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영상물의 시대이다. 대중은 영화와 TV 뿐만 아니라 UCC 동영상, 모바일 영상, 게임에 이르기까지 어디서나 쉽게 다양한 영상물을 접할 수 있다. 이들이 심지어 국경과 문화권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과 영향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관객들의 영상물에 대한 안목과 취향이 달라졌으며, 필연적으로 영상 매체의 제작 및 연출 관습 역시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구태의연한 소재와 틀에 박힌 제작 관습이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는 TV 드라마의 현실은 변화가 절실하다.
드라마 〈아테나: 전쟁의 여신〉은 기존의 TV 드라마의 틀을 깨고자 했던 과감한 시도였다. 이 논문은 〈아테나〉의 연출과정과 그 결과를 연출자의 입장에서 고찰해 봄으로써 성공 실패를 진단해보고 더불어 미래에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해 보려는 시도였다. 전작 〈아이리스〉의 성공을 바탕으로 제작된 〈아테나〉는 첩보를 소재로 한 장르로서 최초로 시도되는 스핀오프 형식, 즉 영화 연출 방식의 도입을 통한 영화 같은 스펙터클을 살려 다른 드라마와의 차별을 도모했다. 첫째, 현대 첩보 장르에 부합하는 액션 장면을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포지션과 레벨을 도입하고 많은 커트를 사용하였고, 액션 자체는 직선적이고 속도감 있게 연출하였다. 둘째, 〈아이리스〉와 동일한 배경, 사건의 유사성, 주요 인물의 크로스 오버 등을 활용하여 첩보 시리즈물로서의 재미를 살렸다. 셋째, 숙련된 영화 인력과 영화 장비를 투입하여 영화제작 방식에 따라 드라마를 제작하였다.
실제 연출 과정에서 무엇보다 집중했던 것은 영화 제작 방식을 효과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가장 먼저 모든 제작 스탭을 숙련된 영화 스탭으로 구성하였다. 촬영에는 풍부한 색감과 화질로 35mm 필름과 가장 가까운 느낌을 낼 수 있는 카메라인 레드원(Red-one)과 서브 카메라로 캐논 5D Mark II를 사용하여 TV에서 필름룩을 구현해내었다. 조명과 미술 역시 높은 완성도로 작품과 인물의 컨셉에 맞게 적용되었다. 특히 빛의 반사, 온도, 색, 무게감 등을 적절히 활용하여 공간과 인물을 효과적으로 부각시킬 수 있었다. 또한, TV드라마에서는 최초로 현장 편집을 도입하여 많은 분량과 빠른 진행을 소화기 위한 컷, 씬 간의 연결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우리는 이런 연출방식으로 〈아테나〉를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액션 장면과 필름의 느낌을 TV에서 재현하는 것에 성공하였다. 그러나 완결된 대본이 준비되지 않은 채 시청률에 휘둘리고, 시간에 쫓겨 진행되는 드라마 제작 시스템하에서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치게 되었다. 부족한 시간 때문에 일관성 있는 인물 관계와 캐릭터 묘사가 어려웠고, 편집과 후반작업에 시간을 할애하기 어려웠다. 이외에도 간접광고 제품의 노출이 강요에 가까운 의무로 인해 극의 완성도와 관계없는 장면들을 삽입해야하는 맹점이 있었다.
〈아테나〉는 이런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절반의 성공만 이룬 작품이다. 액션이나 일부 장면은 기존 TV 드라마에서 혹은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성과가 있었지만 흡인력을 잃은 스토리와 복잡하고 어려운 첩보 전문 용어들, 불확실한 인물 관계로 인해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끌어 들이는데 실패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테나〉는 장르물과 스핀오프의 개척이라는 면에서 의의가 크며, 보다 나은 TV 드라마 제작을 향한 행보로서의 가치가 있다. 앞으로 드라마 제작이 감독의 순발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더 좋은 드라마를 만들려면 충분한 프리프로덕션 기간, 완성된 대본, 전문화된 인력 등 안정된 제작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