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목적은 카터 행정부의 주한미군 철수정책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한국의 대응이 주한미군 철수정책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를 분석하는 것이다. 본 연구는 카터 행정부의 주한미군 철수정책이 미국중심의 일방적인 정책 결정의 산물이라는 기존 연구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리고 강대국의 국내정치적 상황 변화에 따라 약소국의 대응 변화를 통해서도 다양하게 전개될 수 있다는 점을 규명했다. 즉, 주한미군 철수정책이 미 국내정치의 산물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수용하되 추가적으로 정책 결정의 각 과정에서 한국의 입장을 분석하고, 이러한 한국의 입장이 미국의 주한미군 철수정책 전반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해 살펴보았다.
우선, 중심지도자·관료의 지지·국내적 재조정 등의 국내정치적 요소와 함께 외부의 충격도 외교 정책의 중요한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찰스 허만(Charles Hermann)의 이론을 토대로 대안적 분석틀을 만들어 강대국 미국의 국내적 상황 변화를 분석하였다.
이에 추가하여 미국의 국내적 상황 변화에 한국의 대응을 적용하여 분석하였다. 그 결과 미국의 국내적 상황 변화에 따라 주한미군 철수의 대상국인 약소국 한국의 대응정책은 소극적인 철수 수용에서 적극적인 철수 반대로 변화되었다. 이러한 한국의 적극적 대응이 주한미군 철수 중지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의 핵심주장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의 국내정치적 측면과 군사적 측면 두 요인을 고려하여 각 단계에서 1차적 요인, 2차적 요인으로 규명하였다.
철수 결정과 철수 수정은 국내정치적 요소가 1차적 요인으로 그리고 군사적 요소가 2차적 요인으로 작용한 반면, 철수 보류와 철수 중지는 군사적인 요소가 1차적인 요소로 그리고 국내정치적인 요소가 2차적 요소로 작용하였다.
둘째, 주한미군 철수정책에 대한 한국의 대응정책의 기조는 철수 결정, 철수 수정 및 철수 보류 발표까지는 미국의 정책을 수용하며, 보완 조치의 확보와 한국군 현대화에 중점을 두는 것이었다. 하지만 북한 군사력이 철수 결정 당시보다 현저하게 증가했다는 언론의 보도 이후 카터 행정부는 1979년 2월 9일 북한 군사력에 대한 정확한 정보 평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주한미군 철수를 보류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보류 발표 이후 한국의 대응정책 기조는 철수 수용에서 북한 군사력 재평가에 대한 적극적인 요구와 주한미군 철수 중지 제의로 변화되었다.
셋째, 주한미군 철수 중지의 과정은 미국의 일방적 결정의 산물만이 아니라 한국정부의 적극적인 대응도 중요한 역할을 하였음을 규명하였다. 한국이 약소국이었기 때문에 미국의 정책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국내정치적 상황과 한국의 입장을 고려하여 최적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1977년 철수 결정 당시부터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 철수를 미국의 정책으로 수용하였지만, 한국 내부적으로 초당적인 국회의 철수 반대 등 철수 중지를 위한 노력을 하였다. 특히, 카터 행정부의 철수 보류 발표 후 한국정부는 군사력 재평가와 철수 중지 요구를 함으로써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하였다. 겉으로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주한미군 철수 중지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의 총체적인 노력이 철수 중지 결정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본 연구를 통해 얻게 된 함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의 외교정책 결정 과정에서 대통령에게 권한이 집중되어 있지만 대통령 한 사람의 생각으로 정책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며 다른 국내정치 및 군사 수준의 변수들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재확인하였다. 특히 북한에 대한 군사력 재평가와 같은 정보 요소가 정책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으며, 앞으로도 정보의 영향력은 증가할 것이다.
둘째, 카터 행정부의 주한미군 철수정책을 통해 외교정책의 변화를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정치의 지지를 받고 시작된 강대국의 외교정책이 계획된 의도대로 항상 추진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주한미군 철수 중지사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셋째, 군은 행정부의 하부조직으로 행정부의 계선 상에서 지시를 통해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미 군부의 객관적인 군사적 평가가 정치적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비대칭 관계에도 불구하고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군사적 유대가 정책결정 과정에 영향을 끼쳤으며, 철수정책의 중지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넷째, 한국의 안보에 중요한 축이 되어온 한미 동맹은 당연하게 주어진 것이 아니었으며, 합리적인 목표와 전략을 통해 꾸준하게 만들어진 것이다. 한국은 여전히 힘과 국익을 최우선시하는 냉엄한 국제정치의 현실 속에서 미국을 통해 이익을 고려해야 하며, 이와 동시에 미국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과 국익도 함께 고려하여, 한미동맹이 공고화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