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정신병 약물치료는 정신질환의 치료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이라 할 수 있으며, 약물치료에 대한 비순응은 정신질환자의 재발과 재입원, 잦은 정신과적 응급치료 등 부정적 예후 및 경과와 관련된다. 그러나,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은 다른 신체적 질환을 가진 환자들에 비해 약물 복용을 기피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Scott, Lore, & Owen, 1992), 정신질환자의 약물치료에 대한 비순응은 정신과 치료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낙인은 한 개인이 사회적으로 수용될 수 없다고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가지게 되는 인식(Corrigan, 2004)이라고 정의되며, 정신질환자에 대한 낙인은 정신과적 치료의 회피 및 이탈, 중단의 주요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정신과 외래 환자의 약물에 대한 태도와 약물 순응도, 내재화된 낙인과의 관계를 파악하고, 정신질환자의 약물 순응도 증진을 위한 효과적인 중재안 마련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시행되었다.
본 연구의 대상자는 서울특별시에 소재하는 일개 대학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고 있는 정신질환자로 총 98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연구 도구는 한국판 약물태도 척도(Korean Version of Drug Attitude Inventory-10 :DAI-10) 10문항, 약물 순응도에 관한 8문항, 한국판 정신질환의 내재화된 스티그마 척도(K-ISMI) 29문항, 연구자가 개발한 약물 복용에 있어서 타인을 의식하는 정도에 대한 5문항 등 일반적 특성을 포함한 총 62문항의 구조화된 자가 보고식 설문지를 사용하였다. 자료수집은 2011년 8월 8일부터 9월 30일까지 시행하였고, 수집된 자료의 분석은 SPSS win 18.0 프로그램을 이용하였다.
연구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대상자의 약물에 대한 태도 평균점수는 4.26점으로 약물에 대한 태도가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자의 일반적 특성 및 질병관련 특성에 따른 약물에 대한 태도의 차이를 보면 결혼상태에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F=3.14, P〈0.05). 약물복용 이행 행동 점수 평균은 31.17점으로 약물복용 이행을 잘 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성별(t=-2.97, P〈0.01), 결혼상태(F=5.25, P〈0.01), 직업유무(t=-2.36, P〈0.05), 정신과 입원경험(t=-3.85, P〈0.01)에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약물 순응도는 평균 84.24점으로 측정되었으며, 성별(t=-2.87, P〈0.01)과 정신과 입원경험(t=-4.10, P〈0.001)에서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
2. 대상자의 내제화된 낙인의 총점은 57.87, 평균은 2.00점으로 중간점수 보다 낮게 나타나 대상자들이 지각하는 낙인은 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항별 평균을 보면 "정신질환자로 살아가다보니 점점 강해지는 것 같다" 라는 문항에 대해 가장 부정적으로 대답하였다(2.79±0.71). 또한, 내제화된 낙인은 결혼상태(F=4.35, P〈0.01)와 1개월 이상 약물 중단 후 재발경험(t=-2.63, P〈0.01)에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3. 약물 복용에 있어서 타인을 의식하는 정도에 대해 묻는 문항에 대한 응답은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자리에서 약을 먹는게 꺼려진다' 라는 문항을 제외한 나머지 문항들의 평균점수가 중간점수보다 높게 측정되어 대상자들이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는데 있어서 타인을 의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 1개월 이상 약물 중단 후 재발 경험에 대해서 연구 대상자의 38명(38.8%)이 1개월 이상 약물 중단 후 재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였고, 이중 의사와 상의 후 중단을 한 8명(21.1%)을 제외한 나머지 30명(78.9%)의 대상자가 의사와 상의 없이 임의로 약물을 중단한 경우로 나타났다. 1개월 이상 약물을 임의로 중단한 사유에 대해서는 스스로 증상이 호전되었다고 판단하여 임의로 중단한 경우가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 병원 방문을 못한 경우, 습관성에 대한 우려 순으로 나타났다.
5. 약물에 대한 태도와 약물복용 이행 행동(r=0.389, P〈0.001), 약물에 대한 태도와 약물 순응도(r=0.395, P〈0.01), 약물복용 이행 행동과 약물 순응도(r=0.589, P〈0.001) 사이에는 유의한 정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 내제화된 낙인과 약물 순응도 사이에서는 내제화된 낙인의 점수가 높은 상위 20%그룹과 낙인 점수가 낮은 하위 20%그룹을 비교하였을 때 약물 순응도에 있어서 유의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t=2.10, P〈0.05). 즉, 내제화된 낙인의 정도가 높은 경우 낙인의 정도가 낮은 경우에 비해 약물 순응도가 낮게 나타났다.
7. 내제화된 낙인과 약물 복용에 있어서 타인을 의식하는 정도에 대한 문항사이에서는 '병원 밖 약국에서 약을 타는 것보다 병원 내 약국에서 약을 타는 것을 선호한다' 라는 문항을 제외하고, 나머지 문항에서 모두 강한 정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정신과 외래 환자의 약물에 대한 태도는 긍정적이며, 약물복용을 비교적 잘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정신과 외래환자의 내제화된 낙인의 정도는 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내제화된 낙인의 정도가 심한 그룹이 낙인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그룹에 비해 낮은 약물 순응도를 보였으며, 약물복용 중단 후 재발 경험이 있는 경우가 그렇지 않는 경우에 비해 내제화된 낙인의 정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낙인의 정도가 높으면 약물을 복용하는데 있어서 타인을 더 많이 의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정신과 외래 환자의 약물 순응도를 높이고, 약물복용 중단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정신과 환자들의 낙인의 정도를 파악하고, 낙인에 대한 개인적 대처 능력을 향상시켜주기 위한 인지행동치료 등의 중재활동의 적용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낙인에 대한 효과적인 중재 프로그램의 개발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며, 더불어 정신질환에 대한 올바른 인식 정립 및 편견 해소를 위한 사회적 노력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