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목적은 한국의 공무원연금제도는 환경적 압력에도 불구하고 온건적 개혁에 머무는가에 대한 원인을 찾고자 함이다. 우리나라의 공무원연금제도는 1960년대 시행 이후 공무원들의 퇴직 후 안정된 삶과 재직 중의 성실한 노동을 위한 종합적인 사회보장제도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그러나 제도의 성숙과 사회·경제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연금재정에 심각한 위기가 나타나게 되고, 이에 대한 개선의 노력들이 진행되었다. 1995년 연기금의 적자가 시작된 이후 공무원 연금개혁의 과정들을 살펴보면 재정건전성에 역행하는 모습까지 나타나고 있으며, 개혁의 강도 또한 국민연금과 해외의 사례들에 비추어 낮게 나타나고 있다.
공무원연금의 온건개혁의 원인을 분석하기 위하여 제1장의 연구의 목적에서는 공무원연금개혁의 당위성과 현재 한국의 상황에 대하여 살펴봄으로써 향후 본 연구의 내용에 대하여 개략적인 설명을 하였다. 제2장에서는 공적연금제도 개혁의 유사성과 공무원연금의 특수성과 연금개혁의 정치에서 나타나는 주요 행위자의 구분과 이들의 행태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을 검토하였다. 정책결정과정에서 행위자의 참여와 영향력이 최종개혁안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분석의 기초를 제시하였다. 제3장에서는 우리나라 공무원연금의 탄생과 주요 개혁과정을 검토한다. 특히 기금고갈이 나타난 1995년 이후 나타난 정부주도의 1995년과 2000년의 재정절약적 공무원연금 개혁과정에 대해서 검토하였다. 제4장에서는 개혁의 추동세력이 공무원노조로 변화한 2003년과 2009년 개혁안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였다. 특히 2009년 개혁에서는 공무원연금개혁에서 최초로 이해관계자간의 '사회적 합의안'을 기본으로 개혁이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향후 공무원연금개혁의 방향설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제5장에서는 앞서 수행한 분석을 토대로 결론 및 한국 공무원연금 개혁의 방향을 설정하는 정책적 제언을 다루는 것으로 연구는 끝을 맺었다.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온건적 개혁의 원인에 대해서 연구자는 4가지의 연구문제를 제기하였다. 주장에 대한 분석을 위하여 정책결정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행위자를 대통령, 행정부, 공무원 노조, 국회 등 4개로 구분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이들의 행태를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연구자가 제기한 4가지 연구 문제들은 모두 옳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공무원연금의 온건적 개혁의 원인은 시기별 개혁에 따라 지배엘리트들의 변화는 있지만 결국 이들이 모두 강도 높은 연금개혁에 동의하지 않아 정책결정과정이 무의사결정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각 연구질문에 대한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공무원이라는 특정신분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대통령은 충성을 담보로 하는 공무원연금개혁에 대해서 개혁에 대한 정책의지가 낮았다. 대통령은 선거를 통하여 정치적으로 임명됨과 동시에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지위를 가진다. 이러한 이중적 지위는 관료제를 통제하여 자신의 국정철학을 실제 정책에 투영시켜야 하기 때문에 공무원들의 지지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대통령은 당근과 채찍을 통한 관료제의 통제를 통하여 국정수행을 원활히 하게 된다. 공무원연금은 공무원 보수와 함께 공무원에게 줄 수 있는 당근의 기능을 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통령 선거를 전후하여 공무원들을 포섭하기 위한 정치적 전략과 함께 공무원연금 급여가 하락하게 되면, 그 부족분 이상을 보수인상과 처우개선 등을 통해 보상해줌으로써 공무원들을 심복으로 두기 위한 많은 노력을 보였다.
둘째, 공무원들 스스로 자기주도 개혁을 수행하여야하기 때문에 자기이익극대화 전략으로 인하여 공무원들 스스로가 개혁안의 강도를 약하게 제시하였다. 국민연금과 달리 공무원연금은 공무원들 스스로가 정부의 개혁안을 작성해야 하는 모순을 가지고 있다. 환경적 압력에 대해서 개혁안은 최소한으로 제시하여 정당성 확보에 초점을 둔 개혁을 진행한 것이다. 1995년의 경우 대통령에게 보고조차하지 않는 등 올바른 정책결정이 이루어지지 못하도록 공무원연금에 대한 정보를 독점하고, 2000년에는 연기금 지급의 부족분을 정부보조로 결정함에 있어서도 장관들 선에서 해결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또한 2009년 개혁에서는 행안부 스스로 반대하는 개혁안을 변경하기 위하여 내부적 논의기구인 발전위원회의 구성을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셋째, 정책결정과정에 있어 이해관계자집단(공무원노조)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여, 노조의 대안이 실제 개혁안에 많이 반영되어 개혁의 강도가 약하게 나타났다. 1995년 개혁에서는 아직 태동하지도 않았던 공무원 노조를 행정부 스스로 두려워하여 개혁안을 KDI안보다 매우 후퇴시킨 선에서 통과시켰다. 공무원연금개혁의 이슈는 공무원노조의 합법화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단결력과 결속력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고, 이를 통하여 노조가 확대되는 모습까지도 보였다. 그리고 2000년에는 부족분에 대한 정부보전금의 요구를 수용시켰고, 국회를 포섭하여 공무원연금운영위원회에 자신들이 참여할 수 있는 지분을 확대시켰다. 이후 2003년에는 혼전 속의 대통령선거라는 특수성을 활용하여 여야 모두를 포섭하는 방식으로 정부부담을 더욱 증대시키는 개혁 아닌 개혁을 성공시켰다. 이러한 공무원노조의 영향력이 극대화되는 것은 2009년 2기 발전위에 참여함으로써 가능했다. 지속적인 투쟁 등을 통하여 발전위원회의 과반수를 점한 공무원노조는 1기 발전위에서 합의된 내용을 포기하게 만들고, 그들이 제시하는 기득권 유지와 정부부담 증가의 개혁안을 만든 것이다. 외견상 단기적인 재정절약의 모습이 나타난 것은 신규직의 희생으로서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은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상 제약과 연금급여상, 퇴직 후 취업제한 등 제약조건을 가지고 있는 공무원들이 주장하는 연금개혁의 온건개혁의 정당성의 측면과 함께 나타난 결과이다.
넷째, 투표극대화와 차기정권창출의 도구로서 공무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하여 국회(국회의원)는 이익집단(공무원노조 및 단체)에 포획되어 공무원노조의 개혁안을 수용하였다. 여당은 단순히 정부안에 대한 거수기의 역할을 담당하였고, 야당의 경우 공무원 노조에 포획되는 모습을 2000년 이후 보여주었다. 또한 대통령 선거의 시기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오히려 공무원노조를 위한 행동까지 보여주는 등, 국회의 정책 통제 기능은 공무원연금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공무원연금개혁은 시기에 따라 지배엘리트들의 변화는 있지만 공무원을 중심으로 무의사결정이 나타났다. 정책결정과정이 무의사결정으로 전환됨에 따라 재정절약을 위한 강도 높은 개혁을 제시한 의견들은 배제되고, 지배엘리트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방향으로 개혁이 진행된 것이다.
하지만 연구자의 주장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것도 연구의 한계점으로 볼 수 있다. 실제 대통령의 정책의지를 제대로 분석하였는가의 부분과 인터뷰 대상자들의 결과 또한 자신들의 입장에서 답변한 것이기에 검토과정을 거쳤다고는 하나 100% 정당성을 확보하였다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공무원연금제도의 정책결정과정을 검토함으로써 향후 공무원연금개혁의 시작에 있어 고려해야 하는 요소들을 발견하였다는 점에서 연구의 의의가 있다 하겠다.
본 연구가 가지는 이론적 함의는 크게 공무원연금의 온건 개혁의 원인을 탐색하고 일반화의 가능성을 제시한 점과 공무원연금개혁에서 무의사결정론이 시기별로 주체가 변화하였지만 여전히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다는 것으로 나뉠 수 있다.
이에 연구자는 새로운 공무원연금제도는 다음의 3가지 측면을 고려할 것을 제안하였다. 첫째, 공무원연금의 인사적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둘째, 생애소득 관점에서는 민간과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어야 할 것이다. 셋째, 종합사회보장기능을 민간과 동일하게 설정하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무원연금개혁에서 나타나는 무의사결정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이다. 특히 최근 개혁에서 실질적 개혁의 주체로 자리 잡은 공무원 노조의 영향력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의 문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