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의 목적은 이승만의 동맹정책이 이승만 정부의 국방체제의 형성과 변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실증적으로 규명하는데 있다. 이승만 정부가 구축해 놓은 한미공동방위체제는 신생국이라는 열악한 안보환경 속에서도 한국이 생존할 수 있었던 토대가 되었으며, 현재까지도 한국의 국방체제의 근간이 되고 있다. 이처럼 이승만 정부의 국방체제의 구축에 관한 문제는 매우 중요한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이와 관련된 기존 연구는 빈약할 뿐만 아니라 주로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논의되어 왔다.
이승만 정부의 국방체제 형성과 변화가 미국의 대한정책의 결과로 설명할 수 없는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연구들은 강대국 정책결정론의 관점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한국의 전략적 행위에 대해서는 그다지 중요성을 부여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강대국 중심의 연구의 편향성을 극복하기 위해 본 연구는 지도자의 전략적 선택의 관점에서 한국의 국방체제가 어떠한 맥락에서 탄생했으며 변화되었는가를 역사적으로 실증함으로써 보다 균형있는 분석을 도모하였다.
이러한 배경에서 본 연구는 "이승만의 동맹정책이 한국의 국방체제의 형성과 변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라는 질문을 제시하고, 북한의 안보위협과 미국의 대한정책, 그리고 이승만 정부의 국내정치적 자율성으로 구성된 대내외 안보환경 속에서 이승만이 한국의 국방체제를 형성하기 위해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해 왔는지에 대하여 분석하였다. 전략적 선택 행위에 관한 분석틀을 토대로 연구를 수행한 결과, 이승만 시기 한국의 국방체제의 형성과 변화는 이승만의 전략적 선택 행위에 의해서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기존의 연구에서는 이승만 정부의 국방체제는 미국의 대한정책과 공산권의 위협 등과 같은 상황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거나 변화되었다는 시각이 주를 이루었으나, 본 논문에서는 이러한 상황적 요인들을 고려한 이승만의 전략적 선택 행위가 국방체제의 형성과 변화를 주도했다는 것을 핵심 주장으로 제시하였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본 연구는 이승만 정부를 6.25전쟁 전, 중, 후의 세 가지 시기로 구분하여 이승만의 동맹정책과 그로 인한 국방체제의 형성과 변화를 설명하였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본 논문에서 주장하는 세부적인 핵심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승만이 6.25전쟁 이전에는 대미동맹결성을 실패했으나 6.25전쟁 기간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6.25전쟁으로 인한 미국의 대한정책의 변화 뿐만 아니라 한국의 국내정치적 환경이 상당 부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6.25전쟁 이전과 6.25전쟁 기간에 이승만은 동일하게 미국과 동맹결성을 요청하였으나 미국은 두 시기 모두 한국과 동맹을 맺는 것을 강력히 반대했다.
하지만 6.25전쟁 이전에는 이승만 정부의 국내정치적 자율성이 제한되어 이승만은 동맹결성을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동력을 확보할 수 없었고, 이에 따라 대미동맹결성 정책을 조기에 포기해야만 했다. 하지만 6.25전쟁 이후에는 이승만 정부의 국내정치적 자율성은 증가하게 되었고, 이승만은 강력한 국내정치적 지지를 바탕으로 휴전반대와 북진통일을 협상수단으로 사용하면서 끈질기게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요구함으로써 6.25전쟁 이후 한국을 정치, 군사적으로 지원했던 미국과 동맹결성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둘째, 이승만의 동맹정책이 한국의 국방체제의 형태를 변화시키는데 중요한 영향을 주었다는 점이다. 6.25 전쟁 이전 이승만은 주한미군철수의 연기를 주장하면서 조미우호통상조약(1882년)의 유효성 재확인과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체결을 비밀리에 요청하였으나, 미국의 반대와 국내정치적 제약 때문에 조기에 이를 포기하게 되었다. 이후 이승만은 대미동맹결성을 끝까지 관철시키지 않고 태평양 동맹 결성을 범정부정책으로 추진했으나 궁극적으로 실패함으로써 한국은 자립방위의 국방체제를 구축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반대로 6.25전쟁 이후 이승만은 작전지휘권 이양조치,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체결 및 한국군의 증강 요구와 같은 한미동맹 결성 정책을 강경하게 추진하여 미국의 동의를 이끌어냄으로써 한국은 한미공동방위의 국방체제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셋째, 이승만의 전략적 선택이 대외 안보환경 변수인 미국의 대한정책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점이다. 강대국과 약소국의 관계에서는 강대국이 일방적으로 약소국에 영향을 미칠 수만은 없으며, 약소국이 자국의 자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전략적 공간은 언제나 존재한다. 이승만도 미소 간의 세력균 형이라는 구조 속에서 공산권과 대결하면서도 미국의 정책에 복종하기보다는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북진통일과 정전반대 등 저항적 행위를 했을 뿐만 아니라 작전지휘권 이양과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추진과 같은 올가미 전략을 통해 미국의 힘을 끌어들이면서 한국의 국방체제를 한국의 국익에 맞게 변화시켰다.
결국 이승만 시기 한국이 약육강식의 안보환경에서도 한미공동방위의 국방 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대한정책에 일방적으로 구속되지 않고, 미국에 제한된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미국의 대한정책을 변화시킴으로써 가능했던 것이다. 따라서 안보환경과 행위자의 관계에 있어서 행위자의 전략적 행위가 구조 속에서 자율성을 발휘하여 안보환경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국방체제의 형성과 변화는 북한의 안보위협, 미국의 대한 정책, 그리고 이승만 정부의 국내정치적 자율성과 같은 대내외 안보환경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지만 무엇보다 이러한 환경변수를 고려한 이승만의 동맹정책이 한국 국방체제의 형성과 변화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한국의 국방체체가 단순히 대내외 안보환경에 의해 일방적으로 좌우되지 않고 지도자의 동맹정책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향후 새로운 연합방위체제를 지향하는 한국의 국방정책에 중요한 함의를 줄 수 있다.
지도자의 동맹정책 선호가 국방체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의 지도자가 자주지향적인 동맹정책을 선택하느냐 아니면 대미지향적인 동맹정책을 선택하느냐의 전략적 선택은 새로운 연합방위체제의 지속성과 변화에 영향을 줄 것이다. 왜냐하면 국방체제는 그 나라 지도자의 전략적 비전과 선택행위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미안보 관계에서 당면한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데 있어서 한국의 지도자는 동맹정책을 확고히 하고 세부적인 대미 협상 전략을 잘 수립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