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유라시아 대륙에 걸쳐 방대한 영토를 갖고 있는 국가로서 문화적으로는 일찍부터 유럽과 아시아적 특성이 혼합된 독특한 정체성을 추구해 왔다. 그러나 옐친 시기 러시아는 친서방정책 추진으로 인해 아시아 지역에서 주도적인 지위를 상실하게 되었다. 하지만 옐친 대통령 후임으로 등장한 푸틴 대통령은 집권과 동시에 강대국 러시아의 재건을 천명하였고, 그동안 무시되어왔던 동북아 국가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동북아 국가와 양자 및 다자적 협력관계를 강화하였다. 그 결과 푸틴시기 러시아는 동북아 지역에서 국가이익을 달성할 수 있었고, 동북아 지역에서 주도적 위치로 복귀할 수 있었다.
메드베데프 정권 등장 이후에도 푸틴은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게다가 메드베데프 이후 다시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큼에 따라 푸틴 대통령 시기의 외교정책 기조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푸틴 대통령 집권 시기 동북아 정책에 대한 연구는 향후 러시아의 동북아 정책 추진 방향을 예측하는데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푸틴 대통령 등장 이후 러시아의 동북아 정책은 어떻게 추진되었고, 동북아 지역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정책이 추진될 수 있었던 결정요인이 무엇인지 연구하였다.
푸틴 시기 러시아가 동북아 지역에서 가지는 국가이익은 지정학적, 경제적, 안보적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지정학적 영역에서 러시아의 이익은 러시아가 동북아 지역 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이들 국가들 중 어느 하나가 이 지역의 주도적 세력으로 부상하는 것을 방지하면서, 이 지역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경제적 영역에서 러시아의 이익은 극동지역에 엄청난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경제 성장과 지역 발전을 이루는 것이다. 안보적 영역에서 러시아의 이익은 동부국경에서의 안전보장과 단일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공간으로서 영토적 통일성과 안정을 보장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국가이익을 바탕으로 푸틴 대통령은 동북아 정책을 추진하였다.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통한 동북아 지역에서 영향력 확보, 에너지 협력을 통한 경제적 이익 추구, 국경선 확정과 군사적 신뢰구축을 통한 우호적 안보 환경 조성 등과 같은 국가이익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일본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중국과의 관계에서처럼 만족할만한 국가이익을 달성하진 못했지만 ESPO 송유관 건설과 사할린 2 구역에서의 경제적 협력을 추진하였고, 안보적 영역에서는 남쿠릴 열도 문제를 해결하여 관계정상화를 이뤄내기 위해 노력하였다. 남북한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남북한 균형 외교를 통해 한반도에서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었고, 극동지역을 개발하고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양국과 경제적 협력을 하였으며,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 가담하여 극동지역을 포함한 동북아 지역의 안정을 위해 노력하였다.
이처럼 푸틴 시기 러시아가 과거 옐친 시기와 달리 동북아 지역에서 러시아의 국가이익을 달성하는 방향으로 외교정책을 결정하고,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었던 이유를 본 논문에서는 로즈노우의 '비교외교정책론'을 통해 설명하였다. 로즈노우의 '비교외교정책론'은 외교정책 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개인, 역할, 정부, 사회, 체제 등 5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이를 푸틴시기 러시아의 동북아 정책 결정 요인에 적용해 보면, 대외적 요인으로는 먼저 국제체제 수준에서는 NATO의 동진을 들 수 있고 국가 간의 관계 수준에서는 동북아 국가들의 중요성이 부각된 점을 들 수 있다. 대내적 요인으로는 푸틴의 개인적인 성향과 같은 개인 요인 수준, 푸틴 대통령의 권력 장악과 동북아 지역에 대한 중요성 인식과 같은 역할 요인 수준 유라시아 성향을 가진 정치엘리트들의 등장과 의회의 견제기능 약화 등과 같은 정부 요인 수준, 극동지역의 중요성 부각 등과 같은 사회 요인 수준을 들 수 있다.
메드베데프 정권 이후에도 푸틴은 실세 총리로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메드베데프 또한 푸틴 정책을 계속 이어갈 것을 천명하고 있다. 따라서 메드베데프 시기 러시아는 푸틴 시기의 정책을 계속 이행할 것으로 예측되고, 외교노선 역시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며, 동북아 정책 역시 푸틴 대통령 시기의 기조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