 표현함으로써 그 속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려는 바램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