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조선 후기의 사문(沙門)인 초의(艸衣, 1786~1866)가 지은『동다송(東茶頌)』을 중심으로 그가 유가(儒家)·불가(佛家)·도가(道家)적 관점에서 바라본 생명관을 살피고, 다도(茶道)의 핵심사상으로 정의한 '중정(中正)'이 유(儒)·불(佛)·도(道)의 생명사상에서 비롯됨을 도출하고자 한다.
『동다송』은 초의가 각종 차 관련 전적(典籍)을 인용하며 우리나라 차(東茶)의 특성과 다도(茶道)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지은 한 편의 고체시(古體詩)다. 본문만 68구 494자로 구절마다 관련 있는 원전의 내용을 주석에 달아놓았고 이미 이와 관련된 이십 편에 이르는 주석서가 간행된 바 있다. 1970년대 이후 초의에 관한 연구가 크게 이루어진 가운데 『동다송』을 중심으로 한 다도관(茶道觀) 연구가 가장 두드러졌고, 그가 『동다송』을 통해 밝힌 다도 '중정(中正)'은 우리나라 차의 정신으로 지금까지 널리 인식되어 오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차 소재 연구에는 인문학적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자연과학적 분야에서도 직접적인 생명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그러므로 본 논문에서는 물의 본질과 함께 생명수로 통하는 차의 생명성을 『동다송』을 통해 얻고자 한다. 이를 위해 초의의 생애와 사상을 먼저 살피고 그와 교유했던 정약용과 김정희의 사상을 생명철학적 관점에서 파악한 후, 『동다송』의 본문을 자연과학에 의거한 생물학적 생명관과 유(儒)·불(佛)·도(道)의 생명철학적 관점에서의 생명관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첫째, 차의 효능 단계에서 초의가 자각한 차의 기능성을 현대의 자연과학적 관점에 의거해 생물학적 생명관으로 살펴보았다. 둘째, 차의 연원, 차꽃과 찻잎의 생김새, 차에 얽힌 고사 부분에서는 불가적 생명사상과, 신선사상, 오행설과 음양설의 관점을 내세워 자연의 질서를 도로 나타낸, 곧「도(道)」는 만물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내재적인 조직체계로 생각하는 도가적 생명관을 파악하였다. 셋째, 차의 성질과 차의 모양, 차를 마시는 아취에서 자연과 인간이 일관되어 있고 만물과 인간이 한 몸이며 하나에 근본을 두고 있음을 자각하는, 바로 보편 생명이 끊임없이 변천하고 무궁하게 흘러가는 도법자연(道法自然)을 따르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차의 맛을 내는 일에서는 잘 만든 차와 좋은 물을 가지고 알맞은 분량으로 중(中)을 얻고, 찻물이 잘 우러나 화(和)하면 중정(中正)이 갖추어 진다고 하였다. 머문 듯해 보이나 끊임없이 변화하는 차에서 생명을 낳는 모든 변화의 과정인 역(易)의 원리를 찾게 된다. 역은 하늘의 본질이며, 도의 과정이므로 그러한 차를 마시면 대도(大道)를 얻게 된다는 유가의 생명사상을 찾을 수 있다.
본고의 핵심은 초의가 우리나라 다도(茶道)로 정의한 「중정(中正)」에 있다. 「중정」은 생생불이(生生不已)하는 동적 우주관을 바탕으로 한 조화와 진전의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초의가 우리나라 다도로 일컬은「중정」의 원리에서 차의 생명력을 찾고, 차를 통한 우주적 생명의 본성을 깨달음으로써 생명사상에 입각한 궁극적인 수양과 생명성을 살린 차의 일(茶事)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고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