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목적은 한국전쟁 기간 중 미 극동공군의 전략을 규명하고 전략변화의 맥락을 군사력 운용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해하는 것이다. 전략의 입체적인 분석을 위해 소련과 중국의 항공전략을 분석하였고 그 안에서 북한공군의 전략을 추출해 내었다. 이러한 연구과정은 항공력이 한국전쟁의 향방을 결정한 주된 군사적 요소였다는 주장을 증명하는 과정이었으며, 한국전쟁에서 미국이 전쟁승리를 위해 고려한 군사적 목표와 주된 군사적 방책이 항공력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다는 것을 이해하는 과정이었다.
전쟁의 배경에는 극동지역에 대한 미국의 전쟁개념과 전쟁수단의 불일치, 전략공군이 소련의 전술공군에 앞서있다는 잘못된 자신감, 그리고 그 결과로 한반도 주변에 형성된 항공세력의 불균형이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종결 이후 미국은 그들의 우선적 이익이 있는 서유럽에서 전략공군을 중심으로 전략적 방어에 집중한 반면 소련은 군사적 승리 가능성이 높은 극동지역에서 지상군과 전술공군을 중심으로 전술공세능력을 강화하였다.
전쟁 초반, 극동공군은 대 지상전(Counterland)에 전략의 중심을 두었다. 극동공군은 북한의 전쟁잠재력에 대한 전략공격을 시도하는 한편, 남하하는 북한의 군사력을 분쇄하기 위한 근접항공지원과 항공차단에 집중하였다. 그러나 북한의 전쟁잠재력은 북한 외부에 존재하여 전략공격은 한계를 가지고 있었고 북한의 군사력에 대한 항공차단은 항공력의 대 지상전 운용방법에 대해 극동군사령부 내부의 의견이 엇갈려 조기에 효율적으로 투사되지 못하였다.
전쟁 중반, 극동공군의 전략은 제공(Counterair)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전격적으로 개입한 중국군은 지상전역을 성공적으로 전개하여 전선을 원점으로 되돌렸고, 북한, 중국, 소련공군으로 구성된 공산공군은 능동적으로 상황을 변화시켰다. 공산공군의 첫 번째 전략은 전선 인근의 비행장을 복구하여 항공엄호 하에 지상전세를 역전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공산지상군의 공세가 종말점에 도달하여 전선이 38선 이북에서 형성된 가운데 극동공군의 반격으로 이러한 시도는 좌절되었다. 공산공군의 두 번째 전략은 만주부근에서부터 남쪽으로 축차적인 비행장 복구를 시도하는 것이었다. 극동공군은 이것을 막고 제공권을 사수하기 위해 총력전을 수행하였다. 폭격기사령부 전력은 희생을 감수하고 공중우세가 확보되지 않은 북한 북부지역의 임무횟수를 높였고, 전술공군은 공산공군의 거점인 만주비행장을 공격하기 위해 비공개적으로 한만국경을 침범하였다. 공산공군은 정치적 위험마저 감수한 극동공군의 전략에 대응하지 못하고 비행장의 전면적 복구노력을 중단하였다. 그러나 공산공군은 만주에서의 전력증강노력을 지속하여 만주에서 신안주까지의 거부적 제공권은 확보할 수 있었다. 이것은 군사와 정치 양 측면의 희생을 감수하지 않으면 극복할 수 없는 제공권의 균형적 상황이었다.
휴전협상 개시 이후, 극동공군은 항공압박(Air-Pressure) 중심의 전략을 구사해 나갔다. 첫 번째 전략은 군수체계를 압박하는 항공차단이었다. 그러나 순수한 군사적 영역의 방책은 공산측에게 전쟁종결의 정치적 압박을 줄 수 없었다. 반면 공산측은 정치적 방책으로 군사적 이익을 획득하려 하였다. 그들은 협상을 군사적 양보획득의 도구로 활용 하였다. 공산측은 협상장에서는 북한 내의 비행장 건설허용을 요구하였고, 이면에서는 공군력의 규모와 능력을 신장시켜 유엔측에 대한 군사적 우위를 달성하려 하였다. 이에 대응하는 극동공군의 두 번째 전략은 공산 지도부에 위협의 신뢰성을 증가시키고 협정 체결의 정치적 압박을 주기 위한 전략폭격이었다. 공산공군의 잠재적 위협이 현실적인 위협으로 나타난 상황에서 극동군사령부는 그들에게 인가된 모든 군사적 방책을 고려하여 그 중 가장 큰 정치적 타격력이 있는 몇 가지 방책을 시행하였다. 여기에는 한만국경의 발전소 파괴와 평양에 대한 전면적 폭격, 그리고 소련에 근접한 표적에 대한 폭격, 그리고 순수한 정치적 의미의 표적인 농업용 관개저수지에 대한 체계적인 파괴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처럼 유엔측이 정치적 비난과 확전의 위험을 감수하고 전쟁종결을 위한 군사적 방책에 제한을 두지 않을 것이라는 위협을 가중시키자, 공산측은 협상의 주도권을 빼앗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