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김일성의 한국 전쟁 전략의 변질과정과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고찰하는데 목적을 두었다. 본 논문에서 제기하는 핵심질문은 "김일성이 해방 이후 정치전과 군사전을 배합하는 혁명전쟁(revolutionary war)을 대남 공산화 전략의 기본 노선으로 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1950년 6월 이후 실제전쟁에서는 정치전의 모습은 사라지고 정규전에 편향된 전형적인 군사전의 형태로 표출되었는가?"이다. 구체적으로 본 논문은 김일성의 한국전쟁 전략에서 혁명 전쟁의 두 가지 구성요소인 정치전(political warfare)과 군사전(military warfare)의 배합과 분리라는 전략문제를 핵심 분석대상으로 삼았으며, 그러한 문제가 김일성의 6.25 남침 전쟁 수행에 미친 영향을 규명한다.
본 논문은 김일성의 한국전쟁 전략의 변질과 실패과정을 '전략의 전술화 (tacticization of strategy)'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는데 목적을 두었다. 전략의 전술화란 지도자의 혁명동기에 대한 과신, 리더십의 균열, 작전적 사고, 급속한 정규군의 증강과 같은 요인으로 인해 전략수단을 운용함에 있어 하위수준의 전술적 사고가 전략의 논리를 지배하는 경향을 의미한다. 전술이 전략을 대체할시 전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최적의 수단이 선택되기 보다는 단기적 전술적 목적, 전투의 승리에 초점을 맞추어 전략수단이 운용된다. 이에 따라 혁명전쟁 전략에서 정치전은 군사전의 지배를 받는 보조 수단으로 변질되거나, 군사전과 전략적으로 배합하지 못하는 등 전쟁 전략이 순수한 군사전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발생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김일성의 한국전쟁 전략에 대한 논문의 핵심 주장은 다음과 같다. 김일성이 추구했던 종이위의 전쟁(war on paper), 즉 '혁명전쟁' 전략과 실제전쟁(real war)간의 괴리가 발생한 원인은 김일성이 추구했던 전략이 전술화되었기 때문이다. 북한정권 수립 시 김일성은 정치전의 사전준비를 강조하는 '정치기반 혁명전략'을 표명하였으나 김일성의 "혁명동기"에 대한 과신, 박헌영과의 주도권 경쟁, 작전적 사고, 인민군의 급속한 증강으로 인해 김일성의 전략은 '군사기반 혁명전략'으로 변질되었다. 군사기반 혁명전략은 대중동원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체계적으로 정치전을 준비하기보다 대중의 지지가 군사적 승리의 부산물로 자연스레 수반될 것이라는 전제 하에 군사전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혁명전쟁 전략의 변질은 북한의 한국전쟁 수행의 패전과 상관성을 가진다. 김일성의 한국전쟁 실패의 근본적인 원인은 김일성이 1950년 6월 이전에 이미 정치적 공격한계점에 도달했던 상태에서 군사적 승리를 통해 인민봉기를 유발할 수 있다는 군사기반 혁명전략에 경도되어 전면전의 결정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모험주의적으로 결전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북한군은 실제전쟁에서 미군의 개입과 인민봉기의 '불발'이라는 현실에 직면하였고 1950년 9월에는 군사적 공격한계점에 도달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김일성의 전략은 혁명전쟁의 중심이 되어야 할 '대중'으로부터 이탈되었고 정치전과 군사전을 전략적으로 배합하지 못함으로써 실제전쟁은 순수한 국제전의 모습으로 표출된 것이다. 이로써 김일성의 한국전쟁 전략은 표면적으로는 "혁명전쟁"의 형식을 표방했으나, 이것은 단순한 '언술' 또는 '수사'일 뿐 단순한 군사적 모험주의에 불과했음을 입증할 수 있다. "전술의 전략 (strategy of tactics)"로도 규정할 수 있는 김일성의 군사적 모험주의는 김일성이 시종일관 '인민'을 전쟁수행의 중심이라고 하면서도 왜 사전 정치적 준비는 등한시 했는지, 그리고 또한 왜 실제전쟁에서는 기대하던 정치전의 효과가 구현되지 않았는지의 모순성을 명확히 설명해 준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김일성의 한국전쟁 수행전략에 대한 사례연구를 통해 전략의 전술화가 전쟁결과에 미치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조명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전략의 전술화는 '혁명전쟁'과 '국제전'을 막론하고 지도자가 전술적 사고에 고착될 경우 그 전략은 기대하던 효과를 달성하기 어려우며 장기적으로는 국가안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현재 북한 지도부가 전략의 전술화의 덫에 걸릴 경우 또는 대남 정치전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판단할 경우 남한에 대한 군사적 모험주의의 경향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본 논문은 "혁명전쟁"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면서도 '혁명'의 당위성(Sollen)이나 정당성(jus ad bellum)과 같은 윤리적인 차원의 문제는 다루지 않으며 오로지 북한이 주장하는 "혁명전쟁 전략"을 비판적으로 고찰함으로써 북한 전략의 변질과 실패요인을 분석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