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임상 현장에서 이론적으로는 환자의 자율성 존중이 강조되고 있지만, 의료상황에서의 일상적인 의사결정은 환자를 배제한 채 가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논문에서는 자율성 이해를 중심으로 의료상황에서 가족중심의 의사결정이 지닌 문제점을 살펴보고, 그 해결책을 모색해 보고자 하였다.
의료윤리 분야에서 자율성은 인간에 대한 개인주의적 전제를 바탕으로 외부의 영향력에 의해 통제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으로 이해되며,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의료진이 환자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여러 임상사례에서 환자의 의사결정 참여 기회는 매우 제한되어 있고, 진실통고나 뇌사자의 장기기증 등을 둘러싼 윤리적 갈등 상황에 대한 지침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료진은 의사결정과정에서 역할의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돌봄의 윤리에 따르면, 개인의 자율적 능력은 사회적 맥락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으로, 특히 의사-환자의 관계와 같이 불평등한 의존 관계에서 환자의 자율성을 유지, 증진시키기 위한 의료진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의사는 전문가적 판단에 근거하여 환자의 결정에 참여해야 하며, 이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행하는 적극적 자기결정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가족을 중시하는 유교 윤리에서도 가족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가 '의사결정에서 환자를 배제하는 것'을 정당화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환자, 가족, 주치의라는 세부분이 개별적인 특성을 보전하면서, 전체와 융화하고 통합하려는 지점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 조화로운 의학적 의사결정에 필수적이다.
그러므로 의사결정에 환자의 참여 기회를 높이고, 의료진이 적절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 구조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입원 안내문, 간호정보조사지, 각종 동의서에 환자의 의견을 반영하는 조항들이 추가되어야 한다. 병원윤리위원회는 전담인력을 두어 윤리적 의사결정에 대한 일상적 교육·상담을 제공할 수 있도록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의료인 교육과정에 의료윤리를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고, 각종 윤리 지침을 개발하여 의료인 직무교육에 포함시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